찢어진 책가방에 낚싯대 두 개

무딘

by 모비

나는 제법 쿨하고 담담한 아빠인 줄 알았지.

오늘 오전부터 바다에 다녀온 아이는,

함께 다녀온 친구 둘과 잠시 각자의 집으로 흩어진 후 다시 모여서,

이달부터 시작되는 학생 무료 교통카드를 들고,

먼 바다에 가겠다며,

가방에는 낚싯대 두 개,

손에는 고기 담을 살림통 하나를 들고 길을 나섰다.

서핑모자를 야무지게 눌러쓰고.


곧 해가 질 것 같은데,

애월에서 제주버스터미널을 거쳐 서귀포버스터미널에서 마지막으로 찍힌 위치는 더 이상 조회가 안 되고,

아들의 전화기는 꺼져 있다. 친구 1은 전화를 안 받고, 친구 2도 전화를 안 받는다.


나는 아이의 모험을 기꺼이 응원하고 아이의 능력을 신뢰하는 줄 알았는데,

손이 떨린다.


+

친구 1의 아빠가 친구 1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서귀포 천지연폭포 옆 편의점에서 아이들을 찾았고,

아이들은 어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새연교를 지나 새섬의 야경을 둘러본 후 서귀포항에서 마침내 낚싯대를 드리웠다. 배가 고프다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 하나씩을 야무지게 말아드시고, 밤 11시가 넘어 귀가하실 예정이다.


낚시는 별거 없다. 너희의 첫 제주도 버스투어를 기념한다. 조금씩 자기의 우주를 열어가는 아름다운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