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육지에 갔던 아내가 일주일 만에 돌아왔다. 본래 어제 와서 오늘 다시 육지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육지 일정이 생각보다 순조롭고, 여기에서 처리할 것들이 몇 가지 더 생겨서 며칠 더 집에 있다가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아내가 없는 동안, 내 목표는 큰 실수 없는 현상유지였다. 잠들기 전에는 다음날 할 일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목록대로 일을 해치워나갔다.
아침 7:30에는 아이를 깨우고,
아침 8:30에는 아이를 학교로 보낸다.
저녁 6시에는 아이와 저녁을 먹고,
저녁 7시에는 아이와 책읽기, 수학공부를 함께 한다.
저녁 8시에는 아이에게 저녁 간식을 주고,
저녁 9:30에는 아이와 하루 마무리 미팅을 한다.
팬션 손님 응대와 체크인 준비, 체크아웃 청소는 일정대로 진행하고,
중간중간 촬영 작업과, 별도로 생기는 일을 함께 쳐냈다.
하루 걸러 하루씩 러닝을 하고, 틈틈이 밀린 영화도 힐끗거렸다.
혹시 잊을까봐 하루에도 열 개 넘게 시계에 알림을 넣고, 알림이 울리면 정해진 일을 해냈다.
주로 건조기에 넣고 잊은 빨래와 식사 준비 같은 것들.
그렇게 약속한 일주일이 갔고, 아내가 왔다.
아내는 손도 빠르고 일처리가 깔끔한 사람이라, 그 부재의 긴장감이 더 컸다.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고, 손님들은 아내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않았다.
다만 일상은 조금씩 허물어져 갔다.
숙제처럼 적어둔 것들은 겨우 해냈지만, 과제목록에 적혀 있지 않은 공간들부터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옷방에 점점 쌓여가는 옷가지들, 방바닥에 조금씩 밟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먼지들, 그리고 뭔가 답답해져가는 마음들.
아내의 부재는 골다공증 같아서, 겉으로 보기에는 대충 비슷해 보였으나 점점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고 헐거워졌다. 5일쯤 지나니까 그 구멍에서 나는 바람소리 같은 것이 내게도 느껴질 만했다. 아,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저 틈.
아내가 돌아오고 하루도 되지 않아 집은 제자리를 찾았고, 나는 다시 편안해졌다.
그럼, 아내는 칼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