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여전히 무더운 어느 날부터 마당에 박달나무는 하나씩 잎을 떨구더니, 어느새 휑하게 가지만 남긴다. 올 한 해 박달씨의 여름은 여기까진가.
아침저녁 선선한 낌새가 있기는 해도 여전히 반팔을 걸치는 게 편한데, 수선화는 벌써부터 짙은 초록 잎을 밀어 올린다. 마당 한 켠에 쪽파를 심은 것처럼.
마당 식구들이 한 계절을 갈아입는다.
박달씨, 올 한 해도 재밌었어. 다음 봄에 연초록 잎으로 다시 만나.
수선화, 어서 와. 노란꽃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