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가을이다, 이 바람은.
새벽 현관문을 여는데 훅, 바람의 질감이 변했다.
기다리던 바람이 불어서,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리고
오늘부터, 가을이라고 적는다.
벌써 한참 전부터 나무들은 잎색깔을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바람불고 비올 때마다 잎을 떨어트리기도 했다.
더위가 절정이고, 언제 물러갈지 기약이 없는 것 같은데
나무들은 어찌 알고 저렇게 벌써부터 다음 계절을 사나 싶었는데,
오늘 새벽 바람을 맞고서야 너희가 일찍부터 준비한 계절을 마침내 나도 안다.
괜히 카페 문을 열어 놓고,
서늘한 공기가 카페 안을 휘돌아 다니도록 내버려 둔다.
보고 싶었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