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극

by 조모비

진성과 모비가 신세 지고 있는 할아버지 집은 2층짜리 양옥집이었다. 작은 부엌까지 딸린 상하방에는 나주에서 유학 온 진성의 사촌이 지냈다. 거실은 대청마루 같이 마루 바닥이었고 벽도 대부분 나무였다.


할아버지는 신문지를 네모나게 잘라 두둑이 쌓아두고 용변 볼 때 그것을 사용하셨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휴지를 사용하는데 할아버지만 끝까지 신문지를 사용한 이유는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 직접 모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부엌으로 가는 좁은 통로에 다락으로 올라가는 넓은 나무계단이 있었는데 2층집 내부와 연결됐다. 바깥에는 한 칸짜리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고 그 천장에 줄넘기를 매어 놓았는데 몸이 불편해진 할아버지가 일어설 때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마저도 힘들어 방 안에서 할머니가 수발을 드는 것 같았다.


마당에는 동백나무와 돌로 만든 절구가 있었다. 비가 오면 절구에 빗물이 고였는데 모비는 이를 냄비 삼아 꽃잎도 넣고 풀잎도 넣어 꽃국을 끓였다.


조진성이 집에 들어올 리 없는 그 한낮. 문나미가 할머니집에, 정확히 말하면 진성의 아버지집에 왔다.

나미는 스커트를 입은 탓에 다리 두 개를 한쪽으로 포개고 그 위에 큰 레이스 손수건을 덮어두었다. 살구색 스타킹에 발가락 부분이 불투명한 것은 다른 이들과 똑같았으나 나미의 스커트는 진성의 방 바깥문으로 드나들던 젊은 여자들 것보다 길고 우아했다.


엄마아- 하고 품에 달려들 법도한데 모비는 할머니 옆에 얌전히 앉아 고부간의 짧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마룻바닥 나무 개수를 셌다. 나미는 무릎 위에 덮어두었던 손수건 모서리로 눈꼬리를 몇 번 찍어대더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할머니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모비의 옆구리를 푸욱 찔러댔다.


“울어라, 울어~. 엄마 보고 싶었다고, 같이 살자고 울어브러야~?“


아무 말 안 하는 모비를 천치취급하듯 앙칼진 목소리여서, 할머니가 안쓰러워하는 대상이 모비인지 당신인지 알 수 없었다. 모비는 우물쭈물하다가 나미가 화장실에서 돌아와 앉자마자 전후 맥락도 없이, 아주 어색하게 마른 눈물을 쥐어짜며 할머니가 입에 넣어준 말을 그대로 읊었다.


“엄마… 나도 데려가… 엄마랑 살래….”

나미의 무릎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몇 달 전 모비의 머리카락과 함께 잘려나간 것이 안전의 욕구였는지, 행복에 대한 희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비는 참으로 아무런 감정과 바람 따위 없이 생애 첫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그 원동력은 그저 생존의 욕구였다.

이전 01화88년생 조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