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른에게

by 조모비

너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겠지만 너는 곧 '나'이니까 반말로 할게, 이해해.

오늘은 내가 쓴소리 좀 하려고 해. 정말 보다 못해서 말이야.


첫째, 네 기억은 불완전해. 네게 유리하게 각색됐어. 너는 나를 너무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더라. 그건 지독한 자기 연민이야. 나는 울기도 했지만 굴러가는 낙엽에도 깔깔대며 웃으며 10대를 보내기도 했어. 첫사랑 같은 우정이 있었고, 짝사랑도 했지. 공부한다고 앉아서 엄마 몰래 딕플로 나얼의 '귀로'만 듣기도 했고, 고3인데도 하교하자마자 달려와서 윤은혜랑 주지훈이 나오는 드라마 '궁'을 입 벌리면서 봤잖아.


둘째, 누구나 자기 부모를 선택하지 못해. 그건 신이 주시는 거니까. 고통이 아무리 주관적이라고 해도 네 부모는 평범한 어른에 가까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아동학대나 성추행도 없었지. 그저 시대의 불운을 버티지 못하고 부와 가정을 잃은 힘없는 인간일 뿐. 네가 그 시대의 어른이었다면 뭐 달랐을 것 같아? 네 것도 아니었으면 왜 그렇게 항상 빼앗긴 것처럼 억울해하는 거야?


셋째, 너나 잘해. 네 남편, 네 아이들에게 잘하라고. 타산지석을 삼든 반면교사를 삼든 이제 네 역할에 집중해. 동생은 이제 너보다 건강하게 컸고, 부모님도 각자 잘 사시는데 너만 왜 아직도 슬픔의 잠을 자니?


네겐 아무 '흠결'도 없어야 한다는 비합리적 믿음이 있어. 99개의 행운 중에 불운 1개에 집중하는 거지. 너를 사랑했던 학생 17명 중에 네게 반항했던 1명을, 너에게 호의적이었던 대부분의 동료 대신 네게 까칠했던 그 선배 1명을, 네게 친절했던 모든 순간 중에 너를 비난했던 그 한순간을 영원처럼 붙잡아서 스스로를 괴롭혀.


너에겐 우리의 10대, 20대, 30대를 기억하는 친구가 있고, 자상한 남편이 있고, 천방지축 해맑은 아이들이 있고,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글을 쓸 수 있고, 아마추어로서 음악을 즐기지. 시선을 조금만 옮겨 봐. 행복할 수 있어, 모비.


내가 슬픔 속에서도 웃었던 건, 너처럼 우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가 아녔어. 하루 종일 슬픔의 잠을 자는 네가 되려고 견딘 게 아니라고.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별은 밝게 빛나는 법이니까, 이 어두운 배경이 날 더 빛나게 해 준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의 널 기억해. 나는 내가 '별'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어. 지금의 너는 내가 어둠 속에서도 웃고, 뛰놀고, 노래했던 결과야. 그러니 여전히 별이 되어줘. 반짝반짝 빛나줘.


이제 해야 할 일을 해! 슬플 틈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다가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어 줘. 자꾸 내게 돌아오지 마. 나는 네 걱정보다 잘 있어. 네가 위로해 주었잖아. 사과해 줬잖아. 난 여느 어린이처럼 웃고, 울고, 노래해. 너도 그래 줘. 너는 내 미래니까. 이제 그만 내 손을 놓고 어른이 되어 줘. 조용한 행복을 누리는 어른이 돼. 자주 웃어 줘. 계속 자라줘. 짧게 울고 길게 기도해 줘.


그래도 너무 힘들면 편지해. 내가 하루 종일 놀아줄게. 그리고 고마워. 잘 살아내 줘서.

다시 찾아와 위로해 줘서

고 마 워(윙크)


2025. 9. 7.

어린 모비가 어른 모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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