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Bones and All (2022)
그린에게,
맞지 않는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니? 나의 속도와 방식이, 어쩌면 나의 존재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은 꺼림직한 느낌. 아무리 남들을 따라가 보려 해도 샛길로 빠지게 되는 상황의 연속.
오늘 다룰 영화 <본즈 앤 올>은 그 샛길 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내용이야. 경로 밖에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매런'이 주인공이지.
매런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어. 어느 날 밤 매런은 엄한 아빠 몰래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 그러나 재밌게 놀던 것도 잠시, 갑자기 돌변한 매런은 친구의 손을 물어뜯어.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는 식성. 이것이 매일 밤 아빠가 딸의 방문을 밖에서 잠가버리는 이유였고, 그들이 결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지.
매런은 여느 때처럼 새로운 곳으로 도망쳐 아빠와 함께 살아갈 줄 알았어. 카세트테이프와 출생증명서만 덩그러니 놓인 식탁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빠는 테이프에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녹음해 뒀어. 매런은 오래전 가족을 버린 엄마도 같은 식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
그 여정에서 매런은 자신과 같은 부류인 '이터'들을 마주치고, 그들에게 이터로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하지만 죽기 직전의 사람을 찾아내 신선한 시체를 취하는 설리의 방식도, 혈혈단신의 막돼먹은 부랑자만 골라 죽이는 리의 방식도, 매런이 바라던 삶과는 들어맞지 않아. '먹는 존재'라는 불가피함에 매런은 계속 괴로움을 느껴.
엄마의 고향집으로 향한 매런은 외할머니를 만나. 할머니는 엄마가 입원했다는 정신병원을 알려줘. 딸이 찾아올 날을 기다렸다며 간호사가 전해준 편지에는, 평범한 행복을 그리며 가족을 꾸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는 내용뿐이었어.
그녀는 매런을 실패한 행복의 부산물이라 여겼고, 자신이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직접 고통을 끝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딸을 죽이려고 스스로 뜯어먹은 팔을 휘두르지. 그런 엄마의 모습에 또다시 도망가는 매런. "당신이 내 곁에서 가르쳐줄 수 있었잖아"라는 물음은 차마 내뱉지도 못해.
너무나도 외로워서 미쳐버린 설리,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방랑하는 리, 비열하고 잔인하게 살기를 택한 제이크. 그리고 스스로를 격리시킨 엄마. 비정상적인 본능이 이터들의 삶을 사방으로 내몰았어.
리는 이터의 욕구를 "어쩔 수 없다"라고 표현하지만 매런은 쉽게 타협하지 않아. 이터로서 어떤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고뇌하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내 앞의 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해. 작은 방을 얻어 리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는 것. 그게 매런의 투쟁이었어.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일상은 설리의 습격으로 흔들려. 리는 말하지. "나를 뼈까지 통째로 먹어줘" 혹자는 그걸 완전한 식인이라 칭했어.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선, 모든 걸 내어주고 기꺼이 흡수하는 사랑의 종결이었지. 매런은 사랑하는 리를 그녀의 영혼에 새기고 생이 다하는 날까지 싸울 거야.
<본즈 앤 올>에 나오는 이터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매런의 모습에서 나를 겹쳐봤어. 나로 인해 배반당하는 삶. 매런이 가진 딜레마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가끔은 나의 선택이 내가 그러잡기도 전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것만 같았거든. 그렇지만 튕겨 나온 그곳에서 또 다른 꿈을 꾸며 힘껏 살아간다면, 언젠가 나를 긍정할 수 있지 않을까.
추신 -
내일이면 드디어 일본 여행을 가는 날이네.
이번에는 네가 좋아하는 일본영화를 감상하는 게 어떨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