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호진
이번에는 많은 취준생 혹은 이직을 꿈꾸는 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던져보겠다.
“스타트업 다니면 좋은 게 뭐야?“
주변에서 많은 분이 물어보곤 한다. 스타트업의 장점이 명확하긴 하지만, 대답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스타트업으로 오기 전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호진이는 대기업에 들어가면 선택 권한없이 상명하복하며 시키는 일만 죽으라고 해야될 거라 생각했다. 물론 실상을 전혀 모르고 미국에서 주워들은 것만으로 판단한 우둔함에 아직도 머리를 절레절레 젓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내가 스스로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에 목말라하며 PR 컨설팅과 매니지먼트 컨설팅에 몸을 담갔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한 확고한 구분이 있다. 함께 공생하는 파트너로서가 아닌, 일을 던져주고 던져진 일을 처리하고, 처리된 일에 대해 비난하는 (물론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허다하다.
나 역시 그 무한한 궤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에 탑승하여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나갔다. 그래, 컨설팅 몇십 년 동안 하시는 대단한 분들도 계신다. 내가 나약한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너무 힘들었고, 점점 지쳐만 갔다. 한계점에 다다를 무렵 친구로부터 연락이 온다.
“너 스타트업 가볼래?”
사실 이전까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었다. 지금 스켈터랩스의 조원규 대표님과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도전을 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주변 사람과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들은 스타트업의 잔혹 동화는 나의 어깨 위에서 스타트업에 가지 말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대표님을 직접 만나 스켈터랩스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듣고, ‘그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한번 해보자’고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 7월 마지막 주에 처음으로 현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 시점부터 나의 스타트업 연대기가 시작되었다.
부연 설명이 너무 길었다. 이제 진짜로 스타트업에 다니면 좋은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스타트업을 다니며 피부로 체감한 가장 큰 이점은 스스로 업무시간을 조절하며, 내가 내 시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켈터랩스를 예로 들자면, 우리는 출퇴근 시간에 제한이 없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와도 한 마디 하는 사람 없고, 일이 있으면 점심 먹고 집에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요즘 대기업에서 주 40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들었다. 스타트업에서는 딱히 몇 시간이라고 정하는 것이 드물다.
당연히 이런 자유로움 속에는 책임감이 동반되고, 가끔 프로젝트 막바지에는 새벽까지 일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내가 느끼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단연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어떻게 업무를 끝내기보다는, 반대로 이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을까라고 건강한 고민을 할 수 있음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수직적인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반박을 할 수도 있겠다.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인데도 대표님이 절대 반지를 끼고 있는데?” 혹은 “네가 우리나라 모든 스타트업 다 살펴봤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의 의사결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방식과 최종 실행에 걸리는 시간과 비하면 절대적으로 적다. 왜냐고? 어떤 스타트업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건 말건, 사내 구성원 수가 적기 때문에 당연히 최종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그에 비례한다.
그 말인즉슨, 아까 언급한 첫 번째 사례처럼 대표가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게 아니라면, 나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잘 정리하여 제안해보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듣기까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 않아도 된다. 나의 아이디어와 회사 및 시장의 상황이 잘 맞물린다면, 이를 구체화해 프로젝트화 시킬 수 있을 것이고, 시기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면 수첩 어딘가에 잘 적어놓던가 아니면 좀 더 다듬고 발전시켜서 다시 한번 제안해보면 된다.
아무리 좋은 조직이라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그렇지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답도 빨리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많은 사람이 이해하면 좋겠다.
스타트업의 메리트 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하키 스틱 성장곡선을 따라 성장하고,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대박을 터트리는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예외가 있겠지만,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면서 연봉을 하향 조정하고 오는 분들을 많이 봤다. 당연히 각종 복지, 탄력적인 업무환경 등 여러 가지 스타트업의 매력에 빠져 오신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은 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스톡옵션은 스타트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내 비록 몸값 좀 깎아서 왔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우리 회사도 대박 나서 내가 가진 주식도 저 우주 끝까지 치솟겠지!’라고 희망을 품고 스타트업의 로켓 머리에 자리를 잡고 계신 분들 많을 것이다. 이게 나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내가 희생해서 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먹고 살기 위해서 이직을 하고,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한 것이지 않을까?
스타트업의 대표로서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큰 결심을 한 사람에게 희생에 대해 보답을 하고 함께 쌓아가는 미래를 약속하는 의미에서 스톡옵션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1997년 주주 서한에서 “임직원들이 오너처럼 사고하도록 고액연봉보다 스톡옵션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아마존이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아마존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발에 땀이 나도록 달리게 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자, 스타트업에 다니는 여러분 모두 힘내 봅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외에도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느낀 수많은 좋은 점들이 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지만, (적어도 스켈터랩스에서는)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기에 아직까지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해 안 좋은 편견을 가지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나도 아픈 경험을 하신 분들은 당연히 그러실 수 있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지도 않고 욕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하고 있지만, 겁이 나서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나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현재 본인의 상황과 경제적인 여건을 신중하게 고려한다면 만족하면서 다닐 수 있는 스타트업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