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간 스타벅스 관련 글을 세 차례나 썼습니다. 원격 주문 서비스 사이렌오더를 기획한 디지털마케팅팀 인터뷰, 셀프 계산을 유도하는 모바일 전용 바코드 스캐너 운영, 디지털마케팅 전략 등, 스타벅스가 얼마나 IT 친화적인 기업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 디지털마케팅 전략에 대해 더 쓸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주구장창 썼던 것 같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편한 마음으로 지난 10월 17일 토요일 스타벅스 신논현점을 방문했을 뿐인데...노트북을 다시금 꺼내게 됐습니다. 스타벅스카드 앱의 리뉴얼 덕분(?)입니다.
계산대 앞에 서서 습관처럼 스타벅스카드 앱을 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사이렌오더로 바로 주문을 했겠지만, 종업원들께서 매번 "유재석 님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소리쳐주시는 바람에... (특히 강남 지역에선) 주목 받기가 싫어 직접 주문을 하는 편입니다.
스타벅스카드 앱이 지난 10월 6일 리뉴얼됐죠. 저는 이날 처음 써봤습니다. 디자인 예쁘네? 별 생각 없이 카드 앱을 열고 결제를 했습니다. 관련 글 : [스타벅스코리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새 단장(보도자료)
구매 정보가 앱에 고스란히 담겨져 나오더군요. 과거에는 앱에서 따로 카테고리를 찾아야만 볼 수 있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된 것이라고 합니다.
문득, 스타벅스는 무슨 의도를 갖고 이러한 내용을 넣었을지 궁금했습니다. 이용자로 하여금 과거 결제 이력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일까요. 물론, 이용자의 편의를 의도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다른 의도도 보이더군요.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카드 관리 페이지에서는 음료를 구매한 매장의 위치, 결제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한 번에 크롤링(crawling)하면 앱 사용자의 이모저모를 파악하기 쉬울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앱 업데이트만으로 가능케 된 변화는 아닙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했습니다. 카드 정보입니다.
시중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의 정보를 받는 것이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금은 수표가 아닌 이상 무기명 거래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카드를 이용하더라도 정보는 카드사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내역만으로 고객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스타벅스카드 앱은 자체 카드로 결제를 하도록 이뤄져 있습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직접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앱에서 카드 충전을 하면 바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제 편의를 고려해 리뉴얼된 앱에서는 스마트폰을 흔들기만 하면 바코드가 나오도록 바뀌기도 했습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외부 카드를 이용한 결제 대신 자체 카드에 충전해서 모바일로 결제하게 함으로써 이용자의 정보를 더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루 아침에 온 변화는 아닙니다. 그간 스타벅스는 이용자를 모바일 앱 생태계로 모으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습니다. 종이 스티커를 바코드 형식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해준 'e프리퀀시'가 그랬고, 원격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가 그랬죠.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오프라인의 이용자가 모바일 앱만으로 스타벅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이용자를 앱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모바일 앱을 통해서는 이용자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방문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길이 요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용자의 구매 정보는 카드사가 가져갑니다.
자체 쿠폰이나 마일리지 서비스를 하는 이유 역시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역으로 자기의 매장에 방문하는 이용자를 파악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하기 위한 접근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용자의 정보를 모아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부족했죠.
모바일 시대가 본격 시작했다는 의미는 스마트폰의 보급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비즈니스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뒤에야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타벅스야 말로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기업입니다.
'언제나 무선랜과 콘센트가 있는 곳.' 많은 사람들은 스타벅스를 IT 회사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IT 회사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들을 묶는 소셜미디어 회사라고 봐야할 겁니다.
직영점에선 커피와 무선랜, 콘센트 등 업무하기 편리한 환경으로 고객을 모으고, 본사에서는 이들의 패턴을 분석해 '앱'이라는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e프리퀀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이들의 앱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죠. 즉, 무선랜과 콘센트를 지급해 이용자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묶어놓은 뒤, 모바일로 다시 한 번 묶는 것이죠.
스타벅스에 있어서 커피의 의미는 이용자들을 모바일 앱으로 묶어주기 위한 매개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왼손이 커피를 들고 있다면 오른손은 이미 스타벅스만의 디지털 플랫폼에 접속하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고 있죠. 던킨도너츠가 '커피 앤 도넛'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장에 자리잡았다면 스타벅스는 '커피 앤 모바일'을 외치며 오프라인을 넘어 모바일의 개인을 연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