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카카오, 임지훈 신임 대표의 승부수 통할까
오늘이죠. 10월 27일 카카오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본사 스페이스닷원 멀티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듣기로는 100여명의 취재진을 초청했다고 합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취임 후 첫 간담회라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임지훈 대표는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온디맨드 서비스 전체의 영역으로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감청, 도박 등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저는 오늘 간담회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보고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간담회 내용을 보면 굳이 제주에서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죠.
카카오 제주 사옥은 IT 거대기업의 이전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 2004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기로 결정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현지 고용률 50%, 3000억 원에 가까운 경제적인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제주발전연구원의 한승철 연구원은 7일 발표한 ‘다음(DAUM) 제주 이전 10년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통해 2004년 본사를 제주로 이전한 다음이 지난 10년 동안 제주도 경제에 미친 생산 유발효과와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더하면 2932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고용유발 효과도 2705명으로 집계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2014년 카카오와 합병된 이후 제주도 사무실을 철수시킨다는 우려가 계속 일기도 했습니다. 다음카카오 측이 합병 당시 통합본사를 제주에 두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마침내 제주 인력이 철수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죠.
관련 기사: [단독] 다음카카오, 제주 인력 철수…아듀 '즐거운 실험(한국경제)
이에 대해 당시 다음카카오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잘 정리했으니 참고하세요.
관련 기사: '제주도 안 떠난다'는 다음카카오의 애매한 해명(허핑턴포스트)
하지만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이 지워집니다. 9월 1일 카카오로 사명을 바꾼 뒤 최세훈, 이석우 공동대표 체제에서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역임한 임지훈 신임대표 단독 체제로 바뀝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 사옥 철수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요.
보통 대기업이 지방으로 이전을 할 경우 지방 자치단체에서 세제 혜택과 같은 지원을 해줍니다. 사옥이 이전되는 지역에서는 고용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많은 효과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12일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보면, 우선 기업 본사 또는 사업장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된다. 그동안은 법인 본사를 이전하고 인력도 50% 이상 이전해야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요건을 완화해 본사를 이전하고 3년 안에만 인력을 50% 내려보내면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있다. - 본사이전 3년내 인력 50% 보내면 세제감면
원래 제주에서 1등 신랑감으로 꼽히는 회사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직원이었는데, 2004년 이후로는 다음 직원이라는 얘기도 들릴 정도였죠.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더니 다음이라는 이름마저 지워버리니, 이젠 완전히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커집니다. 카카오는 이를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죠. 왜냐? 최악의 경우 그간 누린 혜택을 뱉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제주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감청 및 도박 이슈와 같은 예민한 문제도 잘 극복해야 할 시점이죠.
만약 기자 간담회를 제주에서 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지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보다 우호적인 여론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계산이 끝난 셈이죠. 2년 전 골목상권 침해라는 이유로 수세에 몰렸던 네이버의 대처 방식과 유사한 측면도 있고요.
마침, 임지훈 대표는 제주국제공항서 열린 '스마트 관광 제주국제공항사업 협약식에 참석 후 간담회에 얼굴을 내비칩니다. 제주와의 협력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겠죠.
카카오는 2014년 10월 합병 이후 감청, 아청법 위반, 도박 등 끊임없는 구설수와 견제에 시달렸습니다. 주가 역시 지켜야겠죠. 합병 이후 시가총액 7조 8000억 원대 거대 기업으로 등극했으나, 1년 뒤를 지켜보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카카오를 지휘하게 된 임지훈 대표는 이러한 내우외환을 극복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첫 걸음은 카카오가 처한 여러 어려움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