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컨텐츠는 총 3회차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1.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커머스가 되어가는가?, 유저들은 왜 인플루언서에게 살까?
2. 인스타 팔이? 셀마켓이 우리에게 남긴 것
3. 임블리 사태’ 이후 셀마켓의 전망
D
‘인플루언서’로 불리우는 디지털 판매자들은 과거 ‘전시’의 역할만을 담당하던 쇼룸 밖으로 나와 능동적인 호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판매 방식은 지난 몇 년 간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불러왔습니다.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예뻐서, 친해져서 팔아줬다기보다 정확히 셀마켓이 흥행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는 무엇일까요?
d
ㅇ
1. 고객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
초창기에는 인스타그램을 단순히 또 하나의 ‘쇼룸’으로서만 활용한 판매자들이 많았지만, 갈수록 콘텐츠는 효과적인 판매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갔습니다. 특히 코스메틱이나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소비재의 외형과 기능보다도 내 몸과 만났을 때의 ‘사용감’이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존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이런 개인적인 니즈는 판매자의 관점에서 기술된 스펙과 정보에 밀려 별도 판매자와의 Q&A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인스타그램의 동영상들은 이런 개인화된 니즈를 전면에서 보여줍니다. 화장품 제형의 발림성, 매트함이나 윤광 표현, 청바지의 실제 착용감, 앉았다 일어나거나 걸어 다닐 때 움직임에 따른 옷의 핏 변화 등의 첨예한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마른 분이나 어두운 피부 톤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며 제법 균형있는(?) 팁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고객은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받게 되었습니다.
2. 소통의 장벽 제거와 편의성 제공
인스타그램의 판매자들은 기존 쇼핑몰 고객센터에서 느꼈던 딱딱한 형식과 거리감을 없앴습니다. 댓글 한 줄과 DM 하나로 공개적, 비공개적 소통이 모두 가능하며 셀 마켓 특성상 고객 응대의 주체 또한 ‘판매자 본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단순히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줄임말)’을 넘어 제품 구매 단계까지 고객이 경험하는 친근함과 신뢰도는 지속되었고 더 견고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판매자와 고객의 사이 이상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긍정적 심리로 작용했습니다.
3. 판매자는 디지털 큐레이터 역할 수행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우리는 브랜드와 제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싸게 사면 잘 샀다고 위안 삼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무엇이 얼마큼 더 나은지 식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마켓은 정교해졌고, 소비자는 많아진 선택지만큼 ‘결정 장애’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걸러야 할지 모르던 고객은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게 되었는데, 인스타그램의 판매자들은 특 유의 비주얼과 소통 능력으로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훌륭하게 어필했습니다.
홈쇼핑에 비유하자면 쇼 호스트와 모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것인데요. 공구마켓, 한정수량, 완판, 앵콜 등 인스타그램 내에서의 ‘우리끼리식’ 판매 용어들은, 소비자들에게 일반적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기성품과는 다른 희소하고 특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그래서 믿고 팔아줬는데, 아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s
1. 특별한 상품, 특별하지 못한 품질
셀마켓 흥행 현상을 단순히 인플루언서에 대한 열광으로만 치부하기 전에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제품을 판매하는 호스트, 판매 제품 선정, 소통에 이르기까지의 3박자가 ‘개인화된 니즈’를 공략한 점에서 차별점을 갖습니다. 한때 ‘나만 알고 싶은 무언가’ 코드의 유행은 이 시대 소비자들이 남들과 구별되고자 하는 니즈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셀마켓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카피 상품이 자체 제작 상품으로 돌변하고, 품질에 문제 있는 식음료가 적발되는 등 소비자 유대감과 신뢰라는 신기루 이면에 가려져 있던 품질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메이트’로 생각했던 판매자들은 효과적인 유통을 목적으로 한 ‘메신저’일 뿐었습니다.
나만 알고 있던 특별한 언니들에게 신뢰와 맞바꾼 제품이 사실 제값을 못하는 것이라고 인지한 순간 신뢰로 연결된 카르텔은 사라져버렸고, 판매자 자체가 곧 브랜드가 되는 셀마켓에서는 이제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2. 팬심에 가려진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
“양쪽 길이가 다른 가방끈은 잘라 쓰시면 된다, 막힌 단추구멍은 칼로 째서 착용하셔라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댓글들로 고객분들께 상처를 줬고, 듣기 싫은 댓글은 삭제도 했었습니다.”
위 내용은 얼마 전 임블리 사태 때 인스타그램에 등록된 사과문 중 일부 내용입니다. 사과문에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지지해주는 많은 팬들이 있기에 잘못된 대처를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1,000명이 넘는 팬들과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이것은 연예인의 팬덤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중의 큰 지지를 얻은 뒤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초심과 방향을 잃어버리고 돌이키기 어려운 실수와 유혹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셀마켓은 이처럼 물건을 판매하면서 발생되는 이슈들을 전적으로 판매자 개인의 도덕적 수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임블리 사태 외에도 과거 코스트코 쿠키 재판매, 영수증 발행 거부, 교환 환불 거부 사건 등 나몰라라식 운영과 판매자의 도덕적 해이에 직면해서 지금까지도 많은 분쟁을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 가이드라인 마련은 물론, 소비자 스스로 문제의 업체는 외면하는 일벌백계도 필요합니다.
3. 평판보다 완판이 중요한 공구마켓 모델
셀마켓은 기존 쇼핑몰 사업을 인스타그램으로 확장한 경우보다도 공구마켓 형태가 주를 이룹니다.
회원제 기반 쇼핑몰은 그래도 지속적인 고객 평판관리를 합니다. 플랫폼이 24시간 열려있고 기존 회원의 재방문과 재구매가 곧 지속적인 수익으로 전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공구마켓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점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같지만, 일종의 선착순 판매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일즈에 집중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객의 네거티브성 평가나 비판적 의견은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되기보다 세일즈 목적에 방해요소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실제로 친근하고 거리감 없는 소통 방식이 판매 후 케어 단계까지 초지일관으로 이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 다음 시리즈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곽팀장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