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9일, 지역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4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동아일보). 이로써 2015년 7월 설립 이후 총 480억 가량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 명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입니다. 사용자들은 위치 기반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인증하는 절차를 거쳐 회원가입을 한 후, 동네 기준 6km 이내 이웃끼리 중고 거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까다로울 수 있는 이러한 절차는 오히려 중고 거래에 걸림돌이 되었던 택배 거래의 불편함과 신뢰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차별점을 제공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거래가 이루어져 직거래에 용이하고, 모든 사용자가 동네 인증을 받는 것으로 안심하고 중고 거래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당근마켓’ 사용자들의 특성을 분석해보고, 다른 중고 거래 서비스의 사용자들과 비교해 봄으로써 ‘당근마켓’이 빠르게 중고 거래 시장에 자리 잡은 비결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지역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넘어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는 지역 업체의 광고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당근마켓’이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그 인사이트를 동시 소지 앱 분석을 통해 찾아보았습니다.
‘당근마켓’의 동시 소지 앱을 보면, 특이한 점은 중고 거래나 쇼핑 앱들을 제치고 육아에 관련한 앱들이 상당수 상위 랭크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중고 거래 앱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인데요. 비교를 위해 ‘당근마켓’ 동시 소지 앱 1위를 차지한 중고 거래 서비스 ‘헬로마켓’의 동시 소지 앱을 살펴보겠습니다.
‘헬로마켓’의 동시 소지 앱에는 대부분 쇼핑이나 중고 거래에 관련한 앱들이 속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당근마켓’의 주 사용자 층은 단순히 중고 거래만을 목적으로 여러 앱들을 동시에 비교해가며 거래를 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신, 육아에 힘쓰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주 사용자 층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여 이를 타겟팅하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당근마켓’이 앞으로 더 빠르게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성별, 연령대 비율과 DAU(일별 활성 사용자 수)로 ‘당근마켓’ 사용자들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성별, 연령대 비율을 살펴보았습니다. 활성 사용자를 기준으로, 남성은 33.9%, 여성은 약 66.1%로 여성의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또한 남성의 연령대 비율은 10대를 제외하면 비교적 비슷비슷하게 분포되어 있는 데에 비해 여성의 경우 30-40대에 사용자 수가 몰려 있었는데요. 앞서 살펴본 동시 소지 앱에서 육아 관련 앱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주는 지표입니다.
성별, 연령대 비율을 이용 빈도별로도 분석해 보았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수치보다 월 실행 일수가 20일 이상인 사용자인 Heavy User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74.2%로 남성의 25.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의 비율이 30.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즉, 30, 40대 여성들이 앱 사용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50대 이상의 여성 사용자들이 가장 충성도가 높습니다. 이는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택배 거래가 불편하고 어려웠던 50대 이상의 사용자들도 ‘당근마켓’을 통해서라면 쉽게 근처에서 직거래로 중고 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DAU를 통해 무슨 요일에 가장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일요일이 모든 요일의 평균 사용자 수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 수를 보입니다. 비교적 여유로운 일요일에 한 주를 마무리하며 물건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요? 또한 사용자 수가 7월에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한 한 가지 추측으로는, 7월에 있었던 ‘겟잇’의 ‘당근마켓’ 표절 논란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019년 7월 17일,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가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베트남에서 서비스하는 ‘겟잇’이라는 중고거래 앱’”이 “‘당근마켓’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네이버라는 큰 기업이 ‘당근마켓’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새로운 사용자들을 유입시킨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당근마켓’을 기존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 ‘중고나라’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먼저 성별, 연령대 비율을 살펴보았습니다. 활성 사용자를 기준으로 ‘당근마켓’과는 달리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남성의 비율이 각각 56.8%, 62.8%로 여성의 43.2%, 37.2%보다 높습니다. 또한 ‘번개장터’의 주 사용자층은 10-20대 남성과 여성, ‘중고나라’의 주 사용자 층은 20-40대 남성으로 30-50대 여성이 주 사용자 층이었던 ‘당근마켓’과 사뭇 다른 사용자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같은 중고 거래 서비스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용자 층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많은 중고 상품들” 중에서 편리하게 “상품 검색”을 하여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를 하는 것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서비스로, 특정한 중고 상품을 검색하여 거래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동네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들과 동네 업체들을 보여주어 그 “동네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에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용 빈도별 사용자 비율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당근마켓’은 월간 실행 일수가 10일 미만인 Light User가 가장 많은 반면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월간 실행 일수가 0일인 Inactive 사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월간 실행 일수가 20일 이상인 Heavy User도 ‘당근마켓’이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네요.
그 이유 역시 ‘당근마켓’의 다른 두 앱과는 차별화되는 서비스에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특정한 상품을 검색하여 간편하게 거래하는 것에 중심을 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다 보니 원하는 상품이 있을 때에만 앱을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당근마켓’은 지역을 기반으로 거래 가능한 물품들의 목록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피드를 구경하듯 상품들을 둘러보게 됩니다. 따라서 목적이 없더라도 앱에 자주 들어가보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출시 만 4년 만에 200만 설치 사용자 수를 보유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당근마켓’을 앱에이프의 데이터로 자세히 분석해 보았습니다. “지역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라는 관점의 전환으로 중고 거래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며 30-5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당근마켓’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의 말처럼, 앞으로 ‘당근마켓’은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중고 거래 시장에는, 또 커뮤니티 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요?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해당 콘텐츠에 데이터를 제공한 앱에이프는 2013년 일본에서 출시한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입니다. 현재 서비스 인지도 조사에서 1위에 자리하며 일본 대표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