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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Dec 16. 2019

구독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

모바일 라이트룸과 루마퓨전을 써보며 느낀 점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카메라의 자리를 대신 꿰찬 건 당연히 스마트폰. 한때 나들이를 갈 때면 제일 먼저 챙겼던 게 미러리스 카메라와 렌즈가 담긴 가방이었는데, 쓰지 않는다는 것도 잊고 지낼 만큼 사용감이 없어 모두 헐값에 처분해버렸다.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다 보니, 당연히 보정 프로그램도 모바일용을 찾아서 쓰고 있다. 이것저것 써봤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어플은 모바일용 라이트룸이었다. 빛과 색감 보정 부분도 디테일하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작업한 편집 과정을 데모처럼 따라서 학습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비전문가는 데모 import가 최고 



직접 찍고 따라해보기  





특히 전문가들이 어떤 의도로 그런 값으로 보정을 했는지에 관한 코멘트가 있어서,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전문가가 색상과 빛으로 이미지 형태 잡기라는 콘셉트로 라이트룸을 통해 보정 작업을 했다면, 그런 콘셉트에 어울릴만한 내 사진을 찾아서 같은 방식으로 보정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라이트룸의 고급 기능, 예컨대 복구 브러시 같은 기능을 쓰려면 따로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능이 만족스러워서, 당연히 즐거운 마음으로 결제를 해서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라이트룸을 써서 보정하는 경우가 주기적이지도 않고 양도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데, 막상 구독을 하려니 망설여졌다. 결국 결제를 하지 않고 무료 기능을 쓰는 선에서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쓴 만큼만 내면 안되나요?  





모바일 라이트룸 관련 어도비의 결제 모델을 보면서, 어도비가 지나치게 구독 모델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뭐 프리미어 프로나 포토샵이야 무거우니까 그렇다고 쳐도, 모바일용은 좀 가볍게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구독 서비스의 위기는 어디서 올 것인가


그러고 보니, 어도비뿐만 아니라 최근 상당수의 서비스가 구독 서비스 모델을 들고 나오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광풍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해당 비즈니스 모델이 유행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료로 구독하고 있거나 구독 경험이 있는 콘텐츠 서비스만 해도 꽤 많은 것 같다.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pooq, 퍼블리, 북저널리즘, 멜론 등등, 처음엔 대부분 만족하면서 사용하지만,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뭔지 모를 피로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사실 구독 서비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형평성과 공평성에 있다고 생각된다. 한 편을 보던, 백 편을 보던 동일한 돈을 낸다. 사용량이 다른 데 사용료는 동일한 함정이 내재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광풍이 불고 있지만, 구독 서비스의 위기는 이 부분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소비자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이 부분에서 직감적으로 피로를 느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케이블TV나 IPTV는 이런 구독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케이블TV를 통해 ‘러브 앤 머시’라는 영화 VOD를 단건으로 구매해서 본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에 VOD를 다시 보려고 했더니 재결제를 해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재결제를 해당 VOD만 할 수 없도록 서비스를 변경해 놓은 점이었다. 이제 ‘러브 앤 머시’를 보려면 해당 VOD만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VOD가 포함된 별도의 영화 구독 서비스 패키지를 결제해야 했다. 결국 조금 번거롭지만, 네이버 시리즈에서 ‘러브 앤 머시’ VOD를 구매해서 다운로드했다.  





그냥 단건으로 구매하면 안되나요? 




콘텐츠를 패키징 해서 구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케이블TV의 이런 비즈니스 전략은 당장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서비스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츠 업데이트를 가장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것도 이런 구독 서비스의 함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지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할 뿐이다. 넷플릭스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주거나 혹은 휴대폰과 같이 습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중독성을 갖거나. 두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갖지 못한 서비스가 수익만을 위해 구독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이 눈에 띄고 있다.  





구독 서비스의 함정이 만드는 틈새



구독 서비스의 이런 불편한 진실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허점은 언제나 틈새와 함께 오는 법. 최근 그런 틈새를 잘 파고든 서비스를 예로 들자면 단연 아이패드용 스케치 어플인 프로크리에이트와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용 영상편집 어플 루마퓨전을 꼽고 싶다. 




출처: App Annie 




두 어플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건 루마퓨전. 유료 어플로 3만 7천 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최초 결제만 하면 더 이상 정기적으로 결제를 할 일이 없다. 구독 서비스 형태로 정기결제를 해야 하는 프리미어프로나 키네마스터에 비교해서 기능적인 면이나 활용적인 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지만(개인적으로 루마퓨전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 루마퓨전은 구독 서비스 모델을 선택하지 않았다. 루마퓨전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iPad기준 사진 및 비디오 카테고리 유료 앱 부분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현 시점 아이패드 유료앱 1위 




루마퓨전, 추천을 안 할 수가 없다. 





유료 앱들 중에는 비교적 높은 가격(30$) 이지만, 사람들은 흔쾌히 루마퓨전에 지갑을 열고 있다. 루마퓨전의 성공을 보면서, 다시 한번 구독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과 그로 인해 생겨날 틈새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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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님의 브런치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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