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브랜드’라는 것에 대해 현장에서 느낀 것을 토대로 여러 아티클을 썼습니다. 브랜드를 공부하고 쓴 게 아니라 몇 년간 브랜드 업무를 하면서 깨달은 것을 쓴 것이기에 다소 거친 글도 있었지만 아마 이론적인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방법으로 브랜드를 설명했다고는 자부합니다. 흔히 브랜드나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형이상학적이고 비슷한 것들을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정말 실무자들에게 와 닿는지는 뒤돌아서면 갸웃거리는 브랜딩과는 다른 이야기로 오늘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브랜드를 구축했는지, 혹은 구축하고 있는 중인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죠.
실제로 브랜딩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브랜딩은 시장에서 각인되는 이미지이기에 좋든 나쁜 브랜딩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단 입소문이 날 기반은 마련되었다는 이야기죠. 캐릭터가 시장에서 만들어지면 캐릭터에 맞는 활동을 하면서 강화하고 주변으로 뻗어나가면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극도로 혐오하는 브랜딩이 아니라면 이상적인 범위 안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One of them’이 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데 브랜딩이 잘 구축되고 있는지 평가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우리는 제품/서비스와 브랜딩을 구분하는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매출이 브랜딩이라고 착각하다가 매출이 떨어지고 나서야 아무 구축한 브랜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게 단기 매출 지향 위주의 한국 브랜드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사실 대부분은 브랜딩 구축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다니는 동안에 망하지만 않으면 될 일로 생각하니까요. 브랜딩은 생명과 같아 관리해주지 않으면 시들어버린다고 말은 하지만 브랜딩과 제품/서비스 각각의 성과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일부 산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B2C, GTM에서 아주 직관적으로 간단히 브랜딩을 평가할 수 있는 경험적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그동안 많이 팔았던 주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팔아도 팔리면 브랜딩이 잘 되고 있는 직관적인 증거가 됩니다. 이미 눈에 보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 특별함을 얻은 소비자들의 평가이기 때문이죠. 스타벅스에서 텀블러를 파는 것을 넘어 우산을 팔고 인형을 팔아도 사 갈 사람은 잘만 사갑니다. 제품만 놓고 보면 대단히 비싼 가격이지만 스스럼없이 지갑을 여는 고객, 시즌 한정에 따라서는 줄 서서 구매하는 고객의 모습을 우리는 놀랍게도 지난 몇 년간 보아 왔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신 메뉴가 출시된 것을 잘 모를 수 있어도 굿즈(goods)가 새로 출시된 것을 두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커피라는 제품, 더 나아가 매장이라는 공간을 파는 것을 넘어 브랜드를 팔고 있습니다. 세이렌 로고가 박힌 그것이 주는 묘한 가치는 더 비싼 제품이라고 해도 차별화 요소로 고객에게 지불 여력을 더 높입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만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버립니다.
사실 이런 브랜딩은 주 제품에 대한 높은 고객 신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특별하지 않았다면 굿즈는 당연히 팔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LG 가전제품에 신뢰를 보내는 것도 Apple 신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처음 이 전자제품을 구매해 본 만족감이 신뢰로 남아 그것과 상관없는 김치 냉장고나 인덕션, 시계까지 그 이상의 기대감으로 후광효과(Halo Effect)를 보내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추종자들이 간과하는 것은 주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앞서가는 브랜드의 모양만 따라 한다는 것입니다. 커피는 맛이 없는데 굿즈만 한가득 쌓아놓은 많은 커피 브랜드를 보면서 굿즈에 쌓인 먼지만큼이나 소비자들은 이 매장에서의 특별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무실과 가까워서, 그냥 저렴해서 찾는 매장, 단편적인 제품 하나로만 인식할 뿐 어딜 가든 신뢰로 남는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느다는 것이죠. 초반에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세련된 이미지만 표방할 뿐 비용에 발목 잡히고 질적 성장은 없는 브랜드는 결국 나중에 이르어서야 브랜딩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구매했던 고객이 제품을 입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브랜딩을 구축하지 못한 것입니다. 브랜드는 고객과 교환하는 가치의 배경을 나눕니다. 고객이 파타고니아 재킷에 대해 브랜드의 이념과 이 제품을 왜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할 수밖에 없었는지 물리적으로만 보면 다소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일 거 같은데 두둔하고 있다면 이 브랜드는 훌륭한 차별성을 이룬 것입니다.
물론 다른 아티클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비싼 것과 브랜딩은 상관이 없습니다. ZARA 같은 여성 컨템프러리 저가 의류 브랜드나 아주 저렴한 시장 국수를 파는 가게도 브랜딩은 있습니다. 제품을 사는 행위와 동시에 이미지에 착상되는 어떤 것이 지나간다면 그것은 그 이미지를 함께 산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ZARA가 어떻게 트렌드 한 디자인을 카피하는지, 이 매장에서 여러 번 구매한 물건에 대한 생각과 만족이 이 매장을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게 만듭니다. 물론 더 알면 이 브랜드의 가치와 회장의 성공 스토리가 구매에 더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의 국수 가게도 이 가게 주인의 노력과 인심에 대해 오랜 경험으로 남은 잔상이 국수 한 그릇 이상의 가치로 다가와 자주 찾게 되는 가게로 남았을 테죠.
소비자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헤리티지(Heritage)와 연결됩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상업적 메시지인지 정말 본심인지 고객이 판단하는 시간과 일정 기간 일관성을 갖고 다양한 부분에서 한 방향의 이미지를 추구했는지 고객이 평가하는 시간이 모두 포함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맞는 변곡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상업화로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일반인 계정인 줄 알고 적은 팔로워 수에 유니크한 라이프 스타일에 좋아했는데 가끔 추천하거나 나오는 상품에 어느 순간 긴가민가 하게 됩니다. 이때 어떻게 넘어가는지에 따라 인플루언서를 쓰는 기업의 효과도 달라집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제 팔로워가 많으니 남들처럼 어떻게 할 수 없이 협찬을 한다고 하는 편이 낫지 끝까지 아닌 것처럼 하면 본래의 이미지마저 훼손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제 소비자들도 여러 인플루언서를 보면서 패턴을 쌓았기 때문이죠. 헤리티지가 있는 인플루언서인지는 이때 평가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계속 팔로우하면서 보거나 반응하는지는 협찬을 견디는 것 이상의 이야기가 그 사람에게 있느냐죠. 브랜드도 그렇습니다. 제품과 연결되지 않는 문화 마케팅은 헤리티지로 남기 어렵습니다.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불매 기업이 된 유니클로가 활황 때 저가의 의류를 팔면서 소재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디테일을 보면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마트가 제품을 어떻게 소싱해오는지 원산지 이야기를 제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헤리티지를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두 개의 직관 지표가 브랜딩이 잘 되고 있는 바로미터라면 이 기준은 브랜딩이 안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인 매장이나 영업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실적이 반등하지 않는 것이죠. 사실 브랜딩을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자신들이 정말 브랜딩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향하는 바가 브랜딩이어야 하는 막연한 느낌만 갖고 실제적인 행동으로 연결되는 않는 것이죠. 그래서 막연한 것을 몰라 눈에 보이는 매출 관련 조직들을 깨는 것으로 실적 반등을 추구합니다.
과거 브랜딩이란 게 없었던 회사에서는 특이하게도 브랜딩을 책임지는 마케터나 기획자들이 깨지지 않고 영업팀만 늘 깨지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실적이 나지 않는 원인이 영업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업은 주말을 잊어가면서 매장에 나오고 조금이라도 재고 효율과 매장의 표준화를 위해 게으르게 일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기획이나 마케터는 콘셉트이나 상품의 장기적 전략 없이 하루살이 행동만 하면서 실적이 나올 때는 몇 마디 말로 위기를 피해 가며 다음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죠. 결국 영업이 못 버티고 회사를 나가는 것으로 조직은 그나마 남아 있던 매출의 동력마저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브랜딩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해결은 브랜딩에서 봐야 합니다. 브랜딩의 시작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의 신뢰 가는 차별화된 상품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매장과 재고를 다루는 영업이나 현장 조직이 할 일이 아닌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짜는 조직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단기간 매출이 더 급하니까 마치 차트만 보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몇 푼 안 되는 매출을 영업으로 짜냅니다. 관리자 바뀌거나 영업 바뀌면 곧 가라앉을 매출을 만들면서 브랜드라고 말하고 그 몇 푼으로 브랜딩이 되고 있다는 거짓말을 날립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브랜딩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관리자들은 그런 줄 알고 받아들이죠. 사실 브랜딩에 영업이나 현장 조직이 기여하는 바는 극히 적습니다. 물론 고객 접점에서의 모습이 브랜딩 되지 않으면 좋은 계획도 허사로 돌아가지만 일단 뭐가 있고 그다음에 브랜딩을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 콘텐츠의 브랜딩을 담당해야 할 직무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거나 프로세스 담당자 거나 재무 책임자, 영업으로 인정받은 리더로서 브랜딩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내공으로 어떻게 해 볼 수는 있겠지만 브랜딩을 출발할 상품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브랜딩이 된 증거는 하루아침에 매출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부해서 낡아도 시장에서 고객에게 하나의 캐릭터로 남아 있다는 게 어중 떠 중과는 그래도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기 때문이죠. 브랜딩은 일정 수준의 매출을 담보하고 주식 시장의 가격도 급하게 오르내리지는 않습니다. 브랜딩이 제품 수준보다는 더 큰 차원의 기업 역량임을 알 수 있는 단면입니다. 일단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한데 급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은 아직 그나마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자유 낙하에 진입하게 되면 남은 브랜딩마저 완전히 사라진 것이죠.
자유 낙하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아직 남아 있는 캐릭터가 일부 고객에게 있다면 어떤 요소를 강화할 것인지 찾아야 합니다. 고객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모습, 현재와 접목할 수 있는 과거의 유산이 무엇인지 정리해서 대안을 찾습니다. 그동안 쌓아만 놓고 활용이라고는 푸시 마케팅 밖에 하지 않은 고객 데이터를 보고 대충 몇 개만 읽던 상품평도 분석해서 남아 있는 고객과 이탈해 버린 고객을 입체적으로 누구인지 알고 속마음을 들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결과가 제품이 아닌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큰 차원의 그림, 형이상학적인 비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 낙하는 어느 순간 실적이 급격하게 연속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기울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내부 징후는 제 아티클 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망가지는 9단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대책을 시작하느냐가 브랜드 자산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 결정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드러내면 가장 잘 된 브랜딩의 직관 지표입니다. 보란 듯이 매장에 들어가거나 상표가 겉으로 드러나게 쓰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거나 은근히 인스타그램 사진 귀퉁이에 나오게 올린다는 것이 브랜드를 사용하는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증거입니다. 반대로 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머뭇거리며 매장에 들어가거나 제품이 좋아서 쓰기는 하는데 상표는 어떻게든 가린다거나 많이 쓰지만 특별히 주변에서 물어도 잘 대답하지 않는 것은 디브랜딩 된 증거입니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아직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최악은 드러내지도 가리지도 않는 것이니까요.
아직 브랜드에도 이르지 못한, 브랜드가 있다고 해도 고객에게 사용자에게 전혀 각인되지 않은 상태. 개별 상품과 서비스로만 이용되었을 뿐 파편화된 고객 경험 이상의 연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 매출을 올리지만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탑을 쌓는 상태가 이런 모습입니다. 플랫폼으로 이야기로 이미지로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것이 브랜딩 전략이 해야 할 고유한 영역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 시장에서 어떤 캐릭터로 각인되는지 모색하는 것입니다. 크게 보면 마케팅이고 작게 보면 포지셔닝이죠. 꼭 이런 게 있지 않아도 창업자가 자연스레 한 가지 모습으로 고객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브랜딩입니다. 하지만 창업자가 사라지면 없어질지도 모르는 브랜딩이죠. 우리는 최근 스타 CEO들을 보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평생 다닐 직장이 없는 시대에 평생 남을 브랜딩을 고민하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아닌 것을 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딩은 행사가 아니고 어떻게 각인되느냐의 문제이기에 우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브랜딩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시스템일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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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