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도 바야흐로 스타트업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 8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불 이상의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합계가 30조 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요즘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약 27조 정도 되는데요. 8개 회사라고는 하지만 현대차를 넘을 정도라면 규모면에서도 이제는 스타트업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더 대박인 것은 상승세입니다. 작년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3조 4천억 원이라고 하는데요, 2019년에는 4조 원을 넘을 기세라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큰 금액이냐면…
투자가 한 번 이루어질 때 투자자가 보통 회사 지분의 10~20% 내외를 가져갑니다. 이렇게 투자할 때마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한단계 올려서 평가받게 되죠. 그러니 한 해에 4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투자 받은 회사의 기업가치는 20~40조 원이 늘어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단순 추정이므로 복잡한 계산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러한 신규 투자 규모가 해마다 2~30% 증가합니다.
그 말인즉슨 위에서 설명드린 유니콘의 가치가 수년 내에 삼성전자(시가총액 약 33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굉장히 러프(rough)하고 낙관적인 기대가 섞여있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미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성장세를 보면, 지금 시대의 흐름은 스타트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이라고 나열된 회사의 서비스를 써봤고, 그들의 재무제표가 어떠하다는 소문을 들은 분들은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내가 소문 들었는데 쿠팡이랑 위메프의 적자가 어마어마하대! 근데 얘네들 가치가 1조가 넘어?’
일단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를 논하기 전에 일반적인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가치 평가방법의 분류
회사의 가치평가 방법 중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DCF법(Discounted Cash Flow Method) 인데요, DCF법은 기업의 현재 소득을 바탕으로 그 기업이 평생 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으로 현재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측정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면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시장에서는 신뢰성 있는 평가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DCF 평가의 개념
시장접근법은 유사회사의 시장가치를 통해 평가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아마 주식투자를 하시거나 관련된 책을 좀 읽다 보시면 PER, PBR, PSR, EV/EBITDA 등의 용어가 아주 많이 나오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자세한 개념은 포탈 검색을 통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텐데요, 기본적인 컨셉은 평가하려는 회사와 유사한 회사가 시장(주식시장 or M&A나 투자계약 등이 이루어진 경우 최근시세)에서 인정받은 가치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PSR로 예를 들어보면, PSR은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를 나눈 값인데요, 매출액이 10조 원인데 기업가치가 5조 원이면 PSR은 2배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첨부기사 참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11번가가 작년에 투자 받으면서 약 2.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그 당시 연간 판매금액이 9조원 정도 되었으니, 대략 0.24배의 PSR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시장가치를 인정한다면 비슷한 형태의 영업을 하는 위메프도 0.24배 * 5조4천억(2018거래액) = 1조 원 정도를 기본으로 평가받았을 텐데요. 하지만 실제로 3조 원대로 평가를 받았죠. 왜 그럴까요? 그건 아래에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위의 평가 방법들을 적용하기 어렵다! 하는 경우 보통 회사가 가진 자산과 부채를 시가(Marker price)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에 회사가 지금 청산한다고 가정하면 가진 거 다 팔고 갚을 돈 다 갚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지금 당장 얼마가 남느냐!로 평가하는 방법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외에도 (상속세 등을 계산하기 위해 ) 법령에서 정해놓은 평가 방법이 있긴 한데요. 필요하면 참고 목적으로 고려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신 분이라면 이쯤에서 대략 감이 올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위에 써져있는 방법 다 쓸모없다 제대로 계산을 할 수가 없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스타트업의 특징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정확한 시장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인 회사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러니 이 회사가 최종적으로 얼마의 시장에서 얼마의 점유율을 가지고 얼마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를 명확한 수치로 환산하기가 어렵습니다. 위에서 DCF방법이 기업이 평생 벌어들일 소득의 합계로 가치를 평가한다고 했는데 스타트업은 가정에 가정을 더 해 가정을 해야 하므로 신뢰성 있는 숫자를 뽑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장접근법으로 측정하고 싶어도 비교해서 측정할 수 있는 대상 회사가 없는 경우가 많죠.. 이 또한 불가능합니다.
기존에 있는 시장으로 진입하는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쿠팡이나 위메프도 그렇죠. 기존에 지마켓이나 11번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고, 시장도 성숙했으니.. 시장규모가 얼마인지는 파악이 쉽습니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점을 더하여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하죠. 하지만 기존 업체들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거기까지 크기 위해 여러 산을 넘어야 해요
‘우린 달라!’ 라고 아무리 창업자가 외쳐도 외부에서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그걸 어떻게 믿어?’ 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익이 발생하기 시작한 업체의 경우, DCF평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년간 꾸준히 쌓아온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의 수익을 믿기가 어려워요. 창업자는 연평균 얼마씩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당장 내년에 망할 수도 있고, 수 십배가 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step을 가기 위한 경영진이나 팀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사항들 때문에 스타트업의 정확한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냐라는 물음에 이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된다고 믿습니다. 투자자들은 주로 이런 순서대로 스타트업의 가치를 평가를 합니다.
현재의 사업에서 DCF 방식, 시장가치법(EV/EBITDA , PER, PBR 등.. ) 등을 활용하여 최초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물론 각 숫자를 뽑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가정(if)이 필요할 것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Tool을 이용해 너무 과대평가 되거나 너무 과소평가되지 않도록 중간 값을 찾아줍니다.
최초 가치평가 예시
다만 이러한 고유가치를 평가할 때는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대표적인 가정이라면 이러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1) 최종 시장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이 회사는 얼마만큼의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을까?
2) 이 회사의 손익구조를 고려할 때 총 얼마만큼의 순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서두에 말씀드린 쿠팡과 위메프의 경우 가치 평가를 위한 미래 사업 계획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급성장 중이라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언제쯤 안정화가 될 것이고, 그때쯤엔 비용구조를 이렇게 개선할 것이며, 연평균 얼마 정도의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정도의 내용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그 내용이 무척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조 단위 투자가 이루어졌겠죠?
최근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M&A가 늘어나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전략적투자(SI) 등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목적의 투자라면 그 시너지의 가치도 측정하여 기업가치에 더해줘야 합니다.
최근 야놀자가 숙박 및 레스토랑 예약 앱인 데일리호텔을 인수했습니다.
야놀자는 데일리호텔을 인수할 때 데일리호텔 자체의 수익성도 고려했겠지만, 다음과 같은 시너지를 더 크게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1) 규모의 경제 : 데일리호텔은 인수전에도 숙박 앱 3위로 평가되었지만, 야놀자는 압도적인 가입자를 보유한 숙박 앱입니다. 즉 데일리호텔은 별다른 마케팅 비용 없이 훨씬 많은 가입자에게 노출되어 매출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 전략적가치 : 데일리호텔은 호텔과 레스토랑 예약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야놀자에게 부족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야놀자가 숙박, 레저, 모빌리티, 레스토랑 등 종합 패키지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야놀자의 브랜드가치와 충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장 서두에서 설명드렸던 바와 같이 국내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매우 급증하고 있고, 실제로 투자펀드가 많이 결성되며 많은 VC들이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변동인데요. (투자할만큼 괜찮은) 스타트업의 숫자 보다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더욱 빨리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괜찮은 업체에 대한 평가 금액이 점점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위에 첨부드린 위메프의 가치평가 관련 기사에도 그런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VC입장에서는 투자하고 싶은 회사의 가치를 100억으로 산정했더라도, 함께 투자하고 싶어 하는 경쟁 VC가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150억.. 160억.. 이런식으로 가치를 올려놓고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트업을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10개 업체를 투자하면 5개는 망하고, 3개는 본전 치기, 남은 2개는 10배 수익을 거둔다 ‘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여기는 반드시 성공할 회사야! 라고 판단하더라도 적정한 수준의 수익률이 안 나오겠다고 예상되면 투자를 안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즉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너무 비싸게 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을 예로 들면,
만일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상장 후에 1천억 원 정도의 가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럼 시리즈 A단계에서의 기업가치는 50억~100억 원 범위 안에서 결정이 되어야 할 것이고(10~20배 수익을 거두어야 할 것이므로), 시리즈 B에서는 125억~167억 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결정하여 투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잠재가치를 평가하는 것에도 많은 가정과 불확실성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투자자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면들을 함께 고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회사의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VC들은 최종적인 잠재가치에 따라 현재 라운드에서의 투자금액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야놀자의 사례처럼 여러 인수합병을 통해 크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을 세우거나, 국내에서 사업을 안정화시킨 다음 어떻게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을지 에 대한 계획을 가지는 등 현재의 사업 이후 어떻게 회사를 크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은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에 있어서 좋은 무기가 될 것입니다.
어느 팀이나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이 있다면 그것은 단점이 아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겠죠
‘저희는 기술은 완성단계인데 마케팅 역량이 부족합니다. 시장에서 보니 이러이러한 사람이 있는데 고용하는 데 얼마 정도 들 것 같습니다. 투자가 완료되면 그분들과 협업하여 마케팅 강화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모 대기업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해왔는데 그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보완하겠습니다.’
아예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면 기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경쟁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기업가치가 어떤 기술이나 강점에 따라 그렇게 평가되었는지 연구하고, 우리의 차별화 요소를 강조해준다면 매력적인 회사로 보일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회사는 ‘내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회사’라고요. 즉 회사가 추가 투자를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거나, 많은 투자자들과 연결되어 있어 경쟁을 통해 투자를 해야 한다면 다소 오버페이 하더라도 투자를 하고 싶을 것입니다.
참고도서
<스타트업 펀딩> , 더멋 버커리 지음, e비즈북스, 2013
해당 글은 파인드어스 이재용 교육본부장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