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최근 머니투데이에서 주최한 ’키플랫폼 2016’에 사회자로 참석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중국, 인도의 뉴미디어 플레이어들과 함께 미디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하는 시간을 가지는 자리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사에 나왔으니 생략하고… 세션이 끝난 뒤 엔터테인먼트 관련 뉴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모 임원이 저에게 다가와 아래와 같이 문의하더랍니다.
여기서(여의도) 명동으로 갈려면 버스가 빨라요? 아니면 지하철이 나아요?
질문에 답을 하면서, 문득 최근 발표된 중국 최대 택시앱인 디디콰이디가 카카오택시와 제휴 논의 소식이 데자뷔처럼 떠올랐습니다.
카카오는 디디콰이디 제휴를 통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양국에서 콜택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앱에 미터기를 장착해 택시비 결제를 카카오페이나 알리페이로 하는 식이다. 다만 양사 논의뿐 아니라 양국의 콜택시앱 결제 규정이 완화되어야 하는 절차가 있다. - 카카오택시, 중국 콜택시앱 제휴 논의
디디콰이디는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최대 택시 앱 서비스인데요. 대표적 택시앱인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합병한 뒤 중국 시장을 독과점하기에 이릅니다.
디디콰이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무려 80%다. 지난해 탑승객만 14억3000만에 달한다. 중국인 대부분이 한 번쯤은 디디콰이디를 이용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 전체 택시 이용객 갑절에 해당한다. 우버가 세계에서 태운 고객 수가 10억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디디콰이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디디콰이디는 버스, 기업 통근 버스 등을 함께 서비스하고 있어 직접 비교가 무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미있는 수치다. - 디디콰이디(전자신문)
중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디콰이디가 왜 카카오택시와 제휴를 논의하고 있을까요. 중국 관광객을 통칭하는 요우커(游客)의 여행 패턴이 단체에서 개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급호텔 이용은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비즈니스호텔이나 중저가 호텔들의 예약률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체관광 대신 개별관광을 선호하는 유커가 늘면서 쇼핑 관광 대신 볼거리와 먹거리 위주의 테마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면세점과 백화점에 몰리던 유커들이 마트와 전통시장, 강남과 홍대 쇼핑거리로 분산되면서 서민경제에는 도움이 되는 상황. 다만 알뜰해진 탓에 유커들의 신용카드 지출액은 2014년에는 6조1천315억원에서 작년에는 5조6천억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 씀씀이 줄고 개별 관광…달라진 유커 잡아라(연합뉴스)
단체 관광을 할 경우엔 교통, 식사, 쇼핑 등 대부분의 여정을 여행사의 가이드가 해결해줍니다. 인천공항이나 명동 길거리에서 깃발을 들고 있는 가이드가 45인승 버스에 관광객들을 태우고, 식당 및 면세점에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면세점에서 결제할 때 사용하는 알리페이 바코드 정도를 빼고는 다른 모바일 서비스가 들어갈 여지가 없게 됩니다.
요우커들의 해외 여행 형태가 '단체'만 허용됐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해외 관광에 있어서 개별여행을 규제했기 때문에 이러한 '깃발 부대(?)'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가 풀리고, 한국 측에서도 비자 발급 과정과 기간을 간소화한 덕분에 개별 관광 형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요우커들의 제주 관광 현황.
제주관광공사(사장 최갑열)는 지난 8일 발표한 ‘2015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국인 관광객의 지난해 체류기간은 4.47일로 2014년 4.46일 보다 늘었다. 이번 조사 결과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은 총 262만4260명이다. 이 중 중국인이 223만7363명으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일본 5만9233명 등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관광객은 38.3%로 2014년 18.1%에 비해 20.2%포인트 증가했다. - 작년 중국인 제주 개별여행 증가…38%로 전년보다 20%P(뉴스1)
구매력이 있는 빠링허우(80后), 지우링허우(90后) 같은 2030세대의 개별 여행이 증가함에 따라 교통, 쇼핑 등의 영역에 빈틈이 생기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가이드가 대신 버스를 대절해주고, 음식점을 안내해줬다면, 이제는 스스로 여행 계획을 짜고, 블로그 등에서 찾아낸 명소로 직접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빈틈을 노리는 스타트업들도 있습니다. 요우커의 국내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짜이서울, 의료관광을 대행하는 어게인트웬티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죠.
중국 IT 기업들도 이러한 빈틈을 노리고 하나 둘 들어오고 있습니다.
알리페이가 대표적이죠. 이미 국내 2만~3만 곳의 점포에서 알리페이로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요우커들은 일부 매장에서 유니온페이 가맹점에 한해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얼마 안 지나 알리페이의 세상이 오게 됩니다. 이의 배경에는 국내 금융권, 소호상점 등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컸죠.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결제는 표면 중의 표면일 뿐. 그 뒤를 물류, 마케팅이 연결하고 있다. 출처: 알리페이 글로벌
과거엔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한국에 진출한다고 하면 국내 기업은 물론 행정기관에서도 시쳇말로 '긴장'을 탔는데요. 이와는 사뭇 다른 반응입니다.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중국의 서비스들에는 열린 마음으로 제휴를 하고 있는 것이죠. 수익으로 직결될 테니까요.
요우커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태국, 일본, 프랑스 등 비자가 허용된 나라들 모두 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죠. 이에 따라 해외 각국에 지사를 세운 뒤 방문객들의 숙소를 담당하고자 하는 중국 여행, 숙박 관련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요우커들이 중국 기업의 해외 현지 시장 진출에 대해 윤활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이 더 많은 돈을 쓸 수만 있다면 어떠한 서비스든 붙이고자 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BAT로 대표되는 중국 거대 IT 기업에 더불어 스타트업 규모로 시작했던 기업들이 요우커의 꽁무니를 쫓아 하나 둘 해외 시장에 안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