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재석 모비인사이드 디렉터
최근 중국 IT기업이 공격적으로 한국 인재를 채용하면서 이와 관련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논조는 ’불편함’과 ’우려’로 점철돼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랄까요.
같은 추세는 특히 게임업계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게임업체 넷이즈다. 이 업체는 지난 2014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단순히 국내 영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유능한 개발자와 아티스트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카트라이더를 비롯해 대표적인 한류 게임들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특히 중국업체들의 인재사냥 대상이되고 있다”며 “이들은 보통 한국에서 연봉 3,000만원 가량을 받아왔는데 중국업체들은 1억원대의 파격적인 연봉이나 게임 수익 배분과 같은 파격적인 제안을 하니 개발자들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中게임업체, 억대 연봉 미끼로 국내 개발자 낚아채
미끼라니.
유독 이러한 비판은 ’중국 기업’을 향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기업에서 한국 인력을 핵심 멤버로 데려갈 때는 종종 뉴스를 통해 보도까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와는 다른 양상이죠.
불편함의 시초는 2000년대 초 중국 기업이 한국 반도체 핵심 인력을 빼가거나, 불법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최근 정보망에 포착되는 산업스파이 사건의 특징은 막대한 피해가 뒤따르는 ‘핵심기술’의 유출 시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S사의 한 임원은 “휴대전화 제조 기술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로 줄어든 것은 80%가 산업스파이 탓이다”고 말했다. - “알짜만 쏙” … 눈뜨고 기술 빼앗겨 ‘으악’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국은 후발 중의 후발주자였죠. 산업스파이들이 한국 기업의 핵심 정보를 중국에 넘겼다는 것 역시 선발과 후발의 격차를 방증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은 지는 한참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게임 개발 인력을 빼간다는 보도가 나왔으니, 게임 시장부터 논해볼까요.
시장조사업체 슈퍼테라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모바일게임 시장규모 1위는 중국입니다. 무려 65억3000만 달러(7조8000억여원)를 달성했죠. 전년 대비 무려 46.5% 성장한 수치인데요. 이는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규모입니다. 게임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4위(19억 달러)에 그쳐 있습니다.
* 관련 기사: 세계 시장도 '모바일이 대세'…中 성장세 눈길(디지털데일리)
만약 자신이 게임 개발자라면 빠르게 산업이 성장하고, 그만큼 규모도 거대한 나라에서 일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심지어 연봉도 3배 이상 높여준다는 데요.
인력 유출이 되면 국력 손실 아닐까?
이러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러한 질문을 유독 중국 기업을 향해서만 제기하는 것은 이중잣대가 아닐까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이미 세계를 하나로 연결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유수의 벤처캐피탈(VC)이 수백, 수천억의 돈을 풀어 국내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기술, 아이디어, 서비스를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연결짓고, 이식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 진출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자사 서비스의 경쟁자는 이미 글로벌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들의 많은 숫자는 글로벌 기업의 지사거나, 지분의 대부분이 외국계 투자사에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은 알리바바입니다. 온라인 게임과 소셜미디어 영역의 1위는 텐센트입니다. 심지어 최대 드론 기업은 DJI. 중국 기업이죠. 이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부분에서 중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실리콘밸리로 이직하는 것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줘야 하는 건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종종 듣습니다. 과연 중국이 우리가 경쟁해서 이겨내야 할 상대인 것인지, 아니면 어깨에 올라타서라도 성장해야 하는 관계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력의 이동을 논해야지 유출이라는 잣대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참, 잃을 게 있긴 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