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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n 11. 2020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하는 나라


중국은 QR코드 강국이다. 식당, 공공자전거 대여, 자판기, 길거리 노점상 등 중국 내 거의 모든 곳에서 QR코드를 마주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 거지들은 QR코드로 동냥을 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필자 역시 중국 교환학생 시절, 이 상황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다. 잔돈이 없다는 뻔한 말은 QR코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QR코드를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신용카드라는 결제수단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중국에서 QR코드는 왜, 어떻게 이렇게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육하원칙을 통해 알아보자. 





무엇을?


QR코드는 Quick Response의 약자로 빠른 응답을 얻을 수 있는 코드를 의미한다.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로 구성되어 1차원인 바코드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바코드의 경우, 전용 단말기를 상품 판매자만 소유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바코드를 이용하여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QR 코드의 경우,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마케팅, 홍보, PR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언제?


QR코드는 1994년 일본의 ‘덴소웨이브’라는 회사에 의해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다행히 해당 기업이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아 현재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1993년 본격적으로 QR코드를 도입하였다. 결정적으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의 시장 점유 경쟁이 빠른 상용화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2012년까지만 해도 약 4%에 그쳤던 모바일 결제 비율은 2019년 기준 71%로 급 성장하였다.





누가?


중국의 QR코드를 언급할 때 중국 거대 IT 기업 양대 산맥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QR코드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 이끌어간 기업은 알리바바이다. 알리페이는 2004년 창시되어, 2011년 QR 코드 결제 방식을 시작했다. 위챗페이 같은 경우 알리페이보다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14년에 출시되었지만, 메신저인 위챗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다)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였다. 2019년 기준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약 54%, 위챗페이는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O2O 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인수, 보조금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어디서 / 어떻게?


중국 내에서 QR코드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을까? 식당, 길거리 노점상, 공공자전거 대여, 자판기까지 중국의 도처에서 QR코드를 마주할 수 있다.


중국에서 모든 구매 활동은 “싸오이샤 (스캔해 주세요)”라는 한마디면 끝난다. 매대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금액을 입력하고 스마트폰에 지문 인증을 하는 것으로 끝이다. 반대로 손님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신의 고유 QR코드를 띄운 뒤 점원에게 인식시키는 방법도 있다. 상점 입장에서는 거스름돈을 준비할 필요 없어 편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갑을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서 편리하다.


최근 QR코드는 O2O 서비스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ofo, 디디추싱 등 QR코드를 이용한 자동차, 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항저우 어느 주차장에서는 주차 위치마다 QR 코드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고 한다. 주차를 마친 고객이 이를 스캔하면 나갈 때 따로 정산할 필요가 없다.


   



QR코드의 활용은 광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빌리티 광고, 빌보드 광고 등 한정된 영역안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복잡한 중국어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거의 모든 광고에는 QR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사람들은 QR코드를 스캔해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은 QR코드를 사용해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 대중교통 탑승, 공공장소 입장에 의무적으로 QR코드 스캔을 의무화해 정보를 수집한다. 알리페이는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세 가지 색의 QR 코드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장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QR코드 사용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


QR코드는 왜 유독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결제 단계는 현금에서 신용카드, 그리고 모바일로의 발전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신용카드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모바일 결제 상용화로 넘어갔다. 왜 그럴까? 바로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신용카드를 발급하려면 개인의 신용 정보에 기반한 신용평점과 신용등급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 14억 명에 이르는 나라이다. 중국 신용조회 회사가 전 국민의 신용 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신용카드 사용에 있어서도, 사용 시마다 비번을 입력 필수, 높은 수수료 등으로 모바일 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실제로 중국 내 QR코드가 활성화되었던 2014년 기준 1인당 신용카드 보유율은 0.03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신용등급이 필요 없고, 낮은 수수료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모바일 결제는 매우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둘째, 복잡한 중국어이다. 중국어는 표의 문자이다. PC 혹은 모바일 기기 이용 시 복잡한 한자 병용을 입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병용을 가진 한자가 많아 일일이 골라 입력하는 것이 매우 번거롭다. 이에 반해 QR 코드는 스캔만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었다. 이러한 중국 내 QR코드의 인기는 위챗의 음성 메시지 기능이 인기를 끈 이유와 마찬가지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QR코드는 중국어의 불편함에 대한 수요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생활 속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맺으며


중국에서 QR코드는 단순히 기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어에 대한 불편함, 복잡한 금융 시스템으로 인한 수요에 딱 알맞은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간편 결제 수단을 넘어 O2O 시장을 이끌고, 재난 상황에서 공익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의 QR코드, 앞으로 QR코드를 기반으로 또 어떤 시장이 나타나고, 성장할지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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