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도래는 언택트(비대면) 문화의 서막을 열고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이 기반이던 공연 문화는 온라인으로의 섬세한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온라인 공연문화의 진화를 놓고 긍정과 부정 평가를 동시에 내리며 대중과 만남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고심을 거듭 중이다. 이는 올해 3월 열리기로 했던 록 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라이브 콘서트가 무산 되었고, 이어 현재까지도 많은 내한 공연(뿐만 아니라 대다수 여러 형태의 공연들)이 취소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류는 그간 수많은 질병에 맞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처해 왔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껏 마주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코로나 19바이러스는 인류의 보편적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언택트(untact) 문화’이다. 역사를 통틀어 인류의 발전은 사실 ‘콘택트(contact)’라는 실질적 접촉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동안 인류는 인간과 인간이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경제, 문화적 발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접촉 라이프’가 중요해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 인간은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야만 하는 막다른 길에 들어서 있다. 교육, 경제, 문화 등 인류 모든 삶의 행위 속에서 언택트라는 용어는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뮤지션의 공연을 ‘라이브 콘서트’라고 부른다. 이 행위의 여러 요소 중 가장 핵심은 ‘동일 공간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동감 있는=live’라는 수식어가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감염이라는 위험성을 내포한 위협적인 용어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고대했던 그린데이 공연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여럿이 함께 즐기기를 원했던 모든 무대가 취소되고 있다. 전 세계 뮤지션들은 ‘라이브’라는 수사를 붙이는 모든 행위를 금지 당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이제 뮤지션들도 방구석에 고립되었고, 팬들 역시도 방구석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또 다른 콘택트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재인용: 비대면 콘서트-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콘택트) 처음 시작은 일종의 위로였다. 답답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였을 것이고, 혹은 전염병 대유행과 맞서 이웃을 위한 위로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 곳곳 수많은 사람들의 평온했던 일상은 흔들렸지만 삶은 지속되어야 했다. 전국에 이동 금지령이 내려진 이탈리아에서 주민들이 창밖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함께 합창을 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었다. 우연히 시작된 이 ‘언택트’ 라이브 연주의 위로는 코로나19를 이겨 내어야만 하는 삶에 작은 공연이었지만, 큰 울림이 되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때에 음악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최고의 약이다. 침묵을 깨자!’ 와 같이 음악으로 치유를 시작한 그들의 모습에서, 비대면 콘서트 이른바 온라인 콘서트가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지금 공연 업계는 언택트를 베이스로 한 콘서트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즈음 지구촌 이웃을 위해 가장 큰 위로의 온라인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지난 4월18일 개최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이다. 이는1985년 아프리카 기아 대책을 위해 영국과 미국의 17만 관객 앞에서 펼쳐졌던 ‘라이브 에이드Live Aid’의 온라인 버전에 비견할 만했다.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기획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콘서트에는 셀린 디온, 폴 매카트니, 엘튼 존을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뮤지션 60여 팀이 참여했다. 그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장장 8시간에 걸쳐 릴레이 온라인 콘서트를 펼쳤으며, 화려한 무대도 아닌 소박한 공간에서 그들은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랜선으로 전파했다. 물론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기업 CJ ENM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펼쳐질 온라인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택트 2020 서머(KCON:TACT 2020 SUMMER)’ 의 최종 콘서트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일주일 간 진행될 ‘케이콘택트 2020 서머’의 K팝 콘서트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기술과 적극적 관객 참여로 온라인 콘서트의 강점을 극대화 한다고 말했다. (재인용: 아이즈원·ITZY부터 강다니엘까지…언택트로 즐기는 K-POP ‘열기’)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부르는 떼창을 즐길 수 있는 팬 피처링 무대, 팬들의 실시간 투표로 결정된 사항을 아티스트의 무대에 반영하는 스페셜 스테이지, 팬들의 메시지로 만들어가는 ‘팬 송 (Fan Song)’ 등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듯한 현장감을 살린다는 것이 이 계획의 목표다. 총 32팀의 아티스트들이 일주일간 매일 다른 콘셉트의 가상공간에서 시간과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물론 세계 각지의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편, 최근 가요계의 태풍이 되어버린 트로트 음악 장르에서 sbs의 ‘트롯신이 떴다’는 방송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스크린이 360도로 가수들을 에워싸고 청중과 함께 호흡하며 온라인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자이크처럼 조각이 모인 원형의 대형 스크린에 각자의 집에서 무대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빼곡하게 차 있다. 관객은 국내 팬뿐만 아니라 캐나다, 일본,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각국의 글로벌 팬들까지 접속하고 있다는 것이 SBS 측의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 ‘트롯신이 떴다’는 최초로 트로트 랜선 버스킹(랜선킹)을 기획하여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재인용: ‘트롯신이 떴다’, 전 세계 랜선 버스킹 성료…포맷 저작권 등록 추진) 이처럼 언택트 공연은 오프라인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협력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콘서트 ‘Beyond Live’는V라이브 플랫폼 속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무대 공간을 배경으로 다각적인 카메라 워킹과 화상연결을 기반 인터랙티브 소통 등 비대면 채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연감을 구현했다. 또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위버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방콘’을 마련하여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한 공연 연동형 응원봉 퍼레이드를 글로벌 단위로 선보이면서 그 매력을 더 하기도 했다. 여기에 엔터 회사인 안테나가 펼쳤던 릴레이 라이브 ‘에브리씽 이즈 오케이’는 유튜브 기반 스트리밍 공연을 통해 대중의 관람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즉 언택트 공연은 공연장이라는 공간 배경이나 시스템 운용 부분의 제약을 없앰으로써 관람객, 공연 주최자 양측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띤다.
사실 이미 우리들은 랜선 즉 온라인을 통한 유튜브에서의 음악을 일찍부터 체감하고 있었기에 랜선(온라인) 콘서트 또는 비대면 콘서트에 대해 이미 공유 중인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분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전문 유튜버인 ‘제이폴라’같은 가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유명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면서 구독자만 1500만에 이른다. 특히, 제이 폴라처럼 유튜브 시대에서 K-POP이 세계의 젊은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연구 보고서가 많다. 즉 한국 입장에서 한류의 가장 큰 핵심은 K-POP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는 950여 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고, V앱 방송은 450여 차례를 넘었으며, 콘텐츠들은 공개된 지 몇 시간 만에 영어로 번역되고 다시 수십여 개의 언어로 번역 돼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모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영상이며 랜선(온라인)을 이용한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유튜브는 특히 동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케이팝이 인기를 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음악적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보편성을 갖추되 음악 외적으로는 로컬(지역적인)의 특색을 띠는 것이 케이팝의 매력이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유튜브의 확산으로 과거에 비해 시각적 이미지가 더 중요해졌다’며 ‘(음악의 질적 향상은 물론) 음악 외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시대에 케이팝의 뮤직비디오나 무대 등에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라곤 할 수 없지만 해외 수용자들은 한국적인 요소로 인식을 한다’라고 분석했다.
사실 음반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특정 가수나 장르가 음악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흐름도 사라진 상황에서 이 교수는 ‘음악을 듣는 방식이 모바일 스트리밍 중심으로 바뀌며 음악 시장이 세분화, 다변화되었다’, ‘케이팝은 특히 유튜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해외 팬들은 남들과 다른 신선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나 응집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케이팝 관련 온라인, 모바일 채널 이용이 미주 권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재인용: 유튜브 시대의 케이팝, 新한류 이끈다) 이는 랜선(온라인)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즉 통신 인프라와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한국 트로트 장르의 태풍을 몰고 온 ‘미스터트롯’의 후속프로그램인 ‘사랑의 콜센터’에서는 해외의 수많은 팬들이 수천 통의 전화연결을 시도하고 있고, 여기 출연한 TOP7 가수들은 지금 유튜브 조회수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통신 인프라의 결과이고, 시청자들 역시도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또는 녹화된 영상을 온라인으로 즐기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가 있다고 하더라도 애로점은 있다. 대기업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높은 완성도의 공연을 보다 자연스럽게 마련할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여력이 부족해 기존 영상 플랫폼 그대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기업군 규모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소규모 단위가 많은 까닭에 플랫폼 독점 한계에 부딪칠 수도 있다. 또 그에 따른 공연 대관료나 시설 운용 비용 증가도 발생하기도 하며, 공연 현장감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도 난제 중의 난제다.
그리고 아무리 현실 공간과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실제 공연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이 뭉쳐서 일선 공연 현장에서 펼쳐지는 떼창 등과 같은 교감은 사실상 어렵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아티스트의 열정적인 무대로 이뤄지는 콘서트의 매력이 단순히 콘텐츠 관람 정도로만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음악 문화 자체보다는 시선과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만 집중하게 되는 우려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언택트 공연은 최신 정보기술(IT)을 토대로 기존 공연문화의 한계점을 극복할 획기적인 대책이자 K 팝의 다각적 발전을 유도할만 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아티스트와 음악, 공연 자체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하기에 언택트 공연이 문화계 주요 요소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노창환 대중문화 전문가는 ‘공연 문화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현장에서 주고받는 합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K팝 한류의 확산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서 비대면 또는 온라인 콘서트는 긍정적이지만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의 노력과 이를 응원하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길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꾸준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 비대면 또는 온라인 콘서트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투자해야 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안이한 판단에 불과하기에 비대면 콘서트가 현장 라이브와 같은 생생함을 높이고, 한류의 핵심인 K-POP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공연 업계는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해외 공연과 활동, 해외 팬덤의 왕성한 소비 등을 기본으로 하는 글로벌 산업으로 탈바꿈한 한국 대중음악산업에, 국가 간의 왕래가 사실상 차단되는 지금의 상황은 어마어마한 공포가 될 수도 있다. 언택트 시대는 오프라인 중심의 매출 구조가 갖는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튜브, 음원 서비스 등 디지털 분야는 대중음악 산업계에서 마케팅 및 프로모션의 도구였을 뿐, 사실상 주요 매출원으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행히 방탄소년단 등 최근 K-POP을 이끌고 있는 그룹의 경우 이미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K-POP의 전 세계 팬덤은 디지털 기반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팬미팅 대신 영상 팬미팅,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 스트리밍에서 소장용 앨범 등 다양한 언택트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갑자기 바뀐 환경에 대한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노력과 아티스트 역시도 적극적인 노력의 모습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과 아티스트들을 독려만 하면 되는 것일까? 디지털의 범용적 활용의 틀 속에서 수익원도 아니고, 단지 프로모션의 도구였었던 언택트 기술을 바탕으로 최선의 관객을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현재를 뚫고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이제 기술은 인간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이미 많은 부분의 기술이 삶 속에 녹아있다. 그러나 사용자인 인간 역시 기술에 녹아들어야만 그 속도가 빠르게 진화 발전되어 익숙해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Gil Park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