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팀 멤버들에게 2019년도 상반기 종합 평가에 대해서 피드백과 함께 메일을 보냈다. 일본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 나도 벌써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평가 점수를 메일로 보낸 적이 없었기에 떨리기도 했고 상처를 받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평가 제도를 통해서 각 멤버들의 정성적인 부분과 정량적인 평가가 회사와 제품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있기에 조금은 냉정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팀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메일을 보낸 후 생각해보니 우리 회사도 스타트업으로서 이제서야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토대로 성과 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고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였기에 지금 느낀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일본 스타트업 풀러는 작년 즈음 인사팀을 만들고 채용, 직원 관리, 성과 평가 등 조금 늦게서야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50명 즈음에서 90명의 규모까지 불과 반년 만에 인원이 급격하게 증가해서 인사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각 멤버의 성과 평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평가 기준의 가시화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풀러는 일본 IT 기업 중에서도 특이하게 1년에 2번 상여금(=보너스)을 준다. 내가 다녔던 전 직장 사이버에이전트는 상여금이라는 명목은 있었지만, 고정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 IT기업들은 연봉 책정이 높게 잡는 반면 고정적인 상여금 제도는 없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상여금은 기업에 따라서 고정된 기간에 주는 기업도 있고, 실적 기반으로 목표 달성 시에 주는 기업과 고정된 상여금이 없는 기업 등 다양하게 있기에 일단 내가 경험한 일본 IT 기업은 주는 곳, 안주는 곳으로 나누어졌다. 한국 스타트업은 상여금 제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작년부터 인사팀에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에 가장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채용과 평가였다. 작년에는 채용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해는 평가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앞으로 개선하였으면 하는 부분에 대한 히어링과 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사 평가 방법 등을 참고하여 풀러에 가장 적합한 인사 평가 방법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풀러에서는 반기마다 각 멤버의 종합 평가가 이뤄지며 기량(Skill) 평가, 성과(Performance) 평가, 사업 실적 평가를 기반으로 종합 평가가 이뤄진다. 진급 및 승급은 기량(Skill)과 성과(Performance)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상여금은 성과(Performance)와 사업 실적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기량(Skill) 평가는 각 직무 책임자(CTO, CDO etc.)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해당 기간 동안 본인과 가장 밀접하게 업무했던 멤버를 평가 보조자로서 선정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평가 대상자에 대해서 직무 책임자가 깊게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보조 평가를 할 수 있으며, 평가 대상자가 평가 내용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평가 보조자를 인터뷰에 참가시켜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평가가 있긴 했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형식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고 회사 상황에 맞게 급여 책정 및 상여금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임원 및 인사팀에 피드백을 몇 번 했었고 진척이 없는 줄 알았는데 올해 1월부터 조금씩 움직여서 각 직무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 해당 직무에 속한 멤버들에게도 피드백을 받으면서 부족하지만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IT 업계에서는 다양한 직무의 멤버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있기에 해당 직무의 기량(Skill) 평가 만으로 각 멤버를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직무별로도 특징이 있기에 가장 적합한 평가 방법을 고안해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멤버들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하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다.
2019년 상반기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 각 직무별로 책임자와 매니저가 인사팀과 함께 평가 기준을 만들었다. 나도 PM으로서 성과 평가 설계에 참여하였는데 Product Manager의 성과 평가 기준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고민을 하였고 어떤 기준을 만들어 갔는지 언급해보고자 한다.
각 직무별로 업계 평가 기준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던 평가 기준은 시기와 각 사업 특성에 따라서 다를 것으로 생각되기에 내가 고민했던 부분의 기준은 SaaS 업계의 빅데이터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PM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었기에 글을 읽는 데 있어서 참고해 주길 바란다.
Product Manager로서 회사 내 PM 직무를 맡고 있는 멤버들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기사를 리서치하고 인사팀과 논의하면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Grade를 6단계로 나누어서 각 Grade마다 간단한 의미 설명과 평가 기준을 가시화함으로써 본인의 Grade에서 상위 Grade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량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게 하였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본인의 업무 실적이 상위 Grade로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의식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사내에서 참고하였던 부분은 엔지니어의 기량(SkIii) 평가 기준이었는데 엔지니어는 기량뿐만 아니라 각 Grade별로 이상적인 인재상을 작성하여 본인이 해당 Grade의 기량(Skill)과 인재상에 적합한지 스스로 평가하고 직무 책임자와 어떻게 하면 상위 Grade로 올라갈 수 있는지, 현재 Grade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등 인터뷰와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기에 이 부분을 최대한 벤치마킹하고자 하였다. 엔지니어 및 디자이너는 기량(SkIii) 평가에 있어서 개발 언어, 사용 가능한 개발 툴, 개발 프로세스, 작업 퀄리티, 작업 기한 설정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각 사업 및 팀 특성에 맞춰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프로덕트 매니저(PM)에 대한 평가 기준은 명확하게 이것만 잘하면 된다는 부분을 정의하기가 어려웠기에 많은 고민을 하였다.
평가 기준을 만들기에 앞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한 다양한 정의 중에 아래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어서 PM들에게 공유하고 존재 이유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Product Manager is the ultimate person responsible for the success of the product — he/she makes the ‘magic’ happen. Help your team (and company) ship the right product to your users.
위에서 언급된 PM의 중요한 역할은 제품을 사용자에게 잘 전달하고 성공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기량(Skill)이 달라진다는 것을 2년 동안 PM으로 일해보니 알게 되었다.
프로덕트 매니저(PM)의 평가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 등을 조사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찾기 힘들었다. 구글에서 영문으로 검색하니 다양한 사례 및 커리어 성장에 필요한 기량(Skill) 등에 대해서 약 5년 전부터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해외 기사 및 평가 방법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면서 일본 스타트업과 PM 직무에 가장 적합한 평가 기준과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이번에는 프로덕트 매니저(PM)의 평가 목적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작성하여 각 PM들에게 공유하였다.
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는 개인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제품 그 자체를 성장시키는 존재이다. PM이 성장한다는 것은 조직과 제품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과 같다. 거시적인 목적으로서는 풀러의 사업 확대를 위해서, 미시적인 목적으로서는 제품 개발의 성장을 위해서 풀러내에서 PM의 커리어 성장을 적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평가 목적으로 한다.
해당 평가 목적은 일정 시기가 지나거나 사업 및 직무 책임자가 바뀌는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바뀔 수도 있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작게나마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각 PM들과 인터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회사 내에서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는지 평가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멤버들로부터 받았었다. 그렇게 질문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간단하게 답변을 하였지만 나로서도 납득이 안 가는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멤버들의 이러한 의견을 팀 리더로서 수렴하고 회사 임원 및 해당 부서에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성장하고 회사 소속 인원이 늘어남으로써 각 멤버들이 열심히 노력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의문이 불만으로 바뀌고 개선이 되지 않는 상황을 뒤로하고 결국 회사를 떠나는 멤버들도 많이 봐왔었다.
각 멤버들이 맡고 있는 직무 내에서 현재 어떤 위치에 있고 사업과 제품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기량(Skill)과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직무 책임자와 팀 리더는 명확하게 답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평가 기준에 대해서 자세히 작성하고자 한다. 1년에 2번 있는 각 멤버의 평가 기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Jayden님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