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3월, 일본에서 무인 매장이 공식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무인 매장은 JR 야마노테센의 다카나 게이트웨이 역에 위치해 있다. ‘Touch To Go’라는 이 무인 매장은 JR 동일본과 포스트 사인간의 조인트벤처로 시작됐다. 지난 18년부터 지하철 역사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20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편의점을 중심으로 그동안 무인 매장 상용화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고, 이번 ‘Touch To Go’가 본격적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무인 매장은 ’17년 초 아마존 고(Amazon Go) 시범운영 이후, 미국과 중국에서 유사한 콘셉트와 기술을 활용하여 상용화 노력을 지속해 왔다. ‘AiFi ‘와 ‘Zippin’ 등의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에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그간 본격적인 상용화 소식은 없었다. 아마존 고(Amazon Go)와 같이 인공지능을 통한 행동 분석과 자동화 기술을 통해 일본에 진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당시, 화장품과 의약품을 취급하는 ‘Paltac’이라는 회사와 미국 ‘Standard Cognition’이 협력하여 일본 시장 진출 추진했었다. 그러나 약국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겠다는 발표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제 운영되는 매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번째는 2019년 9월에 NTT 데이터가 발표한 ‘디지털 점포 서비스’라는 프로젝트로 중국의 ‘ CloudPick’사와 함께 협업한 사례가 있었다. 일본 롯폰기에 쇼룸과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 기술을 활용하여 세븐 일레븐과 같은 편의점 업계와 사업 확대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무인 매장 대부분이 ‘CloudPick’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바, 현시점에서 아마존 고( Amazon Go)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세 번째는 2020년 2 월에 개최된 ‘NTT 도코모 벤처즈(NTT Docomo Ventures)’ 행사에서 공개한 미국 ‘Zippin’과 협업한 사례이다. 무인 매장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가 바로 ‘Zippin’이다.
‘Zippin’이 구현하는 기술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이며, 아마존 고(Amazon Go)와 같이 다수의 센서가 필요하지 않다. 10평 정도의 크기라면 3~4대의 카메라 센서로도 고객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중국의 ‘CloudPick’ 기술의 경우, 유사한 크기의 점포에 3대의 화면 분석 PC가 필요하지만, ‘Zippin’의 경우 카메라 센서에 탑재된 소형 모듈로 화면 분석이 가능한 바, 추가 장비에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 무인 매장 서비스를 추진하는 업체들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국과 중국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재는 대부분 시범 운영 중인 단계로, 아직까지 일반 이용자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한 후 이들을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입수하기에는 조금 이른 면이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 Touch To Go’가 지하철 역사 내에서 무인 매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현재, 이러한 무인 매장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무인점포가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살펴보기 위해서는 아마존 고(Amazon Go)의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아마존 고(Amazon Go)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아마존 고(Amazon Go)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수가 1억 5천만 명에 이르는 상황으로, 다른 어떤 기업보다 월등한 양의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고(Amazon Go)를 통해 단기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고객 데이터는 앞으로 아마존이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두 번째, 아마존 고(Amazon Go)에 적용된 무인 매장 기술을 외부 판매(Outside Sales)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창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3월 아마존은 아마존 고(Amazon Go)의 원천기술인 ‘Just Walk Out’을 외부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카메라 센서와 PC 등 무인 매장에 필요한 하드웨어 판매뿐만 아니라 컨설팅 및 솔루션을 통해 확보하는 수익은 지속적인 창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아마존의 행보를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있다. 첫 번째는 ‘안티 아마존’ 연합이 더욱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 고객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월마트(Walmart)이다. 월마트의 입장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이 월마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협력이다. 월마트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유통 사업을 침범하는 아마존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따라서, 아마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세력을 귀합해서 이에 대응하려 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에서 서로 경쟁한다. 12조 원 규모의 미국 국방부 클라우드 사업권을 놓고 치열하게 강하게 부딪치기도 했다.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AWS’가 연간 346억 달러로 32.3%를 점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는 181억 달러로 16.9%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정보 보완 관점에서 특히 공공과 기업 분야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아마존을 맹추격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에 월마트가 인수한 Jet.com의 원천기술이 아마존 ‘AWS’이었던 것을 굳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애저(Azure)로 교체한 것을 보면 이들 연합의 반감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아마존 고(Amazon Go)의 팔로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아마존 고(Amazon Go)의 경쟁자이지만, 무인 매장 사업을 활성화하고 함께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는 연합군이다. 이러한 아마존 고(Amazon Go) 팔로워들에게는 유사한 점이 있다. “우리는 카메라 몇 대와 PC 만 있으면 무인점포 매장을 만들 수 있다. 대량의 센서를 천장에 배치하고 수십억 원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라는 세일즈 토크(Sales Talk)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마존 고 (Amazon Go)는 표준 크기의 매장에서 센서 및 관련 설비의 설치 비용이 최소 200~300만 불(20~30억 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 후발 주자들은 최소한의 설비투자로 최대한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후발주자의 매장의 경우, 매장 1개당, 5~25개의 카메라 센서가 필요하며, 주변기기 투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1~2억 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후발 주자들의 솔루션은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카메라 센서와 컴퓨팅 기술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을 조합하여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 연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고객 관점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바, 업계 전체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올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라이벌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아마존 고(Amazon Go)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아마존 고(Amazon Go) 자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아마존 고(Amazon Go)가 최초로 공개된 2018년 2월 당시에는 쇼핑을 마치고 이메일로 영수증을 받기까지는 최소 10분, 최종 회계처리까지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지만, 지금은 1~2분 안에 모든 것이 완료될 만큼 속도가 빨라졌다. 아울러, 기존 아마존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또 하나의 전략이다. 최근에 발표된 ‘Amazon Go Grocery’가 바로 그것이다.
야채와 신선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으로 아마존 고(Amazon Go)의 ‘Just Walk Out’ 콘셉트를 그대로 도입했다. 시애틀 및 샌프란시스코 일대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아마존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 일본의 ‘Touch To Go’가 지하철 역사 내 매장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감과 동시에 무인 매장 기술을 외부에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솔루션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안이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Touch To Go’의 관계자는 공략 가능한 타깃을 “일일 실 판매 기준으로 약 300~400만 원(30~40만 엔) 규모의 매장”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하루에 약 600~8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고객당 5,000원(500엔) 전후를 소비한다는 계산이다. 일본 시장을 기준으로 월 800만 원(80만 엔)의 고정비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정도 규모는 일본 편의점의 평균 크기와 매출보다는 조금 작은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타깃을 좀 더 세분화해보면, ‘일손이 부족한 지방도시의 편의점’과 ‘빌딩이나 건물 내 편의점’ 그리고 ‘매장 내 매장(Shop in Shop)’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일반 편의점처럼 2명 정도의 매장 직원을 둘 수 없고, Full Size의 크기를 유지할 수 없는 편의점과 특정 제품을 취급하는 미니 편의점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는 노동 인구 부족과 임금 상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유럽의 경우, 일손 부족에 대비해 많은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였지만, 이민 생활의 어려움과 저임금 등으로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높지 않다. 이로 인해 매장 오너와 관리자들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대로, 상점이나 호텔 직원들이 대부분 현지인 중심인 북유럽의 경우, 고임금으로 인해 최소한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상점은 피크 타임을 제외하고는 한 명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으로 인해 향후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 매장은 ‘일손 부족’이라는 사회 현상을 해결하는데 일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분명하다. 더군다나 포스트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사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를 더욱더 부추길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초래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감수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으로써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분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객 입장에서 이러한 거부감을 어떻게 최소화하고, 대세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일본의 고객 서비스 품질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일부 레스토랑과 숙박업소에서는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이들의 서비스 마인드는 투철하다. 우리나라도 일정 부분 전수받은 부분이 있다. 이런 일본에서 무인 매장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꺼내 들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가장 큰 이유다. 국가와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인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이런 외국 인력들은 서비스 업종에 투입된다고 한다. 결국, 줄어드는 노동인구를 외국 인력으로 채울 것인지 아니면, 무인자동화 혹은 로봇으로 대체해 나갈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느 쪽이든 기존 서비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만은 확실하다.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흥미롭다.
YM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