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거 왜 해야 돼?
나의 포지션은 데이터 분석가이다. 내 커리어 동안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기획 비슷한 것을 해야 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책 저런 책 찾아보기도 하고 또 거기에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사고 방법”을 첨가하여 나만의 방법들을 찾아 나아갔다. 사실 기획자들에게 기획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냐고 물어봐도 딱히 내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답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도 기획은 반쯤은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 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읽어본 책 들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은 “기획의 정석”과 “How to Solve It”이다. 사실 데이터 분석과 기획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둘 모두 질문과 답 자체가 모호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주어진 정보조차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모호한 것들에 구체적인 생각의 틀을 입히고 그 틀 아래에서 실행 가능한 세부 계획들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여기서 기획과 데이터 분석이 약간 다른 부분은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 얼마나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수학적 개념 사용의 여부일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기획자가 아니기에 나만의 자기류를 만들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경험상 내가 기획 비슷한 것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이 질문의 본질적 목표는 무엇인가?
2. 내게 주어진 한계는 무엇인가?
3. 그래서 이 결과는 어떤 논리적 사고를 통해 도출되었는가?
많은 질문들이 몇 개의 단어로 간단하게 표현되지만, 그 안의 뜻은 수많은 사고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E-Commerce 회사에서 누군가 나에게 “유저들에게 쿠폰을 나누어 주면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나에게 해보았다고 하자. 그러면 위의 문장은 10개가 안 넘어가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함의는 굉장히 다양하다. 나는 아마도 해당 질문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1. 말하시는 쿠폰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2. 쿠폰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형식으로 주어져야 하나요?
3. 쿠폰을 줄 때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한계)은 무엇인가요?
4. 그래서 무엇을 알고 싶은 거예요?
위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질문자의 추상적인 질문을 차근차근 구체화시켜 나아가다 보면, 혹은 내가 추론하다 보면 얼추 내가 무엇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테스트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사실 아이디어는 수없이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가 서비스의 현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가 이다. 그리고 회사 내부 및 외부의 환경을 잘 고려해야 실현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의 쿠폰을 생각해보자. 어떤 쿠폰 관련 아이디어가 단순 공상이고 어떤 아이디어가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실현 가능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때만 알 수 있다.
1. 서비스의 특징
2.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3. 서비스 전략
3. 고객의 특징
4. 경쟁사의 전략
즉 위에서 질문의 범위를 세부 질문을 통해 줄인 것처럼 아이디어의 범위를 회사와 회사가 처한 환경에 대해 알아보며 줄여 나아가야 한다.
위의 단계를 통해 어떤 아이디어를 기획할지 정했다면 이제 실현 가능한 세부 사항들을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수치들과 전략, 그리고 세부 기획은 “이유”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폰을 한 주 단위로 주기로 결정했다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나중에 틀린 논리라는 것이라고 증명되더라도 그 실패를 통해 초기 가설과 논리를 수정시켜 나아가며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논리와 근거가 없는 단순 직감에 근거한 수치들은 남에게 설명하기도, 문서로 남기기도,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 배우기도 어렵다.
논리적으로 “질문 -> 아이디어 -> 실행 계획”에 해당하는 생각의 흐름을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데이터 분석가라면 통계와 수학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는 기획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