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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l 14. 2016

온라인 스타가 아니라, 맛깔난 통역사가 되고 싶다

[CC] 중국어 방송 BJ '페이'를 만나다

by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온라인은 방송의 패러다임을 개척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온라인의 특성으로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먹는 방송’, ‘요리하는 방송’, ‘공부하는 방송’ 등 다양한 형태의 방송이 등장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PC와 모바일만 있으면 누구든지 어디서나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몇몇 BJ(Broadcasting Jockey)의 경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온오프라인을 누비며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비형식적인 온라인 방송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누군가는 온라인 방송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특정 영역에서 인정을 받기도 한다. 아프리카TV에서 2년 째 중국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BJ '페이’는 그 중 한명이다. 그녀는 학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방송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중국어 관련 도서 5권을 출판했다. 또한, 오는 9월부터는 어학전문 학원 ‘파고다’에서 중국어 강의를 진행한다.


소속사 없이 혼자 힘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녀가 중국어 방송 BJ로, 이제는 어학원 강사로 변신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7월 8일,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BJ 페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어 방송 BJ 페이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중국 드라마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대학시절 국비 유학생 시험에 응시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중국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비전공자라는 사실이 큰 콤플렉스였지만, 이는 오히려 그녀만의 방송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유학하며 1년, 대학 졸업 후 게임회사에서 중국 비즈니스를 맡으며 1년, 약 2년간 중국에 체류했죠. 중국어를 전공했다면, 오랫동안 중국어에 흥미를 두지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거나, 재밌어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전문성을 더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회사생활을 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함이었다. 무서웠지만, 자신이 설레는 일을 찾기위해 과감히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프리랜서로 일하며 오전에는 회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중국어 출강이나 과외를 했고, 저녁에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중국어 스터디를 하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유명해지겠다는 각오로 방송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6개월은 20~30명이 방송을 시청했는데, 정말 소규모 스터디모임 같았습니다. 시청자마다 이해하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후 단계를 나눠서 요일별로 다른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시청자들과 연대의식이 생기고, 가족같은 분들도 만났죠. 이후 시청자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태양의 후예' 명장면을 중국어로 따라하고, 한류 연예인의 별명을 배우기도 한다. 때로는 신나게 중국어 동요를 부르거나, 시청자와 전화 퀴즈를 진행한다. 그녀는 2주 분량의 콘텐츠를 미리 기획해두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셈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민하면 새로운 것을 선보일 수 없죠. ‘모두'가 아닌 ‘다수'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웃다가 한 단어라도 더 기억하면 기분이 좋잖아요.(웃음)"


BJ 페이의 콘텐츠는 아프리카TV유튜브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준비, 방송, 편집 및 포스팅 등 그녀는 3개의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매일 6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각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TV는 시청자와 교감을 위해 진행합니다.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생방송을 하는 시간대가 늦은 저녁이다 보니, 방송을 놓쳐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유튜브로 영상을 공유하죠. 반면, 블로그는 저의 일과와 방송에 대한 기록입니다. 방송을 위해 만든 자료가 없어지는게 아쉬워서 시작하게 됐죠. 최대한 성실하게 많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BJ 페이,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중국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조금씩 시청자가 늘어나고, 방송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작년 화두였던 MCN 업체와도 많은 미팅을 진행했는데, 그녀는 교육 콘텐츠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2년간 매일 방송을 진행하다보니, 아직 부족하지만 저의 능력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기더군요. 덕분에 제 이름으로 5권의 책을 출판할 수 있었고, 학원에서 정식 강사로 강의도 진행하게 됐죠. MCN 업체와도 많은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요. 중국어 먹방, 뷰티 방송, 한국 드라마 소개 등 엔터테인먼트 측면이 부각된 콘텐츠였죠. 제 방송과 너무 다른 방향이라서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오는 9월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온라인이 아닌 어학원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어 강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 온라인 방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원에 오는 사람은 학습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돈과 시간을 투자해주시기 때문에 그들의 학습적인 갈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책임이 크죠. 반면, 온라인 방송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학습보다 놀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 성향에 맞춰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네요."


BJ 페이는 온라인 방송이 탄생시킨 스타가 아니라, 자신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매일 자신을 찾아주고, 중국어로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도 방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심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오랫동안 간직한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통역사가 아니라, 어감 하나까지 맛깔나게 전달하는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온라인 방송, 강의, 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 능력을 증명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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