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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l 13. 2016

VR에 맞는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박정훈 본부장

박정훈 토마토프로덕션 본부장

by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기술발전과 함께 콘텐츠도 진화해왔다. 라디오, TV, PC, 모바일 등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함에 따라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연구하고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다. 글과 영상 등 역사가 오래된 콘텐츠의 경우 기획 및 제작 노하우를 정리한 다수의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PC와 모바일이 등장하고 온라인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진행됐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시청자들의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존 방송사들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시도를 하고 있다. MBC의 경우 1인 인터넷 방송 형태를 차용해 ‘마이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tvN은 방송 제약사항(간접홍보 등)이 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웹예능 ‘신서유기’를 유통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16년 상반기에는 오큘러스와 기어VR, 바이브 등 가상현실 기기가 선보이며 콘텐츠의 변화를 예고했다. 사각형의 평면 디스플레이가 아닌 360도 공간에서 펼쳐지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도 VR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가 다수 등장했고, 기존 방송 제작사들도 VR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360도 카메라가 간접홍보(PPL)로 일부 사용된 수준이었다.

이미지: 무한도전

다양한 VR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낄 때 쯤, 토마토프로덕션의 VR 웹드라마인 ‘사월애’의 출시 소식을 접했다.


토마토프로덕션은 2002년 설립된 외주 제작사로 공중파, 종편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사월애’는 옴니버스식 VR 웹드라마로 ‘선물’, ‘남여 이야기’, ‘소원’ 등 4편의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장면을 360도 영상으로 촬영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이라는 영역은 비슷하지만, 기존 제작사에게 VR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주로 풍경이나 아이돌 뮤직비디오 촬영에 활용됐는데, 토마토프로덕션은 사월애 프로젝트를 통해 VR 드라마의 제작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7월 4일 선유도역 근처 토마토프로덕션 사무실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박정훈 본부장을 만나 VR 드라마 제작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박정훈 토마토프로덕션 본부장

기존 방송 제작사들도 디지털 시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20년간 방송 제작을 하던 박정훈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공중파 방송사인 ‘Trans TV’에 근무하면서 뉴미디어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1995년 SBS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토마토프로덕션에 합류했죠. 2013년 '더 이상 방송사에서 일이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던 시기에 Trans TV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작년 7월까지 근무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통신 환경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 유튜브나 비메오 등 디지털 환경에서 영상을 시청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IT기반 미디어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작년 토마토프로덕션으로 돌아와 뉴미디어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토마토프로덕션은 2015년 MBC 월드 방송테마파크의 VR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VR에 뛰어들었다. 아직 미개척지인 VR 영상 시장을 바라보면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VR 영상은 기존과 완전 다른 영역이었다.


“기존 방식이라면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의 의식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VR은 연출보다 시청자의 시선이 중요합니다. 360도 사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기획과 연출로 시청자의 시선이 연출자의 의도대로 쫓아오게 만들어야 하죠. 특히 사람이 고개를 움직여 확인할 수 있는 220~240도가 중요합니다. 그 사이에 배우들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죠."

예능은 현장의 상황이 중요하지만, 드라마는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이 중요한 요소이다. 효과적인 연출방법을 알려주는 서적이나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하지만, VR 영상에 정해진 정답은 없다. 박 본부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VR에 적합한 새로운 미장센(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배열하는 작업)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D 기반 영상 제작에 익숙하다 보니, 360도 공간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죠. VR에 적합한 연출을 위해 대본만 약 20번 이상 고쳤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진행해도 현장에서 상황은 또 달랐죠. 360도 촬영에 제약되는 사항이 있으면 현장에서 대본을 수정했습니다.”

주인공이 사진을 보는 장면, 360도 둘러볼 수 있는 VR 특징을 활용해 연출했다.

인물간의 감정선은 드라마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기존 드라마의 경우 얼굴을 강조한 화면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360도 영상의 경우 현장 전체를 보여주기 때문에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또한, 화면이 갑자기 전환되면 시청자가 멀미를 느낄 수 있다. 박 본부장은 연출자와 연기자가 VR의 감정선을 이해했을 때,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VR을 모르는 연기자도 많습니다. 연출자는 연기자에게 VR 영상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화면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기자는 감정을 표현할 때, 더 과한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연출자의 경우 시청자가 느끼는 멀미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한 워킹과 화면 전환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알맞은 연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VR 영상 촬영 노하우는 차근히 배울 수 있지만, VR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현장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촬영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현장에서는 항상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죠. 이번 프로젝트는 모두 외부에서 진행됐는데, 매우 힘들었습니다.(웃음) 카메라를 기준으로 360도 사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촬영 방해요소를 모두 차단해야했죠. 작은 모니터 6개로 촬영장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웠습니다. 스텝도 충분하지 않았죠. 춘천에서는 현장이 통제되지 않아서 촬영을 접기도 했습니다."

사월애 장면 중 일부, 이미지: 토마토프로덕션

박 본부장은 사월애 프로젝트를 통해서 VR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많은 요소를 배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VR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지만,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VR 기술을 가진 업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VR의 가장 큰 매력은 상상한데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상 기법 외에 기술적으로 필요한 요소도 많습니다. 특히 4D 음향은 VR 영상에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죠. VR 콘텐츠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라면 나머지 절반은 오디오라고 생각합니다. ‘사월애’에서는 좌우 음향을 분리해서 녹음했는데요. 완벽하지 않았죠. VR 음향 기술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VR 콘텐츠가 완성될 것 같습니다."


토마토프로덕션은 VR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고 VR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어린이를 위한 VR 드라마, 호러 VR 드라마, VR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콘텐츠 제작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및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VR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성공한 킬러 콘텐츠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성숙한 VR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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