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들어가자마자 전사 회의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몇 분씩 줄줄이 읊는데 알아듣지도 못 하겠고 나와 상관없는 업무였다. 그래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신규 입사자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말 그대로 “신입”인 사회초년생도 있고 10년 차 이상의 경력직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렸다.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왜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옛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직에서 일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5명짜리 조직에서도 사일로 현상이 생긴다는 걸 아는가? 30명짜리 조직도 마찬가지고, 300명짜리 조직도 같은 고민을 한다. 사일로 현상이란 팀원 간에, 혹은 팀 간에 벽을 치고 서로 협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업팀에서 고객의 불만을 듣고 나서, 제품 개발팀에 문제 사항을 고쳐달라고 전달한다. 그런데 개발팀에서는 이미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못 하겠다고 말한다. 개발팀에선 “영업팀 놈들, 아무 거나 다 떠넘기려고 한다”라고 욕하고, 영업팀에선 “지들 일 줄이려고 협조를 안 한다”라고 욕한다. 이게 5명짜리 조직에서도 일어난다.
사일로 현상은 왜 생길까? 그 기원의 기원을 타고 들어가면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나는 그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그 단서를 찾았다. “다른 팀이 뭐하는지 내가 왜 알아야 되냐”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조직 구조나 체계를 논하기 이전에, 모든 것의 시작에는 무관심이 있다.
직장에서 동료끼리의 신뢰는 어떻게 생겨날까? 보통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면, 내 건너편과 양 옆의, 혹은 등 뒤의 동료가 열심히 일하는 걸 보면서 생겨난다.
이는 원격근무가 활성화되며 더욱 명백해졌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딱히 ‘신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서로가 일하는 걸 볼 수 없게 되니 신뢰가 사라졌다. 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도 딱히 보여주기 어렵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도 생긴다. 남들이 논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 업무를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다.
그러니까 직장에서 동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동료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는 건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다.
스타트업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일도 잘하고, 성장 욕구도 뛰어나지만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하는데”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들은 오히려 자기 일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에 자기 일에만 집중하려 한다. 일은 못했지만, 초년생 때 나도 그랬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니고,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들은 신경 끄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 이미 다른 팀이 작업해놓은 파일이 있는데 모르고 새로 만드는 일
- 똑같은 작업물 만들고 있는데 두 팀이 서로 모르게 각자 작업하기
- 다른 팀한테 얘기 안 하고 한창 작업하다가, 다른 팀에서 나중에 알고 피드백해서 기획 자체를 바꾸는 일
이런 게 사일로 현상의 시작이다. 대기업에만 사일로 현상이 있는 줄 아는가, 모든 시작은 다른 팀에 대한 무관심에서 시작한다.
문제의 원인을 ‘무관심’이라 정의하면 솔루션도 굉장히 단순해 보인다. 그냥 다른 팀에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은 통제가 불가능한 요소에 기대는 격이다. 생각해보라. “관심을 더 가지세요”라고 한다고 그 사람이 관심을 더 가지는지, 아닌지 마음속을 어떻게 들여다보겠나.
그래서 나는 단계적으로 규칙을 만들었다. 사람의 동기는 통제하기 어려우니, 행동을 유도했다.
최소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해도를 높인다.
나는 모든 구성원과 원온원 미팅을 진행하며, 각 파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생전 처음 듣는 기계 설계 용어들이나, IT개발 용어나, 의약학 지식 등등 전문 지식들을 접했다.
각 파트에는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지, 이 진행 과정을 이해하려면 어떤 용어를 알아야 하는지 정리했다.
당연히 지나치게 전문적인 거는 그냥 의미만 얼추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파트별 진행 현황을 정리해서 내가 전사에 공유했다. 우리는 매주 전사 인원이 모여 주간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때 발제하듯이 각 파트에 대해 개괄하여 설명했다. 정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수시로 파트 담당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전사의 이해도를 동등한 수준으로 합치시켰다. 그걸 한 달 동안 했다.
그러고 나니 다른 파트의 브리핑을 들어도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임시방편이다. 일회성 이벤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동안의 부채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간 회의 진행방식 자체를 바꿔버렸다.
지루한 업무 브리핑이 아니라 레드플래그(Red Flag) 중심으로 진행한다.
통상 스타트업에서 주간 회의는 이런 특징을 갖는다.
- 돌아가면서 자기 업무를 브리핑한다.
- 갑자기 누가 끼어들어서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주로 대표)
- 다른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특정 논의를 한 귀로 흘려듣는다.
이런 방식은 조직 구성원이 5명 내외일 때나 괜찮다. 인원이 5~10명을 넘어가면 업무 브리핑만 한세월이 걸린다. 그래서 자연스레 구성원들은 다른 팀의 업무에 무관심해진다. 조직의 후진 체계가 사일로 현상을 조장하는 격이다.
그래서 나는 주간 회의의 업무 브리핑을 이렇게 바꿨다.
- 레드플래그 : 각 파트에서 다른 파트나 사업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업 적신호를 공유한다.
- 공유할 사안 : 전사 인원이 알아야 할 사항이 있으면 누구든 자유롭게 공유한다.
- (선택) 프로젝트 현황 공유 : 한 번씩 진행 현황을 전사에 공유한다.
모든 업무를 공유할 필요는 없다. 특히 루틴하게 반복되는 업무라든지, 공유할 가치가 없는 업무들은 더더욱 그렇다.
회사에서 보통 한 팀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팀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소통이 없으면 팀끼리 서로 욕하게 된다. 한쪽은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라고 욕하고, 다른 쪽은 “이게 우리 탓이냐, 상황이 그런 걸 어떡하냐. 협조 좀 해라 제발”이라고 욕한다.
그런데 레드플래그를 미리 공유하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저 레드플래그는 우리 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문제가 생긴 팀을 탓하는 게 아니라 레드플래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뜻이다. 팀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레드플래그 문제는 두 팀의 ‘공동의 문제’가 된다.
레드플래그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남이 아니라 우리가 된다. 다른 팀의 업무도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왜냐하면 저 레드플래그가 우리 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사일로 현상이 완화된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누가 묻기 전에 공유한다.
앞서 말한 두 솔루션은 ‘떠먹여 주는 것’에 가깝다. 의무적으로 다른 팀의 이슈를 듣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메마른 땅에 일주일마다 물을 부어준다고 해서 비옥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땅이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투명한 정보 공개’다. 다른 프로젝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른 팀원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쟤는 맨날 노는 거 같은데”라는 의심을 안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매일 회고를 적는다. 그날의 일일 업무를 정리해서 적고, 한 발 더 나아가서 느낀 점이나 인사이트까지 회고하여 적는다. 누구든 언제나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Notion)에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특히 ‘다이어리’형태로 적기 때문에 부담도 적고, 분량도 자기 마음대로 두세 줄만 적어도 상관없다. 다만 반드시 매일 적어야 한다.
처음엔 글 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특히 남이 본다는 걸 의식한다. 하지만 지금 분명하게 말해두자면, 처음에만 그렇다. 처음에만 어색하고 부담스럽지, 나중에는 매일 다른 사람 회고 읽어보는 재미로 들어가게 된다.
정보 접근 권한을 완전히 통제하고, 경영진만 회사 정보를 꽁꽁 숨기고 있는다. 정보를 통제하는 게 오히려 구성원의 업무 몰입을 강화하는 거라고 주장한다. 장담컨대 그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A : "이번에 무슨 신사업 한다던데?"
B : "그래? 누가 그러는데?"
A : "어디 팀에서 뭐 시작한다더라"
B : "신사업? 아씨, 그럼 또 우리 팀에도 일 생기는 거 아니야? 왜 말을 안 해줘?"
A : "몰라, 지들 알아서 하라지. 회사가 뭘 하는지 이제 관심도 없다"
B : "그래,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되지 뭐"
(몇 주 뒤)
CEO : "이러이런 신사업을 할 건데, 이 업무 좀 진행해줘요"
A : "네? 지금 OO프로젝트 하던 것 때문에 일이 많아서 못할 것 같은데요"
CEO : "그건 나중에 하고, 이거 먼저 해줘요"
A : (내가 신경 많이 쓴 프로젝트인데...) "아... 넵"
(몇 주 뒤)
A : "야. 나는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B : "왜, 또"
A : "아니,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내 역할이 뭔지 잘 모르겠어"
B : "하긴... 난 이제 모르겠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되겠지"
A : "하... 갑자기 또 신사업 말고 또 다른 프로젝트 하라는데... 잡부도 아니고..."
위 상황에서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 실무진 A와 B는 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결정된 사항만 하달받는다.
2) 정해진 업무에서 벗어난, 예측 불가능한 업무가 계속해서 생긴다.
3) 회사에서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소속감을 잃어버린다.
4) 자신이 맡은 R&R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5) 번아웃된다.
아무리 동기부여된 사람도 회사가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 의욕을 잃는다. 이런 마당에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알아서 뭐하는가? 나는 내가 맡은 일만 쳐내는 데 급급해질 뿐이다. 사일로 현상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그걸 경영진만 모른다.
직원 동기부여 시키기 vs 동기부여 된 사람 뽑기
다른 팀의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아무리 소리쳐봐야 없던 마음이 생기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직원을 억지로 동기부여 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남이 해줄 수 없다. 다만, 앞선 예시에서처럼 이미 있는 동기를 회사가 꺾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가 조직 체계를 가다듬고, 문화를 바꿔도 애초에 동기부여 수준이 낮은 사람을 의욕적으로 만들 순 없다. 사람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그래서 채용이 먼저다.
사일로 현상을 막으려면 동기부여 수준이 높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는 단지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뽑는 게 핵심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그리고 그 눈높이도 각기 다르다. 우리가 뽑을 사람은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다.
1) 직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빨리 퇴근하고 내 인생을 즐기러 가겠다.
2) 나는 내 직무에만 관심 있다. 다른 팀 업무는 모르겠고, 나는 내 실력을 키우고 싶다.
3) 나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마음에 든다. 한 팀으로서 같이 목표를 이루고 싶다.
4) 내가 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
1번에서 4번으로 갈수록 직업윤리 의식이 고차원적이다. 개인의 이익이나 입신양명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자신의 직업을 바라본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사일로 현상을 막고 싶은가? 그렇다면 직업윤리 수준이 고차원적인 사람을 찾아서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위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하위 단계에서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하려 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컨설턴트 패트릭 렌시오니는 이상적인 팀 플레이어의 조건으로 ‘겸손, 갈망, 영리함’을 꼽았다. 겸손과 영리함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기주장을 굽힐 줄 아는 겸손과 다른 사람의 기분을 영민하게 파악해서 기분 나쁘지 않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영리함은 협업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갈망은 무엇일까?
무언가 갈망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업하려 한다. 심지어 그게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감수한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다른 팀의 업무에도 나서서 도움을 주고,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단지 자기 일만 끝내고 퇴근하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을 로켓으로 만들고 싶으면 애초에 갈망하는 사람을 뽑는 게 좋다.
번아웃을 피하고 싶으면 알아서 동기부여 해라.
지금까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적었다. 사일로 현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사일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다뤘다. 그런데 사실 회사 입장이 아니라 직장인 입장에서 더 중요한 얘기가 있다.
앞서 고차원적인 직업윤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위의 가치를 갈망하는 사람은 불편함도 감수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는 직장 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똑같은 직장 생활을 해도 누구는 끔찍해하고, 누구는 욕을 하면서도 잘 버텨낸다. 여러 차이점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갈망’이다. 회사 일이 힘들어도 회사의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은 버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언가 갈망하는 사람은 그걸 참아낼 이유가 있다.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월급이 받고 싶을 뿐이다. 그런 사람에겐 직장 스트레스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골칫거리다. 고작 월급 타 먹으려고 이런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단 말인가? 그들에게 삶은 참 고달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동기부여 해야 한다. 번아웃을 여러 번 겪은 사람들은 이직할 때 신중해진다. 회사를 고를 때, 그 회사의 사업 아이템이나 방향성도 꼼꼼히 따져본다. 왜냐하면 회사가 하는 일에 스스로 동기화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직장 생활을 더 버티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관심도 없고, 시간 낭비이며, 내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뭐, 사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도 다르고 인생이 다른데 어떻게 천편일률적으로 뭐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강하게 주장한 이유는 내 주변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어서 그렇다. 동기부여 수준이 낮은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다른 팀이랑 협력하려 하지 않는 사람과 일하기 싫다. 한 팀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같이 허쓸하는 스타트업이 좋다. 그래서 어정쩡한 사람은 안 뽑는다.
이 글에 소개한 솔루션들은 작은 스타트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원리와 철학이다. 구성원에게 회사의 방향성과 진행 현황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업무 현황을 아는 게 동료에 대한 신뢰의 기반이라는 것 등등. 유명한 기업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그걸 주간 회의나 회고 다이어리로 실행할 뿐이고,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실행하는 게 다를 뿐이다.
가끔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내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일로 현상의 징후들, 작은 말 한마디들이 그렇다. 그리고 그걸 캐치해서 작은 변화를 준다. 작은 기업에서 주는 작은 변화인데, 이게 나중의 커다란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한 수라는 걸 안다. “다른 팀이 하는 일을 왜 알아야 하나요”같은 소리를 들으면 열불이 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재앙의 불씨를 미리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이 가장 가슴 뛰고 재밌다.
사회는 어떻게 변하는가? 항상 내 안의 화두였다. 사회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실마리가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사람들,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의 틈바구니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군집이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 작은 구조와 체계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구조와 체계라는 것의 한계는 무엇인지, 본말이 전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등등 많은 것들을 배운다.
유디V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