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뭔가 한 해를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 듯한 게 SNS 타임라인마다 회고글들이 많습니다. 하나씩 읽어보면 참 다들 어찌 그리 열심히들 살았는지 대단합니다.
여러분의 2020년은 어떠셨나요? 저도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있었던 일을 쓰기보다는, 거기서 처절하게(?) 느낀 점 3가지를 공유하고 싶네요. 3가지는 사실 2020년을 시작할 때 마음속으로 그려보던 것들입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회사를 어느 정도 다녀보니 정신적으로 지쳐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람, 조직, 일..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습니다.
직장생활은 마라톤입니다. 단거리로 달리고 쉬고를 반복하고 싶지만 쉽지 않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체력도 체력이지만 흔히 말하는 멘탈이 중요함을 매번 느낍니다.
문제는, 체력은 운동이라는 답을 알지만 멘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으로 다음의 3원칙을 만들었습니다.
2020년을 아쉬워하여 살짝 센티한 감정으로 (그리고 한 살 더 먹는다는 처절한 슬픔과 함께) 적어봅니다. 저는 노력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멘탈 강화가 필요한 분들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회사에서 관여당하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많아집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지니 여기저기서 일을 맡기게 됩니다. 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기가 편하려면 저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몇몇 직장인들이 하소연하는 ‘바로 그 상황’이 연출됩니다. 바로 일 하는 놈만 더 하게 된다 라는 슬픈 진리요. 뭐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면 됩니다. (인정 못 받고 승승장구는 안되면서 일만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건 안 비밀.)
올 한 해 저도 정말 바빴습니다. 정부재난지원금, 대구희망지원금, 춘천재난지원금 (이상 재난지원3총사) 이 일단 업무 폭탄이었습니다. 토스카드도 잘 되면서 PM인 저는 더욱 바빴습니다. 간간히 지역화폐 관련 프로젝트도 하고 보고서에 서류 작업에.. 난리였네요. 4~7월은 주말출근도 일상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일과 생활이 점점 겹쳐지기 시작합니다. 퇴근을 했는데 업무 카톡을 답하고 있고, 출근 전에 본부장님이 주신 자료 보며 답하고 이런 식입니다. 통화/메세징/메일의 3단콤보를 퇴근 후에도 계속 받습니다. 다행히(?) 금융권은 업무용 협업도구 도입이 안돼서 이 3가지가 주요 수단입니다. 슬랙이라도 썼으면 난리였겠…
퇴근 후 집에서 쉬면서도 회사일을 계속 생각하게 되고, 업체에서 온 전화받으며 언성을 높이기도 많이 하고 쉬면서도 회사 생각, 일 생각을 합니다. 회사에서 잘 안 풀린 일이 있으면 집에 와서도 자꾸 그 생각이 납니다. 표정은 굳어지고 매사에 날카로워집니다. 괜히 가족에게 신경질도 내게 되죠.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가족에게 성질내고 집에서 뜬 눈으로 잠 안 자서, 회사의 문제가 해결된다면야 해 볼 만하겠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죠. 이게 악순환을 부릅니다.
정말 어렵고 잘 안 되는 일입니다만, 회사의 근심 걱정은 퇴근하는 순간 두고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근데 이렇게 해야 집에서 재충전이 되고 선순환이 됩니다. 회사에 다닐수록, 혼자 고민해서 안될 일이 더 많다는 걸 느낍니다. 회사일의 거의 전부는, 사람들과 부딪히고 물어보며 고민해야 풀립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집에서 안 해도 될 고민을 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 많습니다. 너무 아깝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고민할 시간에 더 건설적인 뭔가를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땀 흘리며 운동도 좋고 넷플릭스 정주행을 해도 좋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도 좋으니 회사 생각은 접어두시길 간곡히 권합니다. 집에서 고민하나 안 하나 똑같습니다.
20대일 때 저는 ‘행복’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돈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단 그렇게 단정해 버리면 저는 이미 너무 불행하다는 결론이 되는 터라.. (가난했습니다 ㅠㅜ) 인정하기 싫더라고요.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제가 깨달은 것은 ‘행복하고 불행한 건 다 내 속에 있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저를 너무 몰랐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얼마나 아세요? 테스 형이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신 건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2,4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나 봅니다.
자신이 언제 기분이 좋은지, 언제 기분이 나쁜지 냉정하게 제3자의 시각으로 보신 적 있나요? 우리는 드라마 보면서 공감도 하고 욕도 하고 합니다. 시청자로서 3자가 되어서 등장인물들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진 못하죠.
회사나 집에서 난 왜 화가 났던가,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은 무엇인가 등등
이런 걸 잘 생각해보면 의외로 자신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됩니다.
저는 저랑 43년째 같이 살고 있는데 (…) 요즘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아 내가 이런 놈이었구나 하는 자괴감과 놀라움이 매일 듭니다.
여기까지 하면 그다음에는 쉽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는 일을 많이 하세요. 정리나 청소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매일 만보를 걸으면 좋아지는 사람 등등 다들 기분 좋은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런 걸 기억해 두고 자신이 자신을 잘 달래는 겁니다.
저는 브런치에 글 쓸 때 / 양치하고 나서 / 제가 가진 무언가를 정리하고 버릴 때 등등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특히 글 쓸 때는 생각한 바가 논리적으로 잘 풀어써지면 기분이 좋습니다. 문장이 안 막히고 써질 때도요.
그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일부러 기분이 좋아질 일을 하면서 뇌를 현혹시키도록 합시다. 단 술, 담배, 게임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끝났을 때 허무한 일은 하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술/담배/게임이 딱 그렇거든요. 이건 정답이 없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수단이 무엇인지 잘 찾아보세요
1과 2의 방법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채워지지 못하는 결핍이 있었습니다. 이 정체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컨텐츠’였습니다. 제가 가진 컨텐츠요.
다들 사회생활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며 나이를 무언가로 바꿉니다. 일단 돈이나 부동산 같은 물질로 바꿉니다. 가정도 꾸리고 승진도 하는데 이 또한 세월(나이)을 바쳐서이죠. 다들 그렇게 늙어갑니다. 지극히 평범한 삶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방법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 세대만의 특이점이 생겼습니다.
바로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겁니다. 몰라도 될 정보가 넘치고 있죠. 그중에는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인스타그램은 비교를 통해 질투를 자극하죠. 저 집 식구들이 어디 여행 갔다 왔는지를 왜 우리가 알아야 할까요. 싫든 좋든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 (돈, 자식의 학업성취, 내 아파트 값 등등)으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사는 삶은 소수에겐 행복하고 다수에겐 불행한 삶을 안겨줍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컨텐츠’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비교하고 비교당하기 쉬운 세상이 된 것도 맞지만
비교의 기준을 바꾸기도 쉬운 세상이 되었거든요. SNS의 생각지 않은 순기능이기도 합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다면 멘털 관리에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자존감을 찾는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회사가 자신의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난 나만의 컨텐츠가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됩니다. 본인이 잘하거나 좋아하는,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제가 살아보니, 사람은 생각보다 약한 생물이더라고요. 몸은 강해도 멘털이 약합니다. 멘털만으로 보면 물고기나 아메바가 사람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멘털이란 게 없을 거 같으니) 누가 썼는지도 모를 블라인드 앱의 밑도 끝도 없는 비방에 괴로워하고, 인터넷 댓글로 자살하고, 회사에서 겪은 일로 하루 종일 고민하고 갈등하는 게 우리니까요. 드라마 주인공에겐 강해지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자신의 상황이 되면 그러지 못하는 게 우리들입니다.
삶은 긴 레이스입니다. 건강한 멘탈을 유지하며 한 번뿐인 삶을 잘 살아내셨으면 합니다. 각자 가진 방법으로 잘하시겠지만 모르겠다면 제가 쓴 3가지 방법을 한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효과를 본 방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길진세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