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A와 B가 서로 격렬하게 토론을 하고 있던 것이다. 저녁을 걸러서 배가 고팠는지 조금 예민해 보였다. 한 명은 침을 튀겨가며, 다른 한 명은 핏대를 세우며 자신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걸 증명하고자 했다. 화이트보드에 한 명은 빨간색, 다른 한 명은 파란색 마커를 들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적어 내려갔다. 빨강과 파랑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화이트보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한편으론 조화로운 두 색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한순간 평화가 찾아왔다. A가 B를 설득시킨 것이다. B는 자신이 과업의 전후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함께 국밥집으로 향했고, 식사를 마쳤을 때는 7시 30분이 조금 넘었을 때였다. 그 후 그들은 쿨하게 각자의 집으로 떠났다.
놀라운 광경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A와 B의 모습이 내가 원했던 역동적인 팀 회의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자리 잡고 나니 엄청난 경쟁력이 되었다. A와 B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성장했고, 항상 팀에 좋은 성과를 가져다준다. 토론 중에는 모든 게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합의에 이르고 나면 나머지 세부 사항은 일사천리로 정리된다.
이런 팀을 보고 익스트림 팀(Extreme Teams)이라고 부른다. 익스트림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좋은 직원을 뽑는 게 다가 아니다. 팀은 팀장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일 잘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팀장님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해당 포스팅은 로버트 브루스 쇼 저 <익스트림 팀, 최고의 성과는 최고의 조직이 만든다>라는 책의 내용을 저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2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꼭 1가지 답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자택일이 언제나 답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2가지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며, 비중을 어디에 더 많이 두느냐의 문제다. 혹은 둘 다 잘해야 한다.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래는 흔히 범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지만, 양자택일하는 케이스들이다.
팀원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생각하면 성과를 위해 너무 몰아붙일 수 없다. 그러나 성과를 생각하면 팀원들을 강하게 압박해야 할 필요도 있다.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할까?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다 보면 팀원 간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그 갈등이 꼭 필요한 갈등이라도 말이다. 가령 위의 사례에서 A와 B가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격렬히 토론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치게 관계가 좋은 팀은 다른 팀원이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려고 하며, 복잡한 문제는 피하려고 한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갈등을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도입부의 사례처럼 격렬하게 토론하는 A와 B의 모습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팀은 외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불만도 없고, 팀장은 팀원들을 다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그냥 문제들을 덮어놨을 뿐이다. 오히려 불만이 하나도 없어서 걱정을 해야 하는 부류의 팀이다.
성과 우선주의 팀은 어떨까? 일부 아마존 출신 직원들은, 회사가 직원들의 감정적인 부분을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성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한다. 아마존 직원들은 건강은 물론 가족과의 일상도 희생해야 할 정도로 격무와 야근에 시달리는 곳으로 묘사되곤 한다. 또, 아마존은 물류창고에 설치한 감시카메라 개수가 가장 많으며, 직원들에게 전자 추적 장치도 부착하게 했다. 이는 근무 위치뿐 아니라 근무 시간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이처럼 성과를 지나치게 하다 보면 부작용이 많다. 먼저 팀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떨어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성과 부담에 편법과 불법을 저지를 위험도 있다. 그리고 구성원 간 유대감이 떨어져 서로 소통과 정보 공유가 잘되지 않는다. 만약 팀워크가 중요한 경우라면 이로 인한 손실이 클 것이다.
그래서 정답은? 둘 다 중요하다. 필요할 때는 성과를 위해 압박도 할 줄 아는 팀장이면서, 그 후 지친 팀원을 달래줄 수 있는 삼촌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사촌 정도의 친밀감은 필요하다.
대부분 기업은 강한 운영 방식 또는 부드러운 운영 방식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운영한다. 강한 운영방식을 채택한 기업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규율이나 이에 맞는 업무 수행 방식 등의 격식과 절차를 중요시한다. 대표적인 예로 GE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면서 제조업체가 많다.
부드러운 운영 방식의 기업은 창의적이며 때론 무질서를 독려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직원들 간 강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로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 미안하게도 가장 좋은 형태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을 포용해야만 익스트림 팀을 꾸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익스트림 팀을 만드는 것이 쉽다면 모두가 고 성과 팀이 되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나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이 모순적인 팀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패비용 계산‘과 ‘신뢰‘이다. 실패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 팀원들에게 자유롭게 전권을 넘겨도 좋다. 실패해도 회사에 큰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규율적인 문화를 구축한 팀이라면 실패 비용 내에서 자유를 주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모든 실패는 리더가 떠안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류 작업도 필요 없다.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믿고, 맡겨두면 된다. 팀원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결과만 보면 된다. 실패해도 경험적 자산이 쌓일 것은 분명하다.
만약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이라면 내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보자. 혹은 체크리스트, 프로세스 구축을 하면 체계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체계를 잡는 일은 현재 필자가 열중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는 극 초창기에 설립자의 지인들만 채용했다. 이미 설립자의 창업 의도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로만 말이다. 이후 전혀 몰랐던 직원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점점 회사의 문화가 희미해져 갔다. 나는 이를 보고 문화 희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당시 최고의 등산 장비를 만들고자 했던 초기 멤버들의 집념 혹은 집착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기업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익성을 위해 품질에서 어느 정도 타협하길 원했다. 그러나 아웃도어 스포츠 마니아들의 광적인 집착 덕분에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 물론 그 직원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채용 시 우선순위로 사내 문화에 융합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기로 했다. 파타고니아 ceo는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서 회사의 문화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을 뽑아서 직무 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 쉽다”라고 말한다.
자포스가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의 50%는 ‘지원자의 능력’이고, 50%는 ‘그 사람이 자포스의 문화와 잘 어울릴 수 있는지’다. 자포스는 분기별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기업 문화를 지키는 것이 더 귀중한 가치라고 여긴다.
이처럼 익스트림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팀의 문화에 대해 언제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글로 적어서 예비 팀원들에게 미리 보여주는 것이 좋다. 글로 적는 행위는 우리 팀의 문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기회를 줄 것이며, 외부에 공개할 수도 있다. 자포스의 ‘자포스 인사이더’처럼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지원자들과 소통하고, 문화에 대한 질문을 미리 던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헌신적인 인재로 구성된 회사는 특출난 천재들이 모인 회사보다 생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리고 헌신적인 인재로 구성된 팀은 사회적 자본의 비율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말인즉슨, 팀원들이 서로의 지식을 잘 공유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것. 지식의 총합이 같은 2개의 팀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헌신적인 분위기의 팀은 지식의 공유가 잘 되어 창출하는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그럼 팀원들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의 4가지를 제시해주면 오히려 팀원들은 적게 쉬고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즉, 헌신적인 팀이 만들어진다.
이익 창출보다 더 중요한 소명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겠다는 집념
팀장에 대한 존경심
팀원들 간 좋은 관계
이 부분은 책 내용과 상관없지만 추가해보았다. 과제 개요서란 이 과제의 전후 맥락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등을 서술하는 간단한 summary(개요)이다. 팀장에겐 보이지만 팀원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오는 업무 소통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도구이다. 보통 상사의 지시에 따라 부하 직원이 작성하며 검토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텐투고에서는 업무 지시자가 작성해준다. 애초에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개요서를 작성하겠는가? 알면 진작에 일을 잘했을 것이다. 과제 개요서에 들어가는 항목은 아래의 6가지이다.
추진 배경(시작 상황과 전개 상황 포함)
목적: 일을 추진하는 이유
목표: 일의 성공 기준 및 도달 지점
과제의 범위
일정 계획: 업무 추진을 위한 상세 일정과 데드라인
주요 이해관계자: 업무를 진행할 때 필요한 관계자들
요즘 들어 유독 아이템보다는 팀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와중에 ‘익스트림 팀’이라는 좋은 책을 만나게 되었다. 팀빌딩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대표는 재택근무 중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