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리뷰
4번의 인턴을 경험하면서 운이 좋게도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기업의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축복 받은 것은 그 무엇보다도 멋진 상사분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다.
무작정 그들의 말하는 방식을 따라 하기도 했다. 회의 때 대화 방식을 녹음하여, 혹은 영업 데모 영상을 틀어놓으며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들은 모두 본인만의 대화 방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나는 깊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성장하고 싶었으며, 그들의 대화법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다.
이번 글의 목적은 그들의 대화법을 본받고자 함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바보같이 얼어붙어서 말 더듬기를 반복하고 있다. 말 잘하는 법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나같이 어수룩한 사람은 그들의 대화 방식을 정리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체득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으로 옮길 때마다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인턴 당시 무언가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어떠한 결과를 발견하면, 나의 주장이 제대로 정리가 되기 전에 결과를 말씀드리곤 하였다. 그때마다 나의 어수선한 말을 듣던 PM님은 다음과 같이 답변해 주었다. “Hy님 입장에서 이런 식의 주장은 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근거 때문에 다른 방식이 더욱 필요합니다.” PM님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타당성을 우선 언급해 주었다. 그리고 인턴의 잘못된 주장을 무시하지 않았을 뿐더러 올바른 선택에 대해 가르침까지 주셨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말그릇이란 책에서 언급되는 말그릇이 큰 사람과 닮아있다. 책에서 저자는 말그릇이 큰 사람은 경청과 질문이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대화를 나눌 때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과 상대방의 세계를 알기 위해 관심 어린 질문을 한다. 또한, 심판자의 자리에 앉지 않고 학습자의 태도로 질문하고 듣는다. PM님은 커다란 말그릇으로 인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셨으며, 배움으로 이어지는 질문을 던져주셨다. 그분과 함께 일 하면서 업무뿐만 아니라 인생을 배웠다고 느끼는 이유도 이러한 경험 때문이다.
‘인지적 구두쇠’, 한마디로 인간은 골치 아프게 머리 쓰는 걸 무척 싫어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자료를 찾아볼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그렇지 않습니까?
…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 첫째도, 둘째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화의 규칙은 ‘상대방’ 위주로 화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 상대방은 자신에게 도움 되는 정보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
스타트업은 개인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장의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신입이라도 당장의 Contribution을 만들어내야 했다. 가끔 리더십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그들의 슬랙에 태그된 메시지가 20~30개씩 쌓여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은 당장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다. 그런 분들이 시간을 내어 나의 말을 경청해준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큰 시간을 낸 것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처럼 우리는 상대방이 관심 갖는 WHY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사와 대화를 할 경우 그 대화가 회사의 직접적인 Contribution과 연관되어야 한다. 처음에 나는 철부지 없이 “이런 부분이 궁금합니다.”라는 질문들을 하면서 상사분들을 괴롭히고 다녔다. 목적성, 즉 WHY가 명확하지 않은 질문들은 대부분 시간 낭비에 가까웠다.
하지만 존경하는 대리님은 나에게 항상 이런 식으로 질문해주셨다. “이 부분을 해결하면 회사에 이런 식으로 이익이 발생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단순한 말 한마디임에도 회사의 이익과 나의 Contribution이라는 WHY를 언급해주니, 나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Challenging을 자처하였다. 대리님은 질문 하나로 나를 움직이셨고, 나 역시 동기부여를 받아 그를 적극적으로 따랐다.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된 이야기는 ‘자신의 WHY(관심과 열망)’에 관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아무리 소음 속에 있더라도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음 문장을 즐겨 사용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당신의 WHY입니다.”
\–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
PM님은 수년간 회사의 Product를 기획 총괄한 리더이다. 그럼에도 기존 제품에 대한 bias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타인의 말을 경청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최종 판단은 언제나 데이터에 근거하였다.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User experience도 이에 반하는 데이터를 도출할 경우, 자신의 생각을 굽히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이처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통해 그의 말에는 언제나 신뢰가 쌓였으며, 우리는 자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전에 나는 Growth Hacking에 심취해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곤 하였다. 그리고 책에서 강조하는 여러 기법들을 회사에 도입하고 싶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을 토대로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해 PM님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주장은 회사 비즈니스에 적합하다는 명확한 근거, 즉 데이터가 부족한 허황된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PM님은 언제나 데이터를 강조하였으며, 자신의 생각을 뒤바꿀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를 요구하였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사람들은 논리적(logical)이면 합리적(rational)이라고 믿습니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선택할 만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논리적이라고 무조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논리적인 증거 없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숫자, 다수의 의견, 전문가의 의견으로 대표되는 객관적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하세요.
– 객관적인 근거는 상대방의 이성을 자극합니다 –
감사하게도 그동안 나는 너무나 값진 가르침을 받아왔다. 어수룩하게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인턴이 이전에 굵직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이곳에 적은 가르침 덕분이다. 뛰어난 상사 밑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결국 지금의 기업에서 내가 일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글의 목적은 그들의 대화법을 되새기고, 이를 토대로 지금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내기 위함이다. 인복 하나는 축복을 받은 것만큼 뛰어나기에, 지금 이곳에서도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으며 뛰어난 리더 밑에서 더욱 성장해 나가겠다.
Hy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