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29CM 전격 인수 주목해야 할 포인트 5가지
지난 5월 7일 패션 플랫폼 패권 경쟁을 위한 이합집산의 대미를 장식하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인수 금액은 약 3,000억 원이라 합니다. 이로써 무신사는 최근 신세계가 W컨셉을 인수하고,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인수하면서 점차 불붙고 있는 패션 플랫폼 전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입니다. 과연 무신사의 이번 29CM 인수, 무엇이 주요한 관전 포인트일까요?
무신사가 29CM를 원했던 이유, 솔직히 여성 고객들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유가 1번입니다. 무신사는 모든 커머스 플랫폼 중 특이하게도 남성 비중이 절반 정도에 달하고, 매출 비중은 60%로 클 정도로 남성 고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보통은 7:3, 8:2 정도로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타 플랫폼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특성인데요. 이렇다 보니 늘 여성 고객들까지 외연을 넓히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신사라는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차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무리하게 무신사의 여성 비중을 높이기보다는, 여성 플랫폼 자체를 사들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W컨셉 인수전에도 참여했던 거고요. 그때는 신세계에 밀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결국 성공을 거둔 겁니다. 실제 29CM는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여성 비중이 70%에 가깝고요. 특히 무신사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3040 여성 고객들까지 공략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무신사에 지니는 가치는 충분히 설명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신사는 왜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브랜디는 원하지 않을까요? 알고 보면, 무신사의 취향은 매우 확고합니다. 무신사는 브랜드 편집숍을 지향하고, 동대문 기반의 플랫폼들과는 차별점을 두려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입점한 업체들에 비브랜드 중심의 플랫폼 진출 시 거래 중단 고려를 통보했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비브랜드 중심의 플랫폼이 바로 동대문 기반 쇼핑몰들을 뜻합니다. 이들은 도매상의 상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구조이고요. 반면에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편집숍 모델은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평균적인 상품 품질은 브랜드 쪽이 뛰어납니다. 물론 대신 가격도 비싸고요.
무신사의 사업적 지향성이 이처럼 확고하기 때문에, 아마 아무리 여성 고객 확보를 위함이라도, 다른 플랫폼들은 애초에 인수 고려 대상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직 무신사와 지향점이 비슷한 W컨셉과 29CM만 바라봤던 것 같고요. 다행히도 짝사랑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이번에는 쟁취하는 데 성공했네요.
그럼 W컨셉과 29CM 중에선 어떤 곳이 더 무신사와 어울릴까요? 일장일단이 물론 있는데요. W컨셉이 기존 무신사의 방식을 여성 카테고리에 확장하기에 유리하다면, 29CM는 패션에서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W컨셉은 무신사와 정말 유사한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 편집숍 형태의 사업모델은 물론, 수익성 확보를 위한 PB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켰다는 점까지 말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처럼 W컨셉도 프론트 로우라는 PB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 및 성장시켜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둘의 만남도 아마 큰 시너지를 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29CM는 패션 PB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패션 쇼핑몰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29CM는 리빙과 테크, 뷰티 등 패션 외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해왔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이미 29CM를 패션 쇼핑몰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몰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봤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외연 확장이야말로 29CM가 거래액을 매년 2배씩 성장시키고,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던 핵심 비결이었습니다.
무신사는 아직은 패션 중심의 행보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연관 카테고리로의 외연 확장은 내심 원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한 무신사의 소망, 29CM가 가진 노하우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29CM는 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미디어 기업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콘텐츠 제작 능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무신사가 이러한 콘텐츠 제작 능력도 분명히 고려하고 인수 여부를 결정했을 겁니다. 물론 무신사도 콘텐츠 잘 만들기로 소문난 곳 중 하나긴 합니다. 하지만 둘이 지향하는 결은 상당히 다르고요. 특히 특유의 감성 콘텐츠만큼은 무신사는 물론이고, 그 어느 곳도 29CM를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한 29CM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브랜드 PT는 방송국이 제작 의뢰를 할 정도이고요. 자동차 회사, 타이어 회사 등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고객이 될 정도로 정말 퀄리티가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콘텐츠를 잘 만드는 29CM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그건 트래픽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서, 파급 효과 자체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신사는 아주 파급력이 좋은 다수의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정말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29CM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무신사라는 플랫폼과 결합하였을 때의 파괴력, 정말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이처럼 29CM의 경우 무신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문제는 스타일쉐어입니다. 이미 매각 소식이 들릴 때부터 인수 후보들은 29CM 단독 매물을 요청할 정도로 스타일쉐어의 가치는 떨어진 상태입니다. 29CM는 거래액이 2배씩 성장하고 흑자로 전환하는 동안, 스타일쉐어는 매출도 줄고, 적자 폭도 41억 원에서 107억 원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단기적으로 스타일쉐어의 부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복수의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타일쉐어와 29CM가 나쁜 선례를 보여준 상황인데요. 스타일쉐어는 상호 보완을 통한 시너지를 노리고 29CM를 인수하였지만, 효과는 미미하였습니다. 스타일쉐어가 1020세대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29CM가 2030 세대의 지지를 받는 터라 연령별로 나눠서 공략하려 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무신사는 플레이어와 같은 쇼핑몰을 자회사로 이미 가지고 있고요. 솔드아웃 같은 신사업을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고객 특성별 플랫폼 운영 전략은 시장 내 대세이기도 합니다. 브랜디가 하이버를, W컨셉이 디스탠스를 론칭하면서 남성 고객 전용 플랫폼을 별도로 만든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들과 달리 무신사와 스타일쉐어, 29CM가 서로 겹치는 부분도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처럼 단기간 내 이들을 묶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거나, 서로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요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