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괜찮은 스타트업의 조건 2가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첫째는 ‘대표’, 둘째는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두 가지는 무엇일까요?
스타트업을 선택할 때 객관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은 투자 단계, 투자 규모, 투자사입니다. 투자 단계가 높고, 투자 규모가 크고, 저명한 투자사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일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고 리스크가 낮습니다. 투자를 여러 번, 그리고 많이 받았다는 것은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하지만 무조건 투자 단계가 높고 투자 금액이 많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회사는 아닐 수 있어요.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적합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선호하고 문제 해결형 사람이라면 Seed 단계나 Series A 단계의 스타트업이 잘 맞겠죠. 반면 높은 안정성과 연봉을 원하고, 초기 세팅보다는 개선과 운영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Series B 이상의 회사가 좋을 거예요.
관심이 가는 스타트업이 어느 투자 단계에 와있고, 얼마나 투자받았고, 누구한테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더브이씨(THE VC)라는 사이트를 추천해드려요. 사이트에 접속해 상단 검색창에 기업명을 입력하면 투자 단계, 총 투자금액, 투자자, 직원 수, 자본금, 연혁, 창업자를 확인하실 수 있어요.
회사를 검색하면 페이지 하단에 비슷한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를 보여줍니다. 해당 산업에 얼마나 많은 회사가 있는지, 경쟁 강도는 어떤지, 각 회사의 투자 단계는 어떤지, 그 안에서 관심 있는 회사의 수준은 어떤지 확인할 수 있죠.
어떤 투자사가 투자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치 보증수표 같은 거예요. 아이돌로 치면 3대 기획사(SM, JYP, YG) 소속의 아이돌은 신인이어도 믿고 보지 않나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될성부른 떡잎에 투자하는 선구안을 믿는 거죠.
대표적인 국내외 투자사들을 알려드릴게요. 인지도, 업력, 투자 규모와 건수, 전문가(VC), 성공 사례를 기준으로 선정해봤어요. 아래 투자사들이 투자한 회사라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는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위험이 적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투자사가 있어요. 또한 투자사들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합니다. 이 글에서 다 소개해드리기 어려워 아쉬울 따름이에요. 더 많은 투자사를 알고 싶다면 더브이씨의 ‘투자자 검색‘을 활용해 보세요.
투자심사역은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거나 적자인 기업에도 투자합니다. 성장 가능성을 보니까요. 하지만 월급으로 한 달을 나는 직장인 입장은 다르겠죠. 투자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추가 투자는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매출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매출뿐만 아니라 손익까지 좋은 회사라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따라서 매출, 손익 등의 재무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재무 정보는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결과물인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려야 하죠.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 접속한다.
회사명에 원하는 기업을, 기간은 전체로 선택한 후 검색 버튼을 누른다.
감사보고서나 연결감사보고서를 클릭한다.
좌측 문서 목차에서 (첨부) 재무제표를 선택한다.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부채, 자본의 규모를 확인한다.
손익계산서에서 매출, 원가, 비용, 영업이익을 확인한다.
현금흐름표에서 영업, 투자,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확인한다
주석에서 수치와 관련된 자세한 설명을 확인한다
※ 5, 6, 7은 당기와 전기를 수치를 비교하면서 본다.
감사보고서를 열자마자 수많은 숫자에 놀라셨을 거예요. 크게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주석 5가지로 구성되어 있죠. 5가지를 다 알 수 있다면 우리도 회계사가 됐겠죠. 우리는 회사에 지원하려는 거지 회계사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니깐, 손익계산서와 주석 위주로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의 재무 상태에 빗대 설명하자면, 재무상태표는 현재까지 저의 재산 현황(예: 주식 2000만원, 펀드 1000만원, 대출 5000만원)이고 손익계산서는 이번 달 저의 수익과 지출이에요. 주석은 부연 설명 같은 거예요. 식비로 총 50만원 중 점심 20만원, 저녁 20만원, 카페/디저트로 10만원 같은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는 거죠.
회사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그 회사의 재산 상태가 궁금하신가요? 아니면 매월 어디서 이익을 얻고,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출하는지를 알고 싶으신가요? 후자를 보시는 게 좋겠죠. 특히 스타트업은 미래에 기대를 거는 조직이기 때문에, VC들이 투자할 때도 손익계산서 항목인 매출의 성장률을 주로 확인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금액만 보는 게 아니라, 3개년 치를 함께 보면서 증가율과 이익률을 함께 봐야 합니다. 보통 스타트업은 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증가합니다. 시장 규모와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에 따라 매출 증가율은 천차만별이죠. 초기 스타트업은 전년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도 신장합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점점 커지거나, 영업이익률이 악화할 수 있는데요. 사업이 확장되면 필요한 부분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배송이 중요한 커머스 회사는 물류 체인을 갖추는데, B2C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에 돈을 쓸 거예요.
수익(매출) 유형의 변화를 보면 회사의 사업 방향성과 전략이 보입니다. 감사보고서에 들어간 후 ‘수익’을 검색(Ctrl+F)해보면 수익의 유형(원천)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패션 커머스인 ‘무신사’의 주요 수익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패션 의류의 판매로 인한 상품 및 제품 수익과, 입점사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입니다.
2019년 수익을 자세히 보면 상품 매출 1159억, 제품 매출 33억, 수수료 매출 949억, 기타 매출 56억이죠. 자체 제작한 상품 매출(제품 매출 포함)이 총 1192억으로 전체 매출의 53%를 차지하고, 입점한 브랜드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수수료 매출이 전체의 43%임을 알 수 있죠.
2018년까지만 해도 상품 매출이 42%, 수수료 매출이 54%였는데 점점 자체 제작 PB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는 타 브랜드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사의 PB상품을 강화해 타사와 차별되는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수익의 유형과 함께 비용 항목을 보시면 해당 사업의 핵심적인 비용을 알 수 있습니다. 비용 항목은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원가, 판매비와 관리비, 일반관리비 등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 세부 내용은 주석에서 찾아보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무신사의 경우 ‘주석 24. 판매비와 관리비’를 보면 급여, 임차료, 지급 수수료, 광고 선전비, 견본비, 촬영 진행비 등이 발생하고 있어요. 급여, 임차료야 모든 회사가 공통으로 발생하는 항목이니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지급 수수료, 광고 선전비, 견본비, 촬영 진행비는 무신사가 패션 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들이죠. 금액뿐 아니라 해당 항목이 전체 비용이나 매출의 몇 프로를 차지하는지를 계산해보면, 해당 사업의 핵심적인 비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연도별로 어떤 항목에 집중적으로 비용을 쓰고 있는지를 보면 현재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무신사의 19년 비용을 보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항목이 바로 광고비입니다. 18년 10억에서 19년 53억으로 무려 5.3배 증가했죠. 같은 기간 매출은 1073억에서 2197억으로 2배 증가한 데 비해, 광고비가 엄청 늘었죠. 본격적으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경쟁사들(스타일쉐어, 29CM, 에이블리 등) 대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손익계산서를 포함한 재무제표는 기본적인 회계 개념과 항목(계정)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많은 것을 분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글에서 다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참고 자료를 알려드릴게요.
삼정 KPMG 스타트업 경영 360_ 스타트업 경영에 필요한 재무제표 시리즈
스타트업의 재무 구조, 수익 구조, 현금 흐름 등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뉴스레터 “돈 밝히는 여자 Cathy”도 추천해 드려요.
물론 앞에 소개한 네 가지(대표, 시장의 확장 가능성, 투자 정보, 재무 상태)만 보면 충분하다는 건 아닙니다. 함께 확인하면 좋은 것들도 함께 알려드릴게요.
대표의 철저한 조직 관리 능력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이는 경영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팀
업의 본질을 찾고 차별화하는 전략
데이터를 쌓고 활용하는 능력
출처 : 퍼블리 “투자받는 스타트업은 무엇이 다른가: VC가 말하는 투자의 조건”
직원 수 및 평균 근속 연수
조직 문화 및 분위기
회사의 연차
성장 전략
시장의 경쟁강도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유저의 평가
해외 유사 서비스의 성공 및 실패 사례
괜찮은 스타트업을 찾고 싶다면 투자심사역의 기준을 참고하자
1. 대표(CEO)의 사명감, 동기, 열정
2. 시장의 확장 가능성
3. 대표의 조직 관리 능력
4.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이는 경영진
5.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팀
6. 업의 본질을 찾고 차별화하는 전략
7.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능력
투자 단계가 높고, 투자 규모가 크고, 저명한 투자사들이 투자한 스타트업이라면 성장 가능성이 크고 리스크는 적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별 적합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에 맞는 단계의 회사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 손익 등의 재무 정보까지 확인하면 더 좋다(전자공시시스템 활용)
유지영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