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내로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면서, 국내 OTT 업계는 생존 또는 도약을 위해 다방면의 제휴 체결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윌라와 밀리의서재 등 오디오/전자책 콘텐츠 기업들도 빅모델을 기용한 공격적 마케팅과 각종 제휴를 체결하며 콘텐츠 구독 시장 내 파이를 지켜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콘텐츠 기업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콘텐츠 수급과 플랫폼 확보에 열중하고 있는 네이버의 행보를 타임라인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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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CJ ENM과 JTBC가 합작한 티빙이 런칭하면서, 네이버는 CJ ENM과 6천억 원 가량의 주식을 교환했다. 그리고 2021년 3월부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 혜택에 ‘티빙 무제한 이용권’을 추가하면서 티빙과의 제휴를 강화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3천 원을 추가하면 티빙 베이직 이용권, 6천 원을 추가하면 스탠다드 이용권, 9천 원을 추가하면 프리미엄 이용권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처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티빙이 추가된 이후, 티빙은 유료가입자 수가 25% 이상 증가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다.
네이버와 하이브는 1년 내로 하이브에서 운영 중인 위버스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통합할 예정이며,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하이브 측에 양수했다. 본격적인 제휴 및 시너지 효과를 위해 네이버는 위버스를 운영하는 BNX컴퍼니에 약 4100억 원대의 투자를 감행, 49%의 지분을 취득했다. (위버스 앱은 250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앱으로, 하이브 매출의 상당한 비율이 발생하는 플랫폼이다.) 그 결과, 본래 MAU가 3천만 명 정도이던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하이브와의 제휴 이후 BTS 정국의 생방송을 통해 동시 시청자 수 2200만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듯, 웹툰은 과거 포털에서 플랫폼 체류 시간과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만든 ‘락인’ 요소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인기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개별 유료 결제 모델이 자리 잡는 동시에 웹툰 원작의 드라마/영화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대거 뛰어들면서 웹툰 시장은 내수를 넘어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웹툰’ 상표권을 미국과 일본에 이미 등록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상표를 등록했다.
올 5월, 네이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와 뮤직 서비스 ‘바이브’ 등을 한데 묶어 새로운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신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대 시청자 수가 부쩍 늘고 있는 나우와 시너지 효과가 큰 바이브, 오디오 클립 등을 CIC로 재편해 종합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CIC의 대표로는 박수만 네이버 뮤직서비스 리더가 선임됐다.
티빙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혜택에 추가한 이후 네이버의 티빙 지분 인수설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네이버가 티빙의 지분 약 15%를 인수할 것이라는 ‘티빙 지분 인수설‘이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지분 약 15%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를 인수하게 되면, 네이버는 16.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JTBC 스튜디오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기존에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포털이 스포츠 경기 중계권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동안 포털은 사용자가 광고를 보고 나면 무료로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스포츠 경기를 중계해왔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 중계권의 단가가 지속해서 치솟고, 킬러 콘텐츠의 확보가 시급한 OTT들이 거액을 주고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우위가 OTT로 넘어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카카오, 쿠팡과 함께 내달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의 온라인 중계권을 다투고 있다고 알려졌다. (2021.06.21 글 발행 일자에 쿠팡이 단독 중계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짐)
네이버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브이라이브 통합 예정에도 모자라,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에서 운영 중인 케이팝 팬덤 플랫폼 ‘디어유 버블’의 지분 취득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 역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 일부 혹은 전부를 인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다시 한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카카오와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관련 글)
이처럼 콘텐츠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네이버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몇 가지의 의문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로는, 네이버에서 운영 중인 ‘시리즈온’의 활성화가 아닌 티빙과의 제휴를 택한 이유에 대한 것이다. 제휴 이전에도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에는 <네이버웹툰을 감상할 수 있는 이용권 ‘쿠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 이용권, 영화와 방송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시리즈ON 캐시’, 오디오북 대여 쿠폰, 네이버 클라우드 이용권> 등 다양한 혜택이 존재했다. 하지만 티빙을 멤버십의 콘텐츠 서비스에 추가하며,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도 충분히 드라마와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음에도) 자사 서비스로의 유인/락인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유치와 락인을 위한 강력한 킬러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대중의 견고한 로열티와 화제성을 지닌 CJ ENM 콘텐츠는 어쩌면 필연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웹툰과 웹소설 위주의 ‘시리즈’는 티빙보다 높은 트래픽을 보이는 데 반해, 방송/영화 위주의 ‘시리즈온’의 경우 티빙이 약 3.5배 이상 높은 트래픽을 기록하고 있어 방송 콘텐츠 측면에서의 보완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하이브로 양수한 것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하이브와의 제휴가 브이라이브의 실시간 사용자/트래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2500만 명 이상의 MAU와 브이라이브 플러스라는 유료 콘텐츠 상품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2020년 12월 기준으로 해외 이용자 비율 85%, 만 24세 미만 사용자 비중이 84%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과 Z세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가수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매출도 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이브와의 전략적 제휴 체결 과정에서 조율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1억 명 이상의 가입자와 높은 트래픽을 보유한 자사 서비스를 하이브로 넘긴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는다.
콘텐츠 업계에서 최근 하나로 수렴되고 있는 의견은 결국 ‘콘텐츠=머니게임‘이라는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거나 인기작을 독점 공개하는 것, 유료 가입자의 리텐션과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네이버는 네이버 웹툰이라는 풍부한 IP와 자본력, 자체 플랫폼(시리즈/시리즈온 등), 제작 역량(스튜디오 N), 자체 M&A 역량까지 보유하고 있다. 아직 티빙 지분 인수도 확실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의문들이 존재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네이버가 콘텐츠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되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요일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