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무려 23년 만에 구찌가 2번째 단독 매장인 구찌 가옥을 한남동에 오픈하였습니다. 그리고 1달 후인 6월 28일에는 무신사가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를 론칭하였고요. 또한 이어서 7월 1일에는 샤넬이 핸드백 등 주요 상품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 가격 인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불황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명품 시장은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 모든 명품 시장이 호황인 건 아닙니다. 유독 국내 명품 시장의 기세가 놀라운데요.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 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지만, 다른 대부분의 국가는 하락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가별 순위도 독일을 제치고 7위 시장으로 올라섰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명품 커머스는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요? 우리가 명품 커머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7가지 요소에 대해 오늘 한번 진하고 깊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샤넬은 올해만 해도 벌써 3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하였습니다. 인상 폭도 8~14%에 달하는데요. 인상 폭이 10%대인 것도 처음. 이로써 샤넬백 1,000만 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는 건데요. 가격이 올라 수요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국내의 이러한 유별난 명품 인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되는데요. 우선 수년 전부터 명품을 소비하는 세대가 확장된 것이 첫 손에 꼽힙니다. 과거에는 명품은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2030세대는 물론, 남성들도 명품을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른바 MZ세대는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MZ세대의 소비욕에 불을 붙인 게 코로나 19입니다. 그동안 해외여행 등으로 표출되던 소비 욕구가 뻗어 나갈 곳이 없자, 명품으로 쏠리기 시작한 건데요. 중고 거래에 익숙한 이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덩달아 투자의 대상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명품은 가격은 지속해서 오르지만, 디자인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혼여행에 대한 지출이 줄고, 예물 트렌드도 보석류에서 가방으로 변해가면서, 명품 소비가 늘기도 했고요.
이러한 여러 이유로, 국내 명품 시장은 성장성과 규모 면에서 모두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북미와 유럽 시장이 침체하면서 대안으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이 떠오르고 있긴 했는데요. 이제 한국 시장도 아시아 시장의 일부가 아닌, 그 자체로 중요한 곳으로 대접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 대한 명품 브랜드의 구애는 점차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한국 셀럽들이 발탁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도 이러한 일이 있지 않았냐고요. 아닙니다. 과거에는 명품 브랜드의 로컬 앰배서더로 계약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앰배서더는 없었습니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캠페인에 등장할 정도로 글로벌 앰배서더는 격이 다른데요. 특히 K팝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 아이돌 스타들이 명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샤넬의 지드래곤이나 구찌의 카이가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블랙핑크는 아예 멤버 4명 모두가 각기 샤넬, 디올, 생로랑, 셀린느의 앰배서더로 활동 중입니다. 신예 걸그룹 에스파는 최초로 그룹이 지방시의 뮤즈로 선택받기도 했고요. 이러한 모습은 단지 시장성뿐 아니라, 화제성 면에서도 한국 시장의 파급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구찌의 2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또한 명품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히 변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는데요. 다른 국가의 매장과 다르게, 지역명이 아니라 ‘가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오픈에 맞춰 색동이라는 한국 전통 요소를 차용한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한국 시장은 정말 명품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곳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이 깊어질수록,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콧대는 한 층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미 과거에도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을 상대로 갑질을 시전 할 정도로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국내 최고의 명품관으로 꼽히는 갤러리아 명품관. 압구정에 위치한 이곳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고급 백화점입니다. 하지만 이곳조차도 명품 브랜드 앞에서는 영원한 을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루이뷔통 매장입니다. 루이뷔통 매장은 이질적인 외관으로 전체 건물이 통일성을 헤치고 있는데요. 심지어 루이뷔통 간판이 백화점 간판보다 더 눈에 잘 띌 정도입니다. 이렇게 어색한 구조가 된 것은 백화점 리뉴얼 당시, 루이비통이 매장을 이동하면서 독자적인 간판과 출입구를 요구했고, 백화점은 이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바뀐 갑-을 관계는 현재도 유효한데요.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가 최대 뉴스였던 더 현대 서울도 이른바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을 하나도 유치 못 시키는 굴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들 명품 브랜드가 입점 못 했기 때문에, 더 현대 서울이 결국 성공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 있을 정도였죠.
이렇기 때문에 샤넬처럼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상승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수요가 넘쳐나고, 유통업체와의 협상력에도 우위에 서 있으니 말입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판매량이 코로나 19로 인해 줄어들자,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을 통해 손해를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당분간 명품 브랜드들의 독주는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명품이 잘 팔리자, 이를 둘러싼 커머스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중 오프라인은 특히 입점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주요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점포의 실적을 좌우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매출의 절반이 명품에서 나온다는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의 경우 아예 생사가 명품 브랜드 유치에 달려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아예 미국 백화점들처럼 직접 상품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롯데 백화점의 탑스, 신세계 백화점의 팩토리 스토어, 현대 백화점의 오픈 웍스 등이 대표적인데요. 재고부담을 지면서까지 상품 매입에 나서곤 있지만, 아직 규모 면으로는 직접 브랜드가 입점해 판매하는 위탁 판매 방식에 비할 바가 못 되는 형편입니다.
반면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은 처음부터 브랜드를 직접 입점시키기보다는 중간 도매상인 현지 부티크나 병행수입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상품 자체를 확보하는 문턱은 낮은 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합니다. 대표적인 명품 버티컬 커머스 3곳은 각기 다른 상품 확보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머스트잇이 가장 긴 업력을 바탕으로 국내 병행 수입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요. 트렌비는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풀려 하고 있습니다. 발란의 경우 현지 부티크 업체들과의 밀접한 협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요.
이처럼 상품 확보가 커머스 경쟁을 위한 승리 요소라면, 명품 커머스의 마케팅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명품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건, 새롭게 합류한 MZ세대 고객들입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들과 커머스 업체 모두 이들 세대에 마음을 빼앗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앰배서더로 K팝 아이돌 스타들을 주로 발탁하는 것도 다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특히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캠페인들입니다. 과거 명품 브랜드들이 향수 및 뷰티 브랜드로 젊은 소비자들을 명품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면, 이제는 아바타 스킨이 이를 대체한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이를 더욱 가속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밀라노 컬렉션이 코로나로 취소되자, 발렌티노는 2020년 5월 동물의 숲을 통해 새로운 컬렉션 의상을 발표하였고요. 루이비통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으로 LOL, 즉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화려한 디자인의 캐릭터 스킨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찌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올해 2월 제페토에서 S/S 컬렉션을 구현한 60여 종의 아이템 스킨을 공개하고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단지 가상세계에서의 캠페인이 마케팅이 아니라 수익실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심지어 지난달에 로블록스에서 구찌는 아예 현실보다 비싼 가격에 디지털 전용 가방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제 정말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명품 브랜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수준이 높은 건 아닙니다. 클래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명품 브랜드답게 전체적으로 온라인 적응 수준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나이키를 시작으로 브랜드가 직접 온라인에서 고객을 만나고 판매하는 D2C 열풍이 불고 있는 것에 비해, 명품 브랜드들의 온라인 커머스 준비는 정말 미흡합니다.
앞서 소개한 구찌 가옥은 이와 같은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선 구찌 가옥에는 그 흔한 QR코드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버스 정류장 등 홍보 포스터에는 QR코드가 있어 관련 정보를 확인 가능한데, 매장 내에는 전무한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또한 매장 내 사진 촬영이 금지된 점도 공유가 중요한 온라인 트렌드에는 맞지 않습니다. 더욱이 매장 내 체험 요소도 전무한데요. 이와 같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었으면 체험 요소도 넣어 올 이유도 만들어주고, 또한 직접 콘텐츠를 만들게 하여 확산시켜야 할 텐데 말입니다. 온라인 전략에 미숙하다는 게 완전히 드러납니다.
뭐 프라다, 에르메스, 팬디 등은 작년에 들어서야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했을 정도니, 아직 정말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 명품 소비 자체는 면세점 쇼핑이 여행 제한으로 줄어들면서 오히려 급증하고 있거든요. 따라서 명품 브랜드가 놓치고 있는 온라인 판매를 두고 경쟁은 점차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이러한 명품 온라인 시장을 노리고, 무신사 부티크를 출범시켰습니다. 선물하기에 여러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도 이를 노리고 있고요. 네이버도 신세계와 손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명품 커머스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명품 버티컬 커머스들은 오히려 이들을 그렇게 경계하고 있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명품만큼은 트래픽보다 상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트래픽이 많다고 상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탄탄한 공급망을 확보했다면, 아무리 큰 업체가 경쟁에 들어오더라도 자신이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역시 백화점들입니다. 명품 브랜드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고, 오프라인 기반으로 상품도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명품 커머스는 절실한데요. 과거 온라인으로 유통 채널의 중심이 이동하면서도, 백화점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명품의 힘이 컸습니다. 따라서 명품 시장만큼은 백화점들도 포기 못 합니다. 특히 최근 이베이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의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명품 커머스와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7가지 항목으로 정리하여 나눠보았는데요. 명품 커머스의 최근 트렌드를 읽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명품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어떤 플랫폼이 이러한 흐름에 가장 잘 올라타고, 또 어떤 브랜드가 온라인 전환 시대에 성공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요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