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3초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는 새로운 무언가를 보면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렇듯 처음 마주하는 것은 해당 요소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듯, 사용자는 서비스의 처음을 보고 이곳에서 떠날지 머물지, 구경만 할지 구매할지를 결정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프로덕트 팀은 서비스의 핵심을 시작(랜딩페이지)에 보여주며, 우리는 이를 분석함으로써 해당 서비스가 어떠한 방향을 가지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오늘은 무신사의 첫 페이지를 분석하며, 무신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엿보려 한다.
무신사는 랜딩 페이지에서 후기, 세일, 뷰티, 셀렉트, 골프 등 13개의 메뉴 중 랭킹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갤럭시S10e 기준으로 골프/랭킹/업데이트/스타일/브랜드 메뉴가 랜딩 화면에 들어오며, 이중 랭킹이 메인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메뉴의 순서를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신규 사용자와 앱을 기본값으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항상 랭킹을 먼저 접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화면에 나타나는 메뉴는 왜 하필 저렇게 구성되었는지, 배너/상품랭킹/랭킹이슈 등의 정보들이 나열된 순서는 어떤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왜 하필 이런 기능을 사용했는지를 차례차례 분석해볼 수 있다.
우선 화면에서 보이는 메뉴를 뜯어보자. 메인으로 설정된 랭킹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골프, 우측에는 업데이트/스타일/브랜드 메뉴가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골프인데 이는 무신사의 기존 사용자층인 1020 남녀에는 비교적 생소한 카테고리이며,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2030 골프족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무신사가 스트릿캐주얼/미니멀 등 기존의 핵심 카테고리와 소비패턴이 다른 상품군을 랜딩페이지에서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랭킹/업데이트/스타일/브랜드와 달리 골프라는 한정된 상품군에 대한 메뉴라는 지점에서, 무신사가 2030/비즈니스 사용자층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랭킹의 우측에는 업데이트, 스타일, 브랜드가 보인다. 차례대로 신상품/재입고 소식, 스타일별 코디/상품 정보, 브랜드 이슈/기획전 정보를 보여주는 영역이다. 이들은 모두 무신사의 주 사용자를 위한 메뉴이며, 일반적인 커머스의 메뉴 구성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용자의 정보 인지 구조를 랭킹/업데이트/스타일/브랜드 순으로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무신사가 어떠한 정보를 강조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참고)
*접속 시, 메인이 되는 랭킹을 기준점으로 정보 인지 흐름을 생각하였다.
메뉴의 하단은 메인배너/띠배너/상품랭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크게 보면 메인배너와 상품랭킹으로 2분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메인배너는 신규브랜드/기획전 등 큐레이팅 콘텐츠를 보여준다. 상품랭킹은 인기 상품을 나열하는데, 사용자의 연령에 맞춰 필터링된 랭킹을 노출한다.
그렇다면 왜 신규브랜드/기획전/할인정보 등의 콘텐츠와 상품랭킹을 보여주는 것일까? 배달의민족과 같이 카테고리를 전면에 보여주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 이는 무신사 사용자의 앱 소비패턴에서 기인한다.
콘텐츠는 무신사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축이다. 무신사에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커뮤니티를 즐기고자 방문하는 회원 수를 늘린다. 실제 2019년 오픈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트렌드를 보기 위해 무신사를 방문하는 회원이 65%,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접속하는 회원이 48%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딱히 살 게 없는데, 무신사를 들락날락한다. 커뮤니티와 콘텐츠의 힘이다.
무엇이 무신사를 ‘커뮤니티 커머스’의 제왕으로 만들었나, 바이라인 네트워크, 2021년 1월 26일
무신사의 사용자들은 습관적으로, 패션을 구경하기 위해서 앱에 접속한다. 이들에게 목적/선택이 명확히 요구되는 상품 카테고리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사용하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서비스는 목적/선택을 곧바로 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이 훨씬 중요하다. 이렇듯 우리는 어떠한 플로우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해당 서비스의 사용자를 파악할 수 있다.
조금 더 작은 단위로 들어가면 메인배너를 먼저 볼 수 있다. 이미지를 통해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첫 번째는 ‘신규 입점 브랜드’에 대한 기획전을 담고 있다. 앞에서 함께 보았듯 설계자에게 있어서 콘텐츠의 순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찰나의 시간, 설계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서비스는 항상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 입점 브랜드를 홍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신사의 독자적인 경쟁력이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신사는 충성고객들의 지속적인 바이럴을 통해 발굴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였다.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엔더슨벨, 드로우핏 등이 무신사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이는 무신사의 사업 횡보에서도 드러나는데, 최근 무신사파트너스가 창업투자회사로 업종을 변경하여 유망 패션브랜드를 발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로써 무신사에 신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결과적으로 배너의 진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다. 어떠한 콘텐츠를 보여주는가는 단순히 마케팅/콘텐츠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사업 방향성이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품랭킹이다. 상품랭킹은 카테고리/연령을 선택할 수 있고, 기본값으로는 전체 카테고리/사용자 연령으로 필터링 된 랭킹을 보여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신사는 구경하기 위해 들어온 사용자에게 볼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랭킹은 어떠한 의미로 사용자에게 볼만한 콘텐츠라는 정보를 제공할까?
이 아티클을 보면 고객은 다른 사용자가 보고 구매한 상품에 대해 높은 구매 의사를 가진다. 남이 많이 본 상품의 클릭 수는 3.8배가량 높다. 이는 집단동조의 일종으로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가치 있는 정보/상품을 분별한다. 즉 상품 랭킹은 사용자들에게 직관적인 가치 제안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만약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사용자에게 상품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용자들은 구경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소비했을 것이다. 여기서 정보의 탐색을 위한 시간과 노력은 편한 마음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된다면 결국 사용자들은 구경하러 들어오기보다, 할인행사를 하거나 무신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을 때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무신사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무신사는 이러한 사용자의 패턴을 잘 파악하였고, 가치 있는 상품 정보를 떠먹여주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였다. 이는 무신사를 정보 탐색보다는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수많은 충성고객을 창출하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상품랭킹의 밑에는 바로 랭킹이슈가 따라온다. 랭킹이슈는 이름 그대로, 상품랭킹의 변화를 재조명하고 이를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이미 높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제품을 사용자에게 재노출 시켜 구매 전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슈일까? 이슈를 검색해보면 논점(論點) 또는 논쟁점. 순화어는 `논쟁거리‘, `쟁점‘, `논점‘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어떠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무신사가 랭킹이라는 정량적 정보를 의견/스토리라는 정성적 정보로 치환시키려 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무신사는 마치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사/매거진으로 역할하여,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넘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작용한다.
랭킹이슈의 UX를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리스트에서 제목에는 숫자 배지가 달리는데, 이는 댓글의 개수이다. 상세페이지에는 댓글/좋아요/공유 기능이 있다. 보통 좋아요 수치를 표시하는 데 반해, 유독 댓글 개수가 강조된 데에는 랭킹이슈를 통해 무신사/사용자 간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확산시키고 싶은 무신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아래에는 추천랭킹이 따라온다. 벌써 랭킹에 대한 정보만 3번째 등장하는 것으로, 무신사가 랭킹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추천랭킹을 사용자에게 신기능을 학습시키는 방법 측면에서 분석하고 생각해볼 수 있다.
추천랭킹은 얼핏 보면 랭킹 이슈와 유사한 형식의 콘텐츠와 같이 보인다. 섬네일은 특정 주제를 대표하는 컨셉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미니 기획전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섬네일을 클릭하여 상세페이지로 이동하면 ‘상품랭킹 페이지’가 나타난다.
상품랭킹 페이지는 추천랭킹 주제에 맞는 필터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페이지명 옆에는 툴팁을 통해 상품랭킹의 기능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내가 원하는 상품군의 랭킹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발견하고, 자연스레 학습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무신사가 ‘필터를 설정할 수 있는 랭킹’을 소개하면서, 기획전과 같은 감성적인 이미지와 문장형의 제목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연출된 이미지와 문장형의 제목을 보며, 특정 주제에 대해 감성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적인 기획전 상세페이지의 상단은 해당 주제를 소개하는 스토리와 이미지들로 가득한 것이다.
그런데 무신사의 상품랭킹은 곧바로 상품리스트가 연결된다. 어찌 보면 부자연스럽지만 무신사는 상품랭킹을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생활을 만들어주는 상품들을 보는 공간’으로 상품랭킹을 소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비스의 랜딩페이지는 특별함이 없어 보이지만, 해당 서비스의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무신사가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결국 무신사는 커뮤니티가 있었기에, 높은 거래액의 커머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신사가 랭킹이라는 상품중심적인 랜딩페이지를 선보이는 건 의외이다.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의 또 다른 대표주자인 오늘의집이 랜딩페이지인 인기 탭에서 오늘의스토리(사용자들의 컨텐츠)를 보여주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의문은 더욱 커진다. 그렇다면 무신사의 커뮤니티는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 걸까? 이 기사처럼 지금도 여전히 커뮤니티/미디어 커머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의집과는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걸까?
다음에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무신사와 오늘의집을 비교하고, 향후 미디어커머스의 미래를 함께 얘기해보면 좋겠다.
Tree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