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커피전문점 1위와 2위가 혹시 어디인지 아시나요? 결제금액 기준으로 1위는 모두가 예상하는 스타벅스이고요. 2위는 바로 투썸플레이스입니다. 최근 이 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먼저 스타벅스의 한국 법인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17.5%를 신세계 그룹이 약 4700억 원을 투입하여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지분 50% 중 17.5%는 직접 인수하고, 나머지 32.5%는 싱가포르 투자청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100% 스타벅스 운영권을 신세계가 가져간 셈이 되었습니다.
반면 이미 CJ에서 사모펀드로 소유권이 넘어갔던 투썸플레이스는 이번에 다시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원래는 IPO를 추진했었지만, 기대보다 이익이 작을 것 같자 매각으로 선회하였는데요. 스타벅스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스타벅스 지분 추가 인수로 이마트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는 반면, 투썸플레이스는 다른 사모펀드 이외에는 관심을 거의 못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기반 산업의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스타벅스를 향한 이와 같은 시장의 고평가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도대체 스타벅스는 왜 유독 잘나가는 걸까요. 스타벅스는 오프라인에서의 경쟁력이 압도적이면서, 동시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한 걸로 유명합니다. 그 덕분에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내 커피 시장 1위를 지킨 것은 물론, 다른 업체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스타벅스가 거둔 성과와 그 배경이 된 디지털 전환의 성공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이즈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에서 결제한 금액은 2020년 한 해 동안만 무려 2조 원에 달합니다. 추정금액이라 실제 매출인 1조 9,284억 원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올해는 매출로도 2조 원 돌파가 유력한데요. 2016년 커피 전문점 최초로 1조 원 매출을 돌파한 데 이어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다른 업체들과의 매출 차이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시장 2위 업체인 투썸플레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3,655억 원. 1조 원은 물론 아직 5천억 원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와이즈앱이 추정한 결제금액으로도 2위 권 업체인 투썸플레이스와 이디야는 5천억 원 내외에 불과한데요. 심지어 2위부터 7위까지 스타벅스를 제외한 상위 6개 업체의 결제금액을 모두 합쳐도 스타벅스의 연간 결제금액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벅스의 정말 무서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장당 평균 매출입니다. 스타벅스의 매장 수는 작년 기준 1500여 개로 투썸플레이스(1400여 개)와 비슷하고, 이디야(3300여 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요. 결제금액은 이들보다 4배 정도 크니, 투썸플레이스보단 매장당 매출이 4배, 이디야보다는 무려 8배 정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되니,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던 겁니다.
보통 매장 기반의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핵심 동력은 출점입니다. 즉 점포 수를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건데요. 다만 이런 방식을 지속할 경우, 매장당 효율은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달랐는데요. 스타벅스는 매년 100여 곳 이상씩 매장을 신규 오픈하면서 동시에 매장당 평균 매출액도 같이 성장시켜왔습니다. 코로나 19로 주춤했던 작년만 제외하면 매년 1억 원씩 성장하며, 2019년 기준으로 매장당 매출이 13억 원에 도달하였고요. 작년에도 12억 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선방하였습니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실적은 양과 질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기에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타벅스만의 선진적인 매장 운영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앞서가는 가장 큰 이유는 표준화입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맛까지 표준화시켰을 정도로 철저한데요. 사실 엄청난 인기와 달리 스타벅스 커피 맛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내리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커피 마니아일수록 그런 경향은 강해지는데요. 이렇게 스타벅스 커피에 대해 맛없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스타벅스가 강배전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강배전 원두는 진한 맛과 쓴맛이 강한 대신에 본래 향은 약해지는데요. 대신 바리스타 간 편차를 줄여줘서, 일정한 맛을 내는 데는 유리합니다. 최고의 커피맛은 아니지만, 어느 매장이든 불호가 적은 품질은 유지하여 1등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겁니다.
이와 같은 표준화를 위해, 스타벅스는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부 인력도 단기 고용이 아니라,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고요. 이와 같은 인력 운영 방식을 통해 스타벅스의 매장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장별로 안정적인 수익관리가 가능하고요. 여기에 더해 비효율 매장도 신속하게 정리 가능한 데다가, 매장 간 카니발리제이션도 예방 가능합니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는 어디서나 잘 교육된 직원들에게 균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고요. 서비스와 맛, 모두 일정한 품질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신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도 쌓이게 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운영시스템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커피 전문점에는 다 있는데, 스타벅스에서는 진동벨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다른 프랜차이즈에선 보통 진동벨로 주문 완료를 알리는 데 반해 여전히 스타벅스는 주문자를 직접 불러서 이를 알리는데요. 여기에는 바리스타와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스타벅스의 경영이념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적인 이와 같은 고집이 스타벅스의 DT를 앞당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이 진동벨을 사용하는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는 걸 바로 알릴 수도 있고요. 그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반면 바리스타가 직접 구두로 전하다 보면, 전달 과정에서 실수가 종종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스타벅스 코리아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제도가 콜마이네임 제도입니다. 고객이 자신의 닉네임을 등록하면, 이를 불러서 음료가 준비되었음을 알려 불편을 줄이자는 아이디어였는데요. 실제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인 것은 물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닉네임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가 늘어나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이렇게 감성적인 터치로 디지털 정보 수집을 활성화하다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또한 앞서 말씀드린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도 디지털 전환에 한몫하였는데요.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종업원들이 주문 시 내용을 펜으로 적으면서,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와 비슷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데요. 그 이유는 아예 주문할 때 펜으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표준화된 POS 시스템을 기반으로 라벨 스티커로 내용이 출력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곧 주문 정보가 규격화되어 정리, 저장된다는 걸 의미하고요. 처음부터 이렇게 잘 설계된 시스템을 갖춘 덕택에 스타벅스 코리아의 최대 히트작 사이렌 오더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처음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한국에서 시작해 본토 미국으로 역수출된 걸로도 유명합니다. 도입 8년 차인 올해 5월에는 누적 주문 건수 2억 건을 돌파하기도 하였고요. 지난 1년간 전체 주문의 25%가 사이렌 오더를 통해 이루어졌고, 작년 연말 한 달 동안은 리워드 회원의 50% 이상이 사이렌 오더로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사이렌 오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표준화된 시스템, 전 매장 직접 운영 등이 있었습니다. 주문 데이터가 이미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모바일 앱으로 옮길 수 있었고요. 직영 매장만 운영하기 때문에 전체 확산도 바로 가능했습니다.
또한 여러 기술적인 비밀도 숨겨져 있는데요. 하드웨어적으로는 고주파 음을 활용하여 정확한 위치 인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매장 밖에서는 GPS를 활용하여 고객이 직접 가까운 매장을 선택하게 하고요. 매장 내에 들어오면 고주파를 활용하여 이를 바로 앱이 인식하게 했는데요. 매장마다 고유한 고주파 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헷갈릴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으론 매장 주문 고객과 사이렌 오더 고객 간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 등의 알고리즘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하여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반의 추천 시스템까지 도입시켰는데요. 여느 이커머스 플랫폼 못지않게 기술적인 요소에 진심인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이렌 오더의 편리함이 널리 알려지면서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수입니다. 선불식 충전카드를 사용하는 고객 대상 로열티 프로그램인 스타벅스 리워드는 지난 2011년 론칭했는데요. 이후 꾸준히 회원 수를 늘려온 결과 올해 2월 드디어 70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스타벅스 리워드 고객의 성장 속도는 특히 사이렌 오더 등 디지털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My DT Pass를 들 수 있는데요. 드라이브 스루 이용 시 자동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건데 작년 연말 기준으로 등록 차량이 150만 대를 넘어섰고, 차량 이용 고객의 약 40%가 이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선불식 충전카드 방식을 사용하면서 스타벅스는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데요. 고객들이 미리 충전한 돈이 작년 기준 무려 1,801억 원으로, 토스(1,158억 원)나, 네이버페이(576억 원)보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견제 아닌 견제를 받고 있고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금융업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합니다.
물론 꼭 금융업 같은 이종산업으로 진출하지 않더라도 스타벅스 매장은 디지털 전환 덕택에 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것이 딜리버리 서비스입니다. 그간 스타벅스는 커피 품질 이슈 때문에 배달에 소극적이었는데요. 작년부터 테스트 운영을 시작하더니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직접 배송보다는 협력 업체를 통해 하는 방식을 사용 중인데요. 신세계가 사실상 지분을 전량 인수한 만큼, 다른 커머스와의 확장/제휴 등도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신세계 백화점이나 이마트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듯이, SSG가 주도하는 퀵커머스나 새벽 배송에 스타벅스 커피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겁니다.
사실 이미 SSG 내 전문관으로 스타벅스 온라인 샵은 작년에 오픈했었고요. 올해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 상품도 일부는 SSG에서 독점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프리퀀시로 얻을 수 있는 상품과 다른 색상의 것이었는데요. 완판한 것은 물론이고, 1차 판매 때는 온라인 몰이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스타벅스 파워가 통한다는 걸 입증한 셈인데요. 프리퀀시 자체도 당근마켓에서 거래될 정도로 스타벅스 MD 파워는 어마어마해서요. 향후 그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타벅스는 여러 커피 전문점 중 유일하게 고공행진 중이며, 그러한 배경에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정말 대단한 점은 DT를 훌륭히 해내면서 본질적인 오프라인 경험 증대에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스타벅스는 첫 매장을 이대에 오픈한 이래, 여러 유형의 매장들을 시도해왔는데요. 국내엔 생소하던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매장을 도입하여 성공시키기도 했고요. 프리미엄 커피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는 블루보틀처럼 보다 더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브랜드와 직접 경쟁 중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해나가면서, 본진인 오프라인을 든든히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특화된 매장들도 계속 선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스타벅스 별다방점으로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스타벅스 브랜드 팬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성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별다방점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존중을 담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해외 브랜드임에도 국내 브랜드 못지않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디테일에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결국 이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환의 파급력 역시 점차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스타벅스가 잘 나가는 이유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7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살펴보았는데요. 스타벅스를 보면 정말 탁월한 기업은 그 어떤 환경적 요인과 상관없이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위기까지 겪고도 성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러한 성공을 이끈 스타벅스 DT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고객 편의성 증대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렸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고객에 대한 집착이 중요하다는 걸 스타벅스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는 셈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