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의와 컨설팅을 하며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는데요, ‘재무‘와 관련된 일이라고 한다면 본인의 우선순위에서 다른 일보다 후순위로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별 기대 없이 컨설팅에 참여하시거나, 직접 안 오시고 직원 보내는 분들도..)
혹시 경영학원론 교과서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경영학의 첫 번째 장에는 대부분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Plan – Do – See’, 이를 해석하면 ‘경영이란 계획하고 – 실행하며 – 결과를 검토하고, 다시 계획을 하는 순환의 과정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경영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세 가지 과정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되는데요.
제가 만나 본 대표님들을 생각해보면.. 보통은 다소 추상적인 계획을 토대로, 실행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Do가 1순위 Plan이 2순위 See가 3순위 정도 되는 것이죠. 그게 틀렸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좀 더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 자격증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많은 수험생들의 모습을 옆에서 살펴보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강의든 공부든 하루에 10시간은 넘게 자리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하죠.
물론 공부를 많이 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시험에 더 잘, 더 빨리 합격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도 필요한데요. 위에서 말씀드린 ‘많이‘가 Do의 영역이라면, 여기에 Plan과 See가 보강되면 더 잘 합격할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을 바로 제가 했는데요. (자랑 죄송합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3년 정도 필요한 공인회계사 시험 1,2차 시험을 합격하는데 약 1년 정도 걸렸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저는 다른 수험생보다 계획과 리뷰에 많은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주어진 시간 동안 어디를 어떻게 공부해야 효율적이고(Plan), 전체 영역 중에 어느 부분이 약점인지(See) 고민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많이 썼거든요.
스타트업 경영도 수험 생활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좀 배고프고요.
짧은 시간 동안에 목표로 했던 지표들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다만 수험생은 점수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길을 잘 잃지 않는 반면에, 경영자는 측정 가능한 지표가 잘 없어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Do는 당연히 잘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Plan과 See를 잘해야 하며, 계획과 평가를 위해서는 숫자로 다양한 지표를 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기업에게는 사업계획과 성과평가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죠.
서론이 참 길었는데요. 숫자 예찬은 다음 기회에 좀 더 하도록 하고, 본 글에서는 숫자로 사업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만 요약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업계획을 하는 기본은 다음과 같이 4단계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5개년 사업계획 구체화
2. 매출액 추정
3. 변동비 추정
4. 고정비 추정
이 정도 하고 나면 향후 5년간의 영업이익을 추정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몇 가지 개념만 추가하면 기업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를 예측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도별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각 단계별로 어떤 절차들이 필요한지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계획은 최소 5년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에 성공했을 때 기업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뭘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그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사업모델이 성공했을 때의 상태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엔드이미지라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로 어떤 제품을 대체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랬을 때 우리가 대체하려는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산업용 원자재, 음식 배달, 카페 등) 그 시장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지? 이 중 상당 부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규모는 어떠한지? 등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엔드이미지를 5년 혹은 6년 후에 숫자로 그려보고, 그 중간인 1년 ~ 4년 후의 그림은 엔드이미지 까지 가기 위한 중간 미션들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그 미션들을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사업계획인 것입니다.
제일 안 좋은 방식이 이런 거예요.
단순히 매년 X2를 그려 놓고, 구체적 고민 없이 의지만을 내세우는 사업계획 말입니다.
스타트업의 매출액 추정 방법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 가장 권장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 바로 탑다운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입니다.
대상이 되는 시장규모를 조사하고, 그중 목표비율을 계산하여 연도별 매출액을 추정하는 방식 말입니다. 이러한 목표 점유율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분화된 지표를 찾기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다소 추상적인 목표일 뿐입니다. 0.001%에 어떤 근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권장하고 싶은 방식은 바텀업 방식입니다. 흔히 매출액은 P(Price)와 Q(Quantity)의 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즉 가격과 수량을 세분화하여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표시하면 가격은 왜 그렇게 설정했는지, 수량은 어떤 변수에 영향을 받아서 저렇게 추정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어서 훨씬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보여드린 광고 매출을 바텀업 방식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유튜브와 같은 광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플랫폼의 경우 유저들의 총 이용 시간과 시간당 광고단가가 P와 Q가 될 것인데요, 총 이용시간(P)은 총 가입자 수 또는 매일 접속하는 유저의 수(DAU)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늘릴지 고민하며 사업하다 보면, Q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입니다.
또한 광고단가의 경우 유저가 증가할수록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 부분은 유사한 플랫폼 업체(네이버, 구글, 카카오)의 공시자료 등을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매출에 영향을 받는 부분을 상세하게 펼쳐서 보다 보면, 매출에 영향을 받는 중요한 지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는 회사마다 달라서 누가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요. 어떤 회사는 기업의 인지도는 높은데, 구매 전환이 잘 안 되는 회사도 있고 (전환율) 고객은 많은데 이탈률이 높아서 고민인 회사도 있고 (리텐션 비율) 아니면 아예 인지도가 떨어져서, 주어진 예산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을지 고민인 회사도 있습니다. (예산대비 노출인원)
만일 전환율이 이슈인 회사라면, 엑셀 파일에 전환율의 증가에 따라 매출 수량이 바뀌는 부분들을 표시해서 계획해야 합니다.
이를 대략 표시해보면 아래와 같은 형태가 되겠죠.
이처럼 기업의 상황에 따라 매출의 증가에 결정적인 지표를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지 계획하여, 이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매출 추정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의 형태마다 크게 다르지만, 변동비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변동비라 함은 매출의 증가에 따라 유사한 비율로 증가하는 비용을 말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재료비, 운반비, 판매수수료 등이 있습니다.
변동비는 기본적으로 추정이 쉽습니다.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라면, 눈에 딱딱 보이거든요. 매출액 대비 재료비 얼마, 수수료 얼마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변동비가 진짜 그게 다인가?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흔히 언급하는 사례로 마켓컬리가 있는데요. 컬리의 경우 매출액 대비 매출 원가율은 약 74%입니다. 10,000원짜리 팔아서 2,600원 남기면 그럭저럭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 포장비, 운반관련비용 등을 더 빼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포장비랑 운반비도 변동비거든요.
제 생각에 컬리는 창업 초기 변동비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매출액이 늘어나면 손익이 좋아지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변동비는 매출액과 비례하여 증가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매출액과 변동비의 차이를 벌리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컬리는 제품원가 외에도 포장비 운반비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크게 개선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2020년 매출액 9,530억원 영업손실 1,163억원이라는 손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변동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항목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딱 눈에 들어오는 재료비나 직접 인건비 정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비, 운반비, 수수료, 외부 인건비, 서버비, 광고선전비 등 매출과 직접적으로 비례할만한 사항들은 꼼꼼히 따져서 변동비 항목으로 합쳐줘야 하고요.
또 장기적으로 매출액과 변동비의 차이를 어떻게 벌릴 것인지(이익률을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판매단가를 높이거나 원가를 줄이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고정비는 사실 추정이 좀 어렵습니다. 매출이 늘어났을 때 고정비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해봐야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5년 이상의 장기 고정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타사의 사례를 좀 찾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정비 중에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비용은 인건비인데요. 인건비는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근데 그게 감이 없다 보니 너무 적게 예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인원 계획 하단에 1인당 매출액을 그려보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말이죠.
그 해의 매출액에 인원수를 나눠보면 1인당 매출액이 나오는데요. 참고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기업의 감사보고서 등을 잘 찾아보면 1인당 매출액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인 다음 기회에..)
예를 들어 네이버는 1인당 매출액이 약 10억원 정도 나옵니다. 엄청나죠? 그 외 카카오는 6억, 현대차는 7억 정도 나오는데요. 이런 식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과 비슷한 형태의 완성된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의 공시자료를 찾아서 1인당 매출액을 찾아보고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근데 보통 스타트업 사업계획을 보면 막 1인당 매출액이 15억씩 나오고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특별한 근거가 없는 한 그런 형태는 거의 불가능하죠. 아무리 잘 나와도 1인당 매출액 4~5억을 매우 초과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광고선전비, 서버비, 감가상각비 등 사업에 따라 중요한 비용은 각각 다릅니다. 이런 경우 역시 비슷한 형태의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찾아서 그 기업이 몇 년도에 매출액 얼마 대비 중요한 비용을 얼마 정도 썼는지 확인해 그 비율과 비슷하게 우리의 미래 고정비를 예측하면, 최대한 합리적인 사업계획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네 단계를 거쳐서 매출과 비용을 추정하고 나면 그 결과는 영업이익입니다. 산출된 5개년도의 영업이익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테크니컬한 인사이트가 필요한데요. 이는 다른 글이나 강의에서 전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
그럼 긴 글을 요약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 여러분들이 엑셀과 친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 생각을 숫자로 풀어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면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무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사업 계획을 숫자로 풀기 위해서는 미래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하며,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숫자를 보여줄 수 있을지 구상해야 합니다.
2. 매출은 무조건 P(가격) x Q(수량)로 구분해서 표시하며 특히 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상세하게 나열하여, 우리의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3. 변동비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다양하게+ 많이 잡아서 예측해야 하며, 이를 절감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4. 고정비는 비슷한 형태를 가진 다른 큰 기업들의 사례를 많이 찾아봐야 하며, 우리가 그 정도로 성장했을 때 이 정도 비용이 나온다 정도의 느낌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해당 글은 파인드어스 이재용 교육본부장과 모비인사이드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