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One more thing)”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 그리운 이유는 우리를 설레게 하였던 서프라이즈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의 시작을 알린 아이폰과 서류 봉투에서 꺼낸 아이패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했습니다.
신제품의 공개를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 수년 전부터 해당 제품을 개발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공개 이전까지 비밀을 유지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출시 예정인 제품의 콘셉트가 유출되면 “One more thing”의 설렘과 반전의 재미는 반감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이 공개된 이후에는 경쟁사의 추격을 피할 수 없으며 심지어 내가 공개한 내 제품에 의해 권리화를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내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지식재산 제도를 이해하고, 영업 비밀을 보호하는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삼성과 애플은 매년 가을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z플립3을 출시하면서 폴더블 시장의 선두주자임을 세상에 알렸고, 애플도 아이폰13 등의 다양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스타트업은 프로토타입(Prototype) 형태의 시제품을 출시하여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제품의 출시하는 경우나 투자자나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개하는 경우 등 내 제품이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 기업은 다양한 리스크를 가지게 됩니다.
경쟁사는 공개된 제품을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여 그 즉시 카피 제품을 출시할 수 있고, 공개된 내 제품에 의해 추후 권리 획득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품과 기술이 공개되지 않도록 유지하며, 원하는 타이밍까지 적절하게 기업의 영업 비밀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허 제도는 공개된 기술에 대해서는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미 공개한 인폴딩(In-folding) 방식의 스마트폰에 대해 누군가가 권리를 획득하고자 하더라도, 세상에 알려진 기술을 권리화하는 것은 사회적 효용이 없기 때문에 특허 제도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제품을 모방한 제3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삼성전자에게도 적용되는 지식재산 제도의 대원칙입니다.
이미 세상에 공개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특허 출원한다면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 심사 과정에서 제품이 공개된 사실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해당 특허는 언제든지 무효가 될 법적 리스크를 가지게 됩니다.
특허 제도는 내가 공개한 내 발명이 나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상황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특허 출원의 당사자에게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건데요, 특허 제도는 내 발명이 공개되고 12개월까지는 유예 기간(Grace Period)을 두어 내 발명에 의해 거절되는 불합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너무 긴 유예 기간을 둔다면 시장 상황에 따라 권리화를 지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발명의 공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특허를 출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명이 공개되고 12개월이 지났다면 해당 발명은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권리를 획득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제품이 미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공개되었더라도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별 제품의 공개 일자와 국가별 특허 출원 시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제품의 공개일로부터 ‘자국의 특허 출원’이 12개월 이내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은 자신의 발명이더라도 공지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조약우선권을 주장하는 조건으로 ‘타국의 특허 출원’이 12개월 이내이면 공지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공개 시점 이전에 사업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가별로 제도의 차이점을 고려하여 유예 기간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나 고객사와 비밀유지약정(NDA)을 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후속 제품의 개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므로, 제품의 외부 공개 이전까지 노출된 정보들의 외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제든지 개별 당사자의 이해관계의 차이로 제품 개발이 중단되거나 고객사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약정서의 작성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식 계약서 작성까지 힘들다면 간소화한 일부 조항에 대한 서명으로 대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국에서는 ‘비밀유지의무’를 가진 당사자에게 자신의 발명을 공개하더라도 법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위 약정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미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인들에게 공개한 것만으로 신규성 상실이 가능하여 주의가 필요합니다)
“One more thing”, 그 찰나의 순간은 영광스럽습니다.
하지만 공개되는 기술과 제품을 보호하기까지는 기업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손인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