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베끼는 것도 실력이고 전략이다! ‘스타트업’ 하면, 세상에 없었던 획기적인 기술이나 아이템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무조건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과감하게 버려도 된다. 물론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아이템과 기술은 스타트업에 경쟁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최초, 국내 최초, 유일무이한 아이템=성공’이라는 방정식이 항상 성립되는 걸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의미 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약 500개 중 100개 정도는 다른 유니콘 기업을 모방한 ‘카피캣’이었다는 사실이다. 에어비앤비 이전에도 이미 카우치서핑이라는 단기 임대 서비스가 존재했었고, 우버의 경우도 사이드카 등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즉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와 아이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경쟁사가 하지 못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고, 결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 내었으며, 시장을 지배하는 1등 기업인 퍼스트무버가 되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발굴하는 데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창조적으로 모방하고 융합하고, 개량화하는 노력의 과정 속에서 오히려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혁신의 대명사라고 일컬어지는 애플도 모방의 힘을 잘 발휘한 기업이기도 하다. 1980년대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비롯한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제록스로부터 모방한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다. 물론 기존 서비스를 완벽히 동일하게 카피하는 경우는 지탄 받아 마땅하며, 이런 문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의 장단점을 분석한 후 단점을 보완하거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차별화하는 응용력을 발휘한다면 이는 혁신을 이끌어 내는 창조적 모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1등 모델을 살짝 비틀어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경우가 적지 않다. 라디오계의 유튜브, 오디오 버전의 아프리카TV라고 할 수 있는 스푼라디오. 일반인들이 누구나 앱을 통해 DJ가 될 수 있고, 청취자들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승승장구 중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팟캐스트라는 기존 서비스가 있었지만 스푼라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확실한 타깃층을 선정해서 이들의 니즈를 서비스에 녹여 냈다는 점일 것이다. 스푼라디오는 철저히 10~20대로 고객층을 세분화했고, 팟캐스트와 달리 시사 정치 등의 이슈보다는 10~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 친구 관계, 감성 및 개그 콘텐츠 등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집중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 아이템에서 한정된 세대만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웃간의 중고 거래라는 사업 모델로 차기 유니콘 등극이 유력시되고 있는 당근마켓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중고 거래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중고나라, 번개장터라는 기존의 쟁쟁한 서비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근마켓은 철저히 지역에 기반한 중고 거래라는 타깃을 설정했고, 스마트폰 GPS를 통해 인증하면 거래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더불어 거리에 제한을 둔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에서 발생하기 쉬운 사기 위험을 줄여 신뢰성을 확보했다. 비양심적 거래자를 차단하기 위한 차별화된 기술 장치도 도입했음은 물론이다.
흔히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세계 최초나 유일무이한 아이템에만 성공의 열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라도 규모를 축소하여 한정된 지역이나 한정된 세대에 세그멘테이션하여 작은 사업으로 시작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점차 사업 모델을 확대해 나가는 단계별 성장 전략을 취하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성공의 방정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창조적 모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내가 힌트를 얻은 기존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철저히 뜯어보고, 기존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거나 제공하지 않을 고객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경쟁 기업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 경쟁사들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세세한 디테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필자가 예전에 읽었던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의 《바로잉》이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빌려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6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즉,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한 후, 비슷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온다. 이후엔 빌린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연결하고 결합해야 하며, 자신만의 색깔과 해결책을 찾아낼 때까지 숙성시켜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이 발견되면 그 안에서 강점과 약점을 판단하여, 강점만을 끌어올려야 창조적인 모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도 앞서 필자가 말한 ‘생산적 why’의 꼬리 물기와도 비슷한 게 아닐까.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려면 내 주변 무엇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기존의 서비스도 다시 보고, 존재하는 아이템이라도 다시 파헤쳐 봐야 한다. 계속 질문하고 문제를 찾아봐야 내가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과 아이템이 나타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팁! 기존에 존재하는 서비스에서 아이디어와 힌트를 얻고 사업 아이템을 발전시켜 보고 싶은 창업자라면, 단순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눈을 넓혀야 한다. 해외에 등장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 혁신적인 아이템들을 서치하다 보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번뜩이는 기회 시장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식당 마감 할인 서비스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타트업 ‘라스트오더’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서비스는 위치 기반을 통해 스마트폰 앱을 켜면 동네 음식점의 마감 할인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동네 식당들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기될 뻔한 식자재를 매출로 이어 갈 수 있으니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가 win win 할 수 있는 셈이다. 주목할 것은 이 서비스가 이미 유럽 8개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이다. 덴마크에서 출발한 ‘투굿 투고’ 서비스는 식당들의 마감 할인 음식을 중개해 주는 플랫폼으로 인기가 높다. 라스트오더의 오경석 대표는 유럽 출장을 통해 이 서비스를 우연히 발견하고,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서비스 모델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장소, 음식 종류, 가격대 등 카테고리를 지정할 수 있게 시스템을 보완해서 제대로 된 한국형 모델로 안착시키는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창조적 모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을 캐치하는 정보력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빨리, 속도감 있게 실행하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그래야만 어떤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뜨고 사라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가 있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나 매체 기사를 서치해도 어렵지 않게 이런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남보다 더 부지런히 더 빠르게 정보를 캐치하자! 그리고 이를 나만의 방식으로 융합해 내자! 스마트한 벤치마킹을 하자! 창조적 모방을 통한 혁신은, 무시할 수 없는 스타트업 성공 방식 중의 하나다.
박재승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