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그 필요는 내가 결정할 수 없으니, 늘 함께 하도록 해보세요.
아래 대화는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싶어 하는 이‘와 상담에서 나눈 대화를 압축하여 전합니다.
Q. 일을 딱 필요한 만큼만 하면 안 될까요? 서로 간의 약속한 만큼요. 그럼 서로 일을 함께 하는 데 갈등이나 잡음 같은 것이 대부분 사라질 것 같아서요. 괜히 서로 이리저리 재다가 시간만 간 적이 너무 많아서 불편합니다. 코치님도 그러셨잖아요. 일을 하기 전에 함께 하는 이들끼리 일에 대한 목표한 결과물과 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그려볼 수 있을 때까지 그려보라고요.
A.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을 하기 위해 기획 및 계획했던 것과 일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달라지잖아요. 그때마다 조정하면 참 좋겠지만,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조정에 대한 결정권을 내가 쥐고 있는 게 아닌 경우가 더 많고요. 그리고, 이미 답이 정해진 일이라고 해도, 할 때마다 분명 달라지는 게 있잖아요. 그 달라진 부분까지도 조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는 우리의 업무 현장 속 상황 상 여러모로 쉽지 않죠.
Q. 그런데, 과정의 합리화 또는 논리적 근거 마련을 위해서라도 ‘단계별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다소 일방적이라고 하더라도요. 그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잖아요. 여러모로.
A. 말씀하신 것처럼,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때, 약속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신에, 완벽한 약속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이들과 협력과 협업에 명확한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실제 업무에서 일적으로 협력과 협업 관계를 구분하여 관리하라고 말씀드렸던 것도 약속의 일부분이죠. 그걸 기준으로 서로 간의 조정과 조율을 쉼 없이 하는 것입니다. 각자 해야 할 것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의 경계선을 점점 명확하게 그어나가면서 동시에 조율하며 효과와 효율을 높이는 것이죠.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런 질문을 하고 있으신가요?
Q.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영리하게 하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영악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서요. 함께 하는 이가 저에게 자꾸 ‘꾀를 부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요. 저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피드백은 매번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는 것 같아서요.
A. 아마도 확실히 검증된 만큼만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럴 겁니다. 그동안의 일을 함께 해왔던 감을 빌어,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어 있거든요. 요령 피우는 게 아니라고 하거나, 아직 충분히 숙련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수준과 내용을 ‘자기 합리화’하여 타인에게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이건 일을 빨리 끝내고 싶거나, 적당히 하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어서 그런 겁니다. 물론 나쁜 마음은 아니죠. 특정 영역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철두철미하게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거나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마음 때문이죠.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이거나, 이타적이지 않다고 욕먹을 수 있죠.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일과 남의 일을 우리 공통의 기준에 의해 구분하고, 개인 및 공통 업무에 대한 수준과 내용, 그걸 만들기 위한 방법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노력해봐야죠. 이건누가어떤일을하는것보다는, 그걸통해우리의일이되는것이더중요하기때문입니다. 그것도늦지않게말이죠.
우리는 일을 ‘덜‘하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일에 대한 많은 책임을 짊어지지 않는 것이 곧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보다 돈을 더 받으면, 혹은 그렇게 느끼면 그걸로 (개)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한된 영역의 경험을 통한 학습으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권하지 않습니다. 위와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을요.
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손해 보기 싫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비교할 수 없는 동료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그 보다 내가 일을 더 많이 하거나, 맡고 있다고 하면 화가 납니다. 또한, 비슷한 일을 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기대하는 Output에 맞춰 적절한 수준과 내용의 Input(시간, 노력, 에너지 등)을 내가 결정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계산대로 움직이는 것이 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간에 비해 늘 해야 할 일의 양도 종류도 많고, 수시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쉬워 보이는 더욱 ‘빠른 것’에 집착하듯 일 합니다. 일의 속도를 더 높여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기계화하는 것이죠. 문제는 업무상 각각의 효율화는 한계를 금세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딱 필요한 만큼 하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계산하기 위한 움직임(접근)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양에 최대치를 넘어서는 요구를 조직(상사)으로부터 늘 받게 됩니다. 그 한계치를 늘 시간 기준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렵고 난해한 개별 업무도 ‘빨리 하는 것‘을 잘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그럼, 결국 기한을 맞추기 위해 퀄리티를 낮추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야겠죠. 자발적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비자발적이라면 그 경험이 누적되어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무리해서 기한을 맞췄음에도 원하는 수준(결과)이 나오지 못하면, 실망감은 더 크게 됩니다. 자칫 스스로 혹은 조직(상사 및 동료)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업무가 ASAP, 이렇게 되면 실제 업무상 조율 가능한 Quality도 제어가 불가능하거나 하향 평준화해야 합니다. ‘빨리 하기 위한‘ 업무 처리 전략이 오히려 조직과 개인에게 좋지 못한 습관과 성과를 만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재빠른 성장을 위해 업무 시스템이 최적화되어, 다른 전략을 사용하려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습성’이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업무에 대한 선택(결정)권이 없습니다.
늘 위로부터 그 내용에 대해서는 하달받습니다. 지시와 명령 투성이죠. 그 출처가 위일 때도, 옆일 때도, 심지어 거꾸로 아래로부터 올라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해주세요’에 가깝게 요구가 옵니다. 그걸 왜 해야 하는지, 그럼 무엇을 했으면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 다운 접근과 방법’인지를 논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진, 이전 혹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접근만 유효합니다.
상의, 협의, 합의가 조직 내 기본 커뮤니케이션이 아닙니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누구도 소통하지 않습니다. 서로 간의 일 관련 ‘해야 하는 일거리’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그건 소통이 아니죠. 일이 되기 위한 가장 올바른 방향과 방법에 대하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요? 모두가 각자 하는 일도 다르고, 그걸 하게 된 배경과, 각자의 이해가 다른 상황에서, 갑자기 협력과 협업을 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울 뿐이죠.
그러니까, 모두가 모두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기회와 분위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같은 일(협력)이든, 다른 일(협업)이든 일단은 ‘돌다리도 두들기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히 모를 수 있죠. 전에 했던 일이라고 할 지라도, 현재 상황이 전과 완전히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현실적으로 대입하면, ‘회의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회의 안건 및 내용을 분류에서 ‘협력(같은 일)과 협업(다른 일)’을 구분한다
협력의 경우, 이전의 프로세스 및 성과에 대하여 빠르게 리뷰하고, 조정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여기서 더욱 나아진 성과(또는 실적)를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 및 최대의 조치를 검토한다.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 과정 중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한다.
협업의 경우, 유사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Draft Process(or Methodology)를 검토한다.
검토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주요 단계 및 구간별(milestone) 가상의 성과물과 최종 성과물의 차이를 견준다.
실제 실행 과정 중에 발생 가능한 (예상 안팎의) 변수에 대해 검토 및 대응하며 실행에 옮긴다.
최종적으로 전체 프로세스에 대해 그려보고, 해당 업무의 안과 밖 또는 전후 좌우에 연계될 수 있는 기존 또는 새로운 일이 무엇 일지를 살펴보는 피드백의 시간을 갖는다.
위와 같은 회의 방식은 결과 보고 보다는 과정 중심적으로, 일을 되게 하기 위해(전보다 나아지기 위해) 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전보다 나아지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일이 나아지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고,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의 질문이 빗발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업무의 비즈니스상 목적부터 목표까지(Due-date와 Quality에 대한 여러 각도의 논의),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재원 조달과 각자 해야 하는 부분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한 보다 조화로운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위의 과정에서 조직과 내가 ‘필요한 만큼의 간극(gap)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가 가능합니다.
서로 간의 이해에 대한 차이를 안다는 것, 특히 함께 하는 동료를 포함한 리더가 생각하는 바와, 내가 생각하는 바를 수시로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늘 있다는 것(그러한 소통의 장이 늘 열린다는 것)은 다소 귀찮은 일이지만, 최소한 누가 누군가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을 일임하거나 하는 등의 일들이 이루어져 오히려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빠르게 처리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위와 같은 소통 방식과 전략 등을 채택하지 않습니다.
일방적으로 Bottom up & Top Down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거나, 절차만을 중요시한 나머지 의사 결정의 속도는 간과한 채 자신들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그렇게 업무를 해왔고, 그걸로도 충분히 문제 없이 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만큼 일을 하고 싶다는 개인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이건 개인이 가진 다소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손해 보기 싫고, 내 것을 주기는 더 싫습니다.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다 조직 내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만 모아서 조직을 꾸릴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는, 열심히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이들을 칭찬만 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그것도 의욕적 또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이들을 ‘잘한다’라고 칭찬만 할 수 없습니다. 어떤 한 편에서는 그들이 하는 일들이 독이 되거나 긁어 부스럼이 되어, ‘일을 위한 일을 한다’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조직 내에서는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가장 올바른 해법은 ‘일하는 문화‘에 있습니다.
다소 뻔한 답일 수 있지만, 얼마나 우리는 소통 다운 소통을 하고 있는지 보는 겁니다. 실제로 “모두가 모두에게 질문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를 갖춘 조직은 보기 드뭅니다. 그런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데 누군가 앞장서야 하고, 그 선두 격에는 당연히 조직의 리더가 있어야 합니다. 뭔가 물어보는 것을 지양 또는 가로막는다고 하면, 결국 자신의 무능, 무지 등이 탄로 나는 것을 경계한 리더(들)의 무식한 통제만이 난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한정된 업무 영역만이 반복되는 조직에서 개인은 큰 깨우침이나 배움 등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냥 기존에 하던 일을 꾸준히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은 없을 테니까요.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 조직 또는 내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면, 우선 주위를 둘러보고, 그 주변 환경을 내가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여전히 ‘필요한 만큼이라는 생각의 꾀를 부리고 있고, 나와 비슷한 곳에서 똑같이 꾀를 부리고 있는 조직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조직은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결국, 나부터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이 모여있는 조직에서 과연 변화와 혁신이 자주 일어날 수 있을까요? 기대하는 성과, 성장, 성숙 등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이직스쿨 김영학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