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무작정 따라 하기 #8
먼저 할 말이 있다.
가격을 올려라!
(많은 마케터들: 네?)
기억하자.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박리다매’는 통했다.
기업이 이익을 적게 보더라도 물량전으로 밀어붙이면 최종적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잠재 고객도 많았고 똑같은 물건인데 왜 비싼 돈 주고 사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혈 경쟁은 불가피했다. 판매자는 어떻게든 팔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카피 제품이나 레플리카(이른바, ‘짝퉁’) 제품도 많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겉보기에는 정품과 다를 바가 없으니, 싼 가격에 똑같은 제품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업들은 제품의 질을 다소 떨어뜨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야만 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했다. 아니, 변화해야만 했다. 출혈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도해졌고 고객들 또한 그저 값만 싼 저품질 제품의 홍수에 지쳐버렸다. 게다가 이런 구조에서 중소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생산, 유통, 판촉 모든 면에서 유리하고 특히 자금적으로 유리한 대기업이 더 많은 공급량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하고 나서는 판에서, 중소기업이 틈새에서 박리를 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이 택한 탈출구는 다름 아닌 “구르메(Gourmet) 패키지”다. 모든 면에서 특별한 제품, 그 제품에 비싼 가격을 붙여 파는 것. 이것이 그들이 채택한 생존 전략이다. 단순히 값싼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가격과 품질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가격 경쟁과 제품 출시 홍수의 생존자들이 택한 전략이다.
헬스장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 회원권을 끊는 데 높은 가격을 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시설이 현저하게 차이 나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나 PT, 혹은 원포인트 레슨이라면 어떨까. 강사가 누구냐에 따라, 혹은 얼마나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있느냐에 따라 기꺼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자 하지 않을까.
모든 면에서 특별한 제품을 개발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격만을 중시하는 브랜드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붙이거나, 소위 “장인의 손길”을 담은 듯한 컨셉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구르메 패키징 전략이다.
이 구르메 패키지에는 높은 가격을 붙이는 것이 맞다. 낮은 가격이 아니라 때로는 높은 가격이 고객을 만족시킬 때가 있다. 비싼 값을 지불하면, 수준 높은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무수한 제품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가능한 한 최상급의 상품을 팔아라. 저렴한 가격이라는 그물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당신의 상품을 보여줘라. 기억해야 한다. 만들면 그냥 제품이고, 팔려야 비로소 상품이다.
팔려야 상품이라고 해 놓고, 돈을 받지 말라니? 대체 무슨 흐름인가 싶을 것이다. 그러나 돈을 안 받을 때 제품이나 서비스는 더 잘 팔린다.
선불 제도와 후불 제도의 차이를 아는가. 단순히 언제 돈을 지불하느냐의 차이가 아닌, 고객 경험에서의 차이 말이다. 후불제는 고객의 구매 부담을 줄이는 좋은 장치이며,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시 돈을 받지 않는, “맛 없으면 돈 안 받아요”와 같은 제도는 더 좋은 장치가 된다.
혹시 요즘 갤럭시 시리즈가 체험 서비스를 시행하는 걸 아는가.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전에 미리 써보고 최종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서비스는 상당히 늦게 출시된 감이 있다. 다른 시장에는 이미 체험 서비스가 많이 도입되어 있다.
처음부터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 답은 아니다. 일단 브랜드를 인식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구매만 한 사람은 이런저런 불만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체험을 함께 한 사람은 오히려 만족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써보고, 이미 만족한 상태에서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브랜드일수록, 잠재 고객들의 뇌리에 그 이름이 아직 인식되지 않았고 고객 신뢰도가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나중에 받는 작업이 더더욱 필요하다. 신뢰를 먼저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이어 나가야 한다.
먼저 제공하고, 나중에 벌어라. 그것이 지식이든 물건이든.
왜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무료 샘플’을 나눠주는가?
잘 생각해보라.
저희는 현금만 받아요
재래시장에 가면 결제 수단이 현금뿐인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바뀌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아직도 중소 브랜드 중에서는 ‘현금’이나 ‘일시불’만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이는 아주 나쁜 가격 정책이다. 특히 구르메 패키지를 팔기를 택했다면, 정말 취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다. 상당수의 잠재 고객들은 한 번에 큰돈이 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혹시 비싼 제품 중에서 “월 80,000원!(12개월 무이자 할부 시)”와 같은 식으로 가격을 표기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뒤에 붙어 있는 “12개월 무이자 할부”에 시선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80,000원”이라는 가격을 먼저 인식한다. 그러면 같은 가격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이 제품은 부담이 없다’고 인식하게 된다.
“초특가! 960,000원!”과 “월 80,000원!(12개월)”을 비교해보라. 어떤 문구가 더 마음을 끄는가. 이것은 잠재고객에게 ‘긍정적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이런 것을 ‘프레이밍’이라 한다. 프레이밍에 대해서는 이후 다른 글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결제 수단은 다양화되어야 하는 반면에, 선택 사항은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잠재 고객은 혼란을 느끼게 마련이다. 자신이 어떤 물건을 원하는지 헷갈려하다가 결국에는 이탈하게 된다. 선택지를 잔뜩 늘어놓기보다는 몇 개의 카테고리를 통해 간소화하고, 큰 틀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은 제품을 살 때 제품만을 사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같이 산다. 여러 가지 가격 정책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심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값싼 제품만을 취급하고 결제 방식을 제한하는 답답한 중소 기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격 정책과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라.
단순히 잠재 고객에게 ‘인지’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때, 당신의 기업과 상품은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1] 빌 비숍, 안진환 옮김, 박재현 감수, 강규형 기획, 핑크 펭귄(스노우폭스북스, 2017).
이재인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