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50%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빠진 명동,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한국에 3번째 애플스토어가 들어섭니다. 지난 17일 애플이 애플스토어 명동 개점을 공식화한 건데요. 첫 매장이 강남권역인 가로수길, 2번째 매장이 서남권역인 여의도에 오픈한 것에 이어, 강북 도심권을 포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뒤를 이어, 강동권역을 담당할 잠실 롯데월드몰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 합니다)
2017년 이후 애플은 스토어가 아닌 스퀘어 컨셉을 도입하며, 매장을 대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강남권 등 특정 지역에 소형 매장들을 집중하여 열기보다는,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매장을 주요 거점에 순차적으로 열고 있는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플은 왜 하필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명동을 택한 것일까 의문이 생기긴 합니다.
이처럼 애플이 명동을 택한 건,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이라는 명동의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애플은 위치한 도시를 대표하는 상권에 꼭 매장을 내는 걸로도 유명한데요. 그렇기에 명동을 놓칠 순 없었을 겁니다. 또한 코로나가 종식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면, 명동이 가진 관광지라는 강점이 다시 살아날 걸로 판단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계약 상의 이점이 있었을 걸로 판단됩니다. 이번 애플스토어는 센터포인트라는 신축 건물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아마 건물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애플스토어 입점을 강력하게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상세한 계약 조건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로수길에 있던 1호 매장도 무려 20년 장기 계약을 맺을 정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애플에게는 딱인 선택지였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애플의 이러한 판단이 코로나의 본격적인 확산 이전에 검토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예상보다 더 오래 장기화되면서 공실률이 무려 50%에 달할 정도로, 명동은 상권이 형성된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애플의 선택이 명동에서만 빗나간 건 아닙니다. 1호 매장이 있는 가로수길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상권으로 분류되곤 하는데요. 명동과 가로수길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소비 의존도가 높던 곳입니다. 따라서 코로나로 외국인 입국이 막히자, 대형 브랜드들이 매장을 비우고 떠나고, 상권도 침체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나마 가로수길의 상황은 명동보다는 낫긴 한데요. 이른바 세로수길이라 불리는 메인 거리 주변의 경우, 고객 유입이 꾸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오프라인 상권의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뜨는 상권도 있습니다. 바로 청담과 성수 일대인데요. 세로수길, 성수, 청담의 공통점은 MZ세대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명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내수고객 유입이 회복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회자되며 대세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명동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상권 자체가 다시 재구축되고 있다는 겁니다.
작년 연말, 인증의 성지로 떠오른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보기 위한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오래간만에 명동에 활기가 넘쳤는데요. 몰또와 같은 에스프레소바, 더스팟패뷸러스 같은 카페들도 덩달아 뜨면서 MZ세대의 발길이 다시 명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명동 상권 전체의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었는데요. 애플스토어 오픈이 상권 부활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입니다.
일단 애플스토어가 가지는 존재감 자체가 엄청나기도 하지만요. 같이 시너지를 낼 호재들이 연이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작년에 세계에서 2번째로 명동에 오픈한 나이키 라이즈 매장이 있고요. 롯데백화점 본점도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대형 매장들이 상호 시너지를 낸다면, 명동 상권의 명예 회복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더 현대 서울이 들어서면서 상권 자체가 살아난 여의도 사례도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빠른 회복을 위해선 임대료 개선이 꼭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권의 성격 자체는 일정 부분 변화했지만, 폐허 이미지를 벗어 던지려면 공실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임대료 부담을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묘한 님이 뉴스레터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