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조직의 ‘핵심 생산수단’인 인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바야흐로 리크루팅 전쟁기가 펼쳐지고 있다. 높은 연봉과 매력적인 근무 환경, 노동자의 권리를 최대한 챙긴 복리후생까지 다양한 유인책도 나온다. 그럼에도 각자의 조직에 맞는 방법들은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알고 난 이후 명확한 이유(WHY)를 도출하고 그걸 어떻게(HOW), 그리고 무엇을 해서(WHAT) 만들어 나갈 지 살피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명확한 목적지를 정하고, 그 여행에 함께할 수 있도록 잘 맞는 팀원을 모시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우리는 미국의 리더십 컨설팅기업 ‘트리니티 블루’의 대표 트레이 테일러가 저서 <CEO는 단 세 가지 일을 한다>에서 말한 경영자가 해야 할 핵심 업무 ‘CTN’에 따라 기업문화 구축(Culture), 인재 확보 및 유지(Talent) 그리고 현금 흐름 등 재정 관리(Number)로 과업을 잡았다. 재무는 전담 부서에서 잘 해주실 것이기에 나머지 영역에서 ‘골든타임’을 잡는 일이 중요했다. 기업문화에는 이 조직은 무슨 일을 ‘왜’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지 가장 큰 자기 정의부터 업의 본질,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까지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추출한 키워드로 핵심 가치와 동료상을 정하고, 혼자만이 아닌 팀의 성취가 전체 조직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다시 개인의 성장으로 돌아와 위대함을 향해 선순환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실제로 일하는 방법과 같은 구성원들의 행동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진정 우리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내용이기에 성과 평가와 채용 인터뷰의 정량 지표로도 포함했다. 문화는 생물처럼 계속해서 진화겠지만, 최소한 조직에 ‘또라이‘를 들이지 않거나 제거할 시작점을 다졌다.
최소한 우리 제품과 조직 문화에 가장 일치하는 사람, ‘적합한 구성원이 누군가’에 대한 합의가 되어 있으니 좋은 멤버를 모셔오더라도 온보딩과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엉망이라 바로 도망가는 사태는 적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은 리크루팅 전략을 설정할 때다. 여기부터는 우리를 브랜드 마케터로 봤다. 먼저 우리의 타겟 시장은 누구인지 정의하고, 그들에게 어떠한 이미지의 조직으로 인식되길 원하는지 조직문화와 같은 결로 브랜딩 방향을 잡으며, 중장기와 단기의 목표 속에서 계속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가 함께 하고 싶어하는 멤버들은 성향적으로도 ‘스타트업’스러운 기조를 같이 발맞춰나갈 수 있는 분들이다. 주도적 사고 방식을 갖췄고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되, 조직과 동반 성장하는 마인드셋을 보기로 했다. 다만 그런 팀원들은 꼭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희망하는 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직무 별로 조금씩 다를 수야 있지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솔함으로 승부하는 쪽이 답이라고 봤다. 마케팅도 세일즈도 결국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하는 일이니까.
작은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잠재 팀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하며, 동시에 사실적인 모습을 바란다. 스스로 돌아봐도 화려한 포장과 오래 가지 못할 달콤한 말들 보다는 내가 합류했을 때의 실제와 가장 가까운 장면을 기대했던 것 같다. 완벽한 조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잘 맞는지가 중요했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점차 나아지는 과정까지도 진심을 바탕으로 그려가기를 바랬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가 챙겨야 하는 채용 브랜딩의 핵심 키워드는 기대치 관리, 진정성과 일관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면접이 아닌 인터뷰라고 용어를 정의한 이유도 서로에 대한 평가라는 관점이라고 봤다. 기업 입장에서도 기대하던 역량과 성향에 부합하는 분인지 확인하고, 멤버 역시도 내가 헌신할 만한 가치가 있으며 나와 잘 맞는 조직인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기대치에 부합할 수 있게끔 내실 있는 과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채용 브랜딩이라 생각했다. 리크루팅은 단순히 멤버 한 명이 들어오는 순간이 아니라, 합류 전 프로세스부터 원활한 온보딩, 조직에의 몰입, 상호간 헌신 그리고 ‘이탈하더라도 우리 편이 되는 작업‘으로 봤다.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첫 번째 과업은 우리의 원칙 설정과 이에 맞는 행동 예시 정립이었다. 크게 3가지로 나누자면 ‘후보자와 누구보다 빠르게 소통하기‘, ‘쉬운 말과 정확한 표현 사용하기‘, 그리고 전 과정에서의 ‘일관적 퀄리티를 유지하기‘다. 이를 곧바로 보일 수 있는 길은 리크루팅 공고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되 일체의 과장 없이 담담하게 담아 궁금증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실제 조직 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현업 부서도 공고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인터뷰까지 같은 결의 경험을 유지했다.
기밀이 아닌 선에서 협의해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기준으로 누가 참여해 서로를 알아보고‘, ‘결론까지는 이 정도의 절차와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는 내용을 적었다. 또한 공고에 명시된 것 이외의 내용도 있겠지만, 근본을 뒤흔들만한 일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우리 조직이 이러한 성향의 멤버에게는 잘 맞지만, 또 이런 점이 있어서 맞지 않는 특징을 가진 분께는 조금 쉽지 않은 분위기일 수 있다고도 가감 없이 썼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우리 회사의 좋은 얘기만 가득 알려도 가뜩이나 채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너무 솔직하면 지원자가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일리가 있는 내용이지만, 합류 전의 모습과 실제 생활의 괴리가 심해서 장기적으로 구성원 경험을 망치는 것보다는 미리 서로의 기대치 싱크를 맞추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밝은 면만 보여주는 건 진실함과 거리가 멀다고 봤다. 쉽지 않은 상황은 어디에나 있지만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조직이 초기 스타트업 아닐까 싶다.
이제는 공고에 눌러담은 이 마음이 실제 인터뷰 과정에서도 고른 수준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구성원들과 일관성 있게 싱크를 맞추는 과제에 머리를 맞대는 일이 남았다.
류태준 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