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도 성장한 힘 강조, 수수료 및 멤버십 요금 인상 ‘수익성 강화’
우리는 계속해서 저항할 것입니다. 하고 있는 사업, 시작하지 않은 새로운 사업, 상상조차 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할 것입니다. 여전히 ‘데이 1’입니다.
(We will continue to be insurgent—inventing in businesses that we’re in, in new businesses that we’ve yet to launch, and in new ideas that we haven’t even imagined yet. It remains Day 1.)
제프 베조스에 이어 아마존 2대 CEO가 된 앤디 제시 아마존 CEO가 4월 14일(현지 시간) 취임 뒤 첫 연례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앤디 제시 CEO는 아마존이 팬데믹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던 힘은 ‘끊임없는 실험과 발명’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가상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아마존은 입점업체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상하고, 고객 멤버십 요금을 올리며 수익성 강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력난과 공급망 차질,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어떤 기업도 팬데믹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대응하기 힘들었다. 아마존은 달랐다.
“아마존은 모든 사업에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발명하는 데 능숙하다. 그리고 아마존의 발명은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의 삶을 더 좋고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있다. 아마존이 팬데믹에도 대응할 수 있던 것은 20년간 이어온 아마존 가치와 이행 능력을 반복하고 재구축한 덕이다”
“판도를 바꾸는 발명품은 누군가 머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큰 아이디어 씨앗을 받아 고객 공감을 얻고 그들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재정의하고 수정하고 반복해 실험해야 하고, 아마존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주문 처리 네트워크’, ‘AWS’, ‘킨들 등 디바이스’, ‘프라임 비디오’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제시 CEO는 소비자 부문 사업 성과를 설명하면서 비용 증가에 따른 한계도 언급했다.
아마존은 2020년 글로벌 소비자 부분 매출에서만 245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2019년 대비 39% 성장한 수치다. 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약 15개월 만에 3년 치 성장을 실현했다. 팬데믹으로 소비자 부문 성장이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2021년 2분기부터 팬데믹 봉쇄가 완화되며 아마존 소비자 부문 성장이 둔화했다. 아마존은 팬데믹 초기보다 낮은 연간 29% 성장률을 보였다. 아마존은 봉쇄 완화 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팬데믹 여파에 따른 단기 물류와 비용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아마존은 25년간 초대형 주문처리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팬데믹 이후 고객 수요에 충족하기 위해 (이전 25년간 구축해 온 물류 인프라) 관련 처리 네트워크를 두 배로 늘려야 했다. 해상, 항공, 트럭 운송이 부족하고 비용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아마존은 전 세계에 물류센터 410곳과 26만 명의 배달 기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연간 영업비용은 2019년 2660억 달러에서 지난해 4449억 달러로 65.0% 증가했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등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료비와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가 됐다.
그는 주주서한에서 “아마존은 3년 동안 이룰 성장을 2020년부터 2021년 1분기까지 15개월 만에 이뤘다”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물류와 비용 부담도 커졌다”고 썼다.
결국 아마존은 주주서한 발송 하루 전날, 제3자 판매자들에게 5%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러시아 전쟁으로 상승한 비용을 전부 감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삼자 판매자는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들이다. 아마존은 지난 1월 5.2%를 인상한 지 3개월 만에 수수료를 또 올렸다.
소비자 부담도 커진다. 아마존은 지난달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 멤버십 연간 수수료도 119달러에서 139달러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모두 수익성 강화 정책이다.
코로나19 이후 영미권에서 ‘대퇴사의 시대’가 도래하며 인건비도 급증했다. 아마존은 초임 트럭 운전기사에게 최고 11만 달러(1억 3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할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으로 공급망이 타격을 받고 에너지 가격이 뛰자 운송비용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을 목표로 세웠다. 원래 목표인 2030년보다 5년 앞서 택배 배송용 전기 밴 10만대를 주문했다. 아마존은 파리협정보다 10년 앞선 2040년까지 탄소제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연간 수십억 개의 택배를 배송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아마존은 100억 달러를 들어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카이퍼(Kuiper)’를 구축 중이다. 카이퍼는 광대역 인터넷 연결을 최소화한다. 카이퍼는 아마존의 우주 인터넷 서비스다. 아마존은 광대역 인터넷 연결이 힘든 약 3억~4억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앤디 제시 CEO는 제프 베조스의 ‘데이 1’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는 말로 주주서한을 마무리했다. 데이 1원 아마존 기업 철학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다. 아마존은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스타트업 못지않게 늘 창업 첫날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벌인다.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재시 CEO는 주주서한을 발송한 14일(현지시간) CNBC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에서 NFT를 판매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NFT 시장이 성장하며 대형 e커머스 업체들도 NFT 판매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NFT는 이미지, 영상 등 디지털 작품에 블록체인으로 고유번호를 부여한 기술이다. 무한 복제가 가능했던 기존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을 부여한다.
NFT의 주 결제 수단인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제시 CEO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나는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지 않고, 아마존에서 가상화폐로 상품을 살 수 있게 할 계획도 당분간 없다”면서도 “가상화폐 시장이 커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해 7월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전략과 제품 로드맵을 짜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는 공고를 낸 바 있다.
이날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넥소의 엔토니 트렌체프 공동창업자는 비트코인이 향후 1년 안에 10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가상화폐는 최근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 긴축 예고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조정을 받았다. 암호화폐 시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5일 오전 10시 기준 4만 달러를 밑돌았다. 트렌체프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코인 시장이 큰 충격을 받으면 Fed의 기조가 예상보다 빠르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아마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아마존에 대해 51명의 애널리스트 중 42명이 매수, 7명이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성장 등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다.
기자 김연지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