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은 고객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최근 신규 고객 획득이 점점 어려워지며, 기존 고객들의 리텐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리텐션을 위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뉴스레터가 CRM을 위한 좋은 도구라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앱 푸시에 활용할 수 있는 Braze라는 CRM 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흔히 CRM 하면 고객들에게 푸시, 문자 보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리고 당연히 고객들에게 보내는 이 푸시와 문자의 목적은 전환 유도이다. 그러다 보니 CRM 관련 아티클을 보면, ‘특정 고객군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메시지를 보내라’, ‘밤 8시 이후에는 보내지 말 것’, ‘하루에 3번 이상 보내지 말 것’ 등 일종의 팁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건 CRM 툴을 기술적으로 사용하는 것뿐이지, 진정한 CRM을 하는 것이 아니다. CRM을 직역하면 고객 관계 관리다. 즉, CRM은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며, 관계를 맺고 이를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를 적절한 고객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목적이 있는 행동을 한 것이지 관계를 잘 관리한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에 빗대어보면 쉽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말했다고, 인간관계를 잘 관리했다고 할 수 있을까? 때로는 상대방의 요구를 잘 받아들일 줄도 알고, 또 예상치 못하게 상대를 감동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회사와 고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CRM을 단순히 CRM 툴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고객과 인간적으로 친밀해진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싼 Braze를 써야만 CRM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뉴스레터를 써야만 CRM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CRM이고, 이는 툴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금 회사에서 CRM을 위해 기획한 업무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제품을 사용한 후, 블로그에 후기를 남긴 고객들에게 손편지와 선물을 보내드리는 것이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블로그에 남겼다는 것은 우리 제품이 포스팅 용으로 가치가 있고, 또 그만큼 만족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로그에 글 쓰고 사진 올리면서 포스팅하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다. 이런 귀찮음을 이겨내고 우리 제품을 포스팅해주신 분들이 정말 감사해서 한 분 한 분께 댓글을 달아드리며, 손편지와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린다.
선물을 받은 분들이 정말 만족하셔서, 이 업무를 꾸준히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이벤트도 아니고, 예고 없이 포스팅을 보고 보내주는 선물이라니 나라도 정말 기쁠 것 같다. 최근에는 선물 언박싱 포스팅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이를 통해, CRM과 더불어 SEO 효과까지 누리는 건 덤이다.
특히 손편지를 정말 좋아해 주신다. 자기에게 손편지 써주는 사람이 없는데, 얼마 만에 받아본 손편지인지 모르겠다며 다들 너무 기뻐해 주신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최근 자기혐오가 정말 심해졌는데, 손편지를 받고 큰 위로가 되었다는 한 고객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악필이라 손편지는 운영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이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변형해서 써주신다.
물론 가끔 불만족 포스팅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분들에게는 사과의 의미로 손편지와 선물을 보내드린다. 선물을 보내드리겠다는 댓글만 달아도, 불만이 조금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만족한 고객을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불만족한 고객들의 불만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통해 고객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고객들의 불만을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어떤 부분에 불만족하고, 또 불편해하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어, 이런 불만족 포스팅을 써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Braze를 통한 앱 푸시도, 그 흔한 뉴스레터도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선물을 보내며 고객과 진실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도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그 결과 조금씩 우리 제품의 팬이 늘어나고 있다. 팔짱 끼고 보는 관중 1,000명 보다 우리 제품에 열광해 주는 팬 10명이 소중하기 때문에 이 업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하루에도 블로그 포스팅이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 기쁨의 비명을 지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Y Combinator의 Paul Graham이 말한 ‘확장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하라‘에 딱 맞는 일인 것 같아서 이 업무를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선물이 아니어도 좋다. 고객 DB에 전화번호가 있다면, 정성 어린 문자 혹은 전화를 보내도 된다. CRM 툴에 얽매여서 우리는 Braze를 쓰지 못하니까, 문자 대량 발송 비용이 아까우니까, CRM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저런 것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과 진실한 관계를 맺을 의지가 있느냐다. CRM은 고객을 단순히 매출의 근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고 “이 사람을 내가 가진 것으로 어떻게 기쁘게 해 주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비싼 툴이 없어도 충분히 고객과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CRM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ASH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