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의심하고 싶은 사장은 없지만 그게 마음 같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늘 조심해야 할 대상입니다. 주변에서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돈에 관련된 업무는 정말 믿을 만한 측근에게 맡겨라.’, ‘횡령이나 배신을 조심해라.’ 등 부정적인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이 같은 말을 듣다 보면 직원을 뽑았을 때부터 의심 레이더가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직원을 믿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도, 회사를 키우기도 어렵습니다. 소규모 회사를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기는 힘듭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직원들을 신뢰해야 하고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만 합니다. 자신을 믿고 따르라고 하면서 직원들을 믿지 않으면 뭔가 모순 아닐까요?
사장이 직원들을 믿지 못한다는 증거는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회계팀이 있는데 공인 인증서, OTP 관리를 하고 이체도 직접 하는 사장들이 있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난 너희들을 못 믿겠다.’라고 공표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예전 다녔던 한 회사는 결재만 받으러 가면 사장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은행 이체를 하는 것이었죠. “회계팀장이 있는데 왜 사장님이 이체를 하시나요?”라고 물으니 놀랍게도 “C부장은 내가 뽑은 사람이 아니야.”라고 하더군요. 이 사장은 과장으로 경력 입사해서 사장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사장이 되기 전 주변에서 ‘사장이 되면 회계팀장부터 너의 사람으로 바꿔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공대 출신으로서 회계 인맥이 없다 보니 자신의 수족이 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해 기존 사장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회계팀장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결재를 받으러 갈 때면 서류를 한 보따리씩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장이 나를 믿지 못하니 백데이터까지 모두 가지고 가야 해.”라는 겁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형성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사장은 왜 회계팀장을 자기 사람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 사람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을까요? 업무 개선의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그냥 월급쟁이로서 시키는 일만 하고 회사에 대한 불만만 가득했습니다.
의외로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장들이 많습니다. 의심병이 있는 것이죠. 한 분야를 의심하면 다른 분야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장이 직원을 의심하면 그 직원은 곧 알아채게 됩니다. 직원도 사장을 믿지 않게 되죠. 직원을 믿지 못하는 사장은 회사에 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소문에 귀를 기울입니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니 뒤에서 무슨 이상한 이야기하는 직원은 없는지 감시하게 됩니다. 부풀려서 하는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어 그릇된 판단도 하게 됩니다.
사장이 직원들을 의심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직원들에게 좋은 비전을 제시해도 ‘그 비전은 당신 것이지 우리의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을 가지고 진취적으로 업무를 하지 않게 되죠. 그냥 가방 들고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합니다. 마음속으로는 항상 도망갈 날만 꿈꿉니다.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최악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장차 닥칠지도 모를 직원들의 배신에 대비하려는 마음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합니다. 계약서도 철저하게 회사 위주로 써야 합니다. 규율과 통제를 위해 규정을 만들게 됩니다. 사장의 불신은 전염병처럼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됩니다. 의심을 받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고통스러워 합니다. 불신의 분위기에서 회사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신뢰가 없는 회사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사장은 말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신뢰는 사 업 파트너와의 관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과 신뢰입니다.
직원들과 신뢰는 회사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결속력이 있다는 것은 회사가 어떤 목표를 추구할 때 모두 같은 곳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강한 추진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뢰는 상호 존중으로 이어집니다. 존중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책임 전가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합의도 쉽게 이끌어 내죠. 나아가 다른 팀을 신뢰하고 존중하면 팀 간 협업도 원활해집니다. 신뢰가 있으면 권한 위임도 자연스럽습니다.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신뢰의 특징 중 하나가 손상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배신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는 없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는 안 되겠죠. 일어나지도 않을 걱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기 바랍니다.
일단 먼저 신뢰를 보내세요. 신뢰를 보내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만약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시스템’과 ‘대화’로 보완해야 합니다. 돈이 문제라면 상호 견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측근의 배신이 걱정이라면 ‘내가 너를 믿고 있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합니다. 대화를 하라는 것이죠. ‘이심전심’을 기대하지 마세요.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대우해 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장이 직원을 신뢰하고 인정해 줄 때 그 직원도 회사와 사장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면 아예 쓰지를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라는 말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사장의 권한이 있으면 사람을 억지로 따르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나 직원들의 신뢰는 사장이 요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의심을 거두고 먼저 직원들을 신뢰하기를 바랍니다. 사장이 먼저 신뢰하면 직원들도 신뢰로 보답할 것입니다.
기업시스템코디(조현우) 님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