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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May 23. 2022

나는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정의를 거부한다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가”가 아니었다





나는 데이터 분석가이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을 하다 보면 수시로 아래와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데이터 분석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경력 초기에는 내가 무엇에 흥미 있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그렇기에 머신러닝도 업무에 써먹어 보고, 통계도 깊이 파고 들어가 보고, 복잡한 분석도 진행해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서비스의 성공이 목표가 아니라 내가 흥미 있어하는 것을 업무에 적용시키는 것을 목표로 일을 하다 보니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내가 보기에 뭔가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아먹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서비스에 도움이 되는 분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산업 구조, 비즈니스 모델, 전략 기획 , 서비스 기획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고 이를 업무에 적용시켰다. 그러자 효과가 나타났다. 내가 만든 보고서는 앱의 성장 방향에 영향을 미쳤고, 내가 만든 KPI들은 임원들이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여기서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영향력 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의 앞길을 막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요번에는 데이터 인프라에 대해 깊이 파보기로 했다. 그러자 왜 지금까지 쿼리를 짜는 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왜 그렇게 데이터가 복잡했는지, 그리고 왜 정작 데이터를 보고 사용해야 하는 PM들이 데이터를 보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서비스 분석을 위한 Data + Data Taxonomy +  Dimensional Modeling, 이 삼위일체가 회사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도메인 지식과 삽질과 코딩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으나 당장 해결할 수는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호했다.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모두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그리고 모두가 데이터를 해석할 줄 안다면 회사가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텐데, 왜 나만 이것을 신경 쓰고 있는가? 왜 다들 데이터, 데이터 거리면서 그에 대한 고민은 나 혼자 하고 있는가?  그래서 실리콘 벨리에서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문화를 어떻게 회사에 도입하나 조사해보았다. 무언가 멋있어 보이는 아티클들은 있었지만, 나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주는 글과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나는 질문을 타고 타고 가다 보니 벼랑 끝에 도달한 것이다. 아직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혹은 답이 너무 귀해서 공유되지 않거나, 혹은 암묵지로만 답이 내려오는 어떤 영역에 도착한 것이다.

이 때쯤에 내가 커리어 초기에 가졌던 의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 데이터 분석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비스를 데이터로 성공 시키려고 발악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분석이 아니라 회사 문화와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를 모으고, 정제하고, 분석하는 툴은 이미 시중에 깔리고 깔렸는데 왜 우리는 모두가 모두를 위한 데이터 분석을 하지 못할까. 그것은 우리가 왜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고뇌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데이터 분석가라는 단 하나의 포지션에 암시적으로 맡겨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하러 들어온 데이터 분석가들은 회사를 탈출하거나, 모두가 데이터 분석을 잘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연차가 쌓인 다양한 데이터 분석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들의 고민은 데이터를 어떻게 더 잘 분석할 수 있는지가 아니다. 그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모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해석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지이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래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다.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데이터 분석가는, 모두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환경과 가이드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성공한 서비스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기존 산업의 데이터 분석가에 대한 정의를 거부한다.

    



여름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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