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에 집중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으로 무력해지는 현상을 ‘번아웃’이라고 하죠. 딱히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익숙해진 말입니다. 정확한 의미에서 벗어나 이젠 다양한 형태의 직장 생활 피로감을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실무가 감당할 수 없이 쏟아질 때, 동료와 자주 트러블을 빚을 때, 상사에게 오래도록 시달릴 때 우린 “번아웃이 왔다”고들 합니다.
특히 이 번아웃은 딱히 위계를 가리지 않습니다. 일반 직원에서부터 관리자급까지 누구에게나 번아웃이 올 수 있다는 건데요. 실무에 허덕이는 팀원들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수많은 의사결정과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리더에게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가해지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위계가 높아질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죠.
최근 리멤버 커뮤니티에도 이처럼 번아웃이 와 힘들다는 리더들의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번아웃이 온 리더에게도 힐링이 필요한데요. 리더 번아웃 해결의 실마리, 리멤버 커뮤니티 내 소통에서 찾아봤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리더가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번아웃을 처음 겪는 리더들은 오직 ‘머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혼자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잘잘못을 따져봅니다. 딱히 해답이 안 나오면 번아웃을 애써 과소 평가하고 외면해버립니다. 자칫 자신이 흔들리면 팀원들과 조직도 무너질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아직 한창인데 여기서 무너지면 아마추어’라며 외려 자기자신을 더 채찍질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리더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자책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번아웃은 절대 ‘머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리멤버 커뮤니티 내 수많은 리더들의 중론입니다. 고민으로 해소되지도 않을 뿐더러 끙끙 앓으며 버티는 것도 역효과만 난다는 것이죠. 번아웃은 생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보듬고 케어해야 할 ‘상태’인 겁니다. ‘머리’로 원인을 찾고 잘잘못을 따져보기 이전에 자신에게 정신적인 휴식을 줄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자신에게 휴식을 줘야겠다는 마음을 잡수셨나요?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자니 막막하지 않으신가요. 당장 눈에 밟히는 조직의 일들이 산더미 같죠. 어떤 일은 타 부서와의 협업이 안 풀려 지지부진하고, 또 다른 일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엉망입니다. 어려움이 가장 큰 순서대로 하나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도통 맘 편히 손 놓고 있을 일이 없습니다.
이럴 때 리더에게 필요한 건 조직 사무를 ‘난이도’가 아니라 ‘우선순위’로 가늠하는 눈입니다. 조직 내 가장 어려운 일들을 직접 관장하려 하지 않고, 관리자로서 치중해야 할 업무들만을 추려내 거기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실무 역량이 뛰어났던 리더들의 경우, 대개 리더가 된 이후에도 자신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팀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을 몸소 돕고 처리하려는 강박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 내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갈 땐 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조직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직에 위기가 찾아왔을 땐 얘기가 달라집니다. 리더가 머리 속에 비상 깜빡이를 켜 두고 거의 모든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이, 리더에게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조직 전체의 방향성 점검이나 전략 수립 등에 들이는 공력은 줄어듭니다. 리더 본인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커지죠. 가장 난도 높은 일도, 리더로서의 전략 수립도 모두 중요한데 물리적으로 다 해내기란 불가능하거든요.
결국 리더에게 남는 건 한숨이며 그게 길어지면 번아웃입니다. 과감히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는 일들을 내려놓으세요. 아무리 어려운 태스크라도, 해당 팀원이 미덥지 않더라도 그게 ‘리더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그 팀원에게 일임하세요. 계속 해결사를 자처했다간 해결할 일이 많아지는 순간이 오면 당연히 번아웃이 생깁니다. 리더는 리더지 해결사가 아닙니다.
여기까지 와서도 여전히 해결사 강박을 내려놓지 못하는 리더분들이 계실 겁니다. ‘아무래도 그 일은 내가 끝까지 케어해야 하는데…’ ‘김 대리한테 맡겨 뒀다간 일을 그르칠 거야…’ 등 불안 때문입니다.
당장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 우려가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리더의 덕목입니다. 직무 역량을 성장시키는 건 경험입니다. 팀원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리더가 과감히 내려놓고 재량권을 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도 어려우시겠다고요? 마지막 걸림돌이 남았습니다. 그건 바로 리더의 높은 ‘책임감’입니다. 재량을 줬던 팀원들의 저조한 퍼포먼스나 실수로 성과가 나빠지는 데 리더로서 죄책감을 느끼며 이를 막고자 결국 아등바등하게 되고 번아웃에 빠지는 거죠.
리더는 명심해야 합니다. ‘책임감’이 곧 ‘책임’은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각자 비중은 다를지 몰라도 책임은 모든 조직 구성원이 나눠 갖는 겁니다. 각 팀원이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책임을 나누고 책임감을 충분히 가질 때 각자의 직무 역량이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도 개선됩니다. 모든 책임의 무게를 리더 혼자 다 짊어진다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번아웃으로까지 몰아가지 마세요. 조직은 리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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