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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inside Jun 24. 2022

품절대란이 사라진 스타벅스 마케팅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2020년 레디백 대란을 일으켰던 여름 프리퀀시 프로모션을 기억하시나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2022 MY TRAVEL BUDDY 컨셉으로 돌아왔습니다. 재작년 레디백 대란을 보며 스타벅스 마케팅에 대한 아쉬운 점을 회고하며 작성했던 글도 생각납니다.


 수년에 걸쳐 계절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번 프리퀀시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입니다. 특히나 재작년 레디백대란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으로 터졌고, 2021년의 랜턴과 쿨러 역시 대박을 치면서 스타벅스 직원들이 시위를 나설만큼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죠.


 감당할 수 없는 물량과 수요 때문에 지쳐버린 스타벅스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시위에 나섰고, 이로 인한 결과로 겨울 프로모션부터 기간을 줄이며 불만이 잦아들었습니다.


과연 프로모션 기간이 줄어들면서 불만이 잦아들었을까요? 그보다는 브랜드 싱크로나이제이션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요. 일단 계속 살펴보시죠.


 정확히 작년 여름 프로모션 이후 7월말 신세계는 스타벅스의 잔여 지분을 인수합니다.  









 그리고 나왔던 프로모션이 다이어리 프로모션이었습니다. 상당히 펑키한 이미지의 다이어리는 생각보다 부진합니다. 프로모션기간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관련된 기사들은 생각보다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크게 바뀐 부분은 2가지였습니다. 먼저 예약 방식이 여름 프로모션부터 예약제를 실시했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하는 것이 대세로 잡으며 겨울부터는 줄 서는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스타벅스 마케팅을 한층 감쇄할 수 있는 요인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스타벅스답지 못했던 줄서기 마케팅을 없앤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275C와 함께 진행했다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디자인은 다소 난감했는데요. 2022 다이어리는 기존 스타벅스의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했던 충성 고객들의 니즈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 고객들이 선호했던 굿즈들의 공통점은 굿즈 그 자체로 스타벅스의 ‘결’과 같았는데요. 단정하고, 무늬가 적고, 세이렌을 제외하고는 기타 텍스트나 그림이 배제되어 온전히 스타벅스 브랜드를 향유하고 공유하는 데 고객의 감성을 쏟을 수 있었던 데 반해, 275C의 디자인은 그 감성과 전혀 반대편에 존재했었죠.   









 봄부터 진행되었던 여름 캐치프레이즈 “좋아하는 걸 좋아해”의 경우도 스타벅스 기존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당초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유와 가치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미 여론에서는 신세계가 스타벅스를 모두 인수하고 나서부터 K프렌차이즈화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메세지의 중요성보다 메세지의 키 비주얼이 어떻게 실제 구현되느냐가 중요할 텐데요. 매장 전체를 텍스트로 덮어버리면서 그간 스타벅스에 갔던 고객들의 주요 이유였던 “정갈함, 균일함” 속에서 오는 평안을 찾기에 방해물이 되는 캠페인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컨버스코리아에서 진행했던 캠페인과 유사도 높은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신세계가 인수한 스타벅스 근황.jpg”로 짤이 돌기도 했죠.  


 그리고 나온 세 번째 메인 캠페인은 2022 여름 프로모션인데요. 아니나 다를까 또 메세지 과잉, 패턴 과잉, 구성 과잉의 늪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선 매번 프로모션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굿즈가 존재했던 반면, 이번 프로모션 부터는 메인 굿즈가 안 보입니다.   







 만약 스타벅스의 진심이 “하나만 집중해서 굿즈를 생산하면 선호도가 높아져서 되팔이하는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구성을 다양화해서 고객들을 분산하자”였다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2019 – 2020 – 2021 이어졌던 바캉스와 캠핑 장비 프로모션에 비하면 대단히 맥락적으로 엇나간 실패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캐리백을 선택해야 할지, 파우치를 노려야 할지, 아니면 후디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프로모션 후반부에 배치한 캐리백이 메인 굿즈인 것은 알지만, 그만큼 파우치와 코지 후디가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구성의 과잉은 고객의 굿즈, 브랜딩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메세지의 과잉은 현재 그래서 무슨 굿즈를 제공하는지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며, 패턴의 과잉은 스타벅스 브랜딩을 좋아했던 수많은 충성 고객들로 하여금 쉽사리 굿즈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충분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결국 브랜딩 싱크로나이제이션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전에 제가 썼던 현대카드 CEO의 브랜딩 강의 시리즈에서 나왔던 싱크로나이제이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확실히 신세계의 스타벅스 잔여 지분 인수 후에 기조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당연히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 주주가 한국 기업이 되면서, 더 이상 프로모션에 있어 시애틀 본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말했듯, 싱크로나이제이션은 대단히 피곤하고 지루한 과정이고 구성원을 지치게 만듭니다. 시애틀 본사의 브랜딩 가이드가 전세계적으로 각 로컬 관습을 해치지 않으며 일관적으로 퍼져야하는데, 그만큼 스타벅스 코리아의 다양한 굿즈,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그동안은 시애틀 본사의 브랜딩 가이드가 엄격하게 적용되었을 것입니다.


 잠깐 위의 인수 기사 내용을 엿보자면,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마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스타벅스코리아를 종속회사로 두게 됐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가치의 증대와 연결될 전망이다. 아울러 스타벅스코리아의 운영과 경영에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하게 되면서 스타벅스 관련 협업이 수월해졌다는 점도 시너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스벅코의 운영과 경영에 상당한 자율성이 확보되면서 그동안 눌려왔던 스타벅스코리아의 욕망이 지난 여름 이후 폭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브랜딩의 지루한 그 과정,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방종을 거듭하며 3번째 실패한 브랜딩을 이어나가고 있는 스타벅스의 전반적인 마케팅에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케팅은 결국 돈을 잘 벌어와야 할 것이고, 브랜딩은 이런 마케팅 과정에서 해당 상표의 가치를 비롯해 로열티 높은 고객들의 마음을 해치지 말아야 할 텐데, 지난 3년 간 스타벅스가 마케팅에 성공하고 브랜딩에 실패해왔다면, 최근의 1년은 마케팅과 브랜딩에 처절하게 실패하는 시간들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글쓰는 워커비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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