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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Jun 29. 2020

스타벅스답지 못한 스타벅스 마케팅

가장 성공했지만, 가장 실패한 마케팅

 브랜드라는것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진다”, “화인(火印)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노르웨이 고어 ‘brandr'에서 유래되었다. 사전에서는 “브랜드는 제조업자가 제품의 품질을 증명하고 고유권을 나타내기 위하여 불에 달구어진 쇠붙이로 인두질하여 만들어 낸 표(標)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출처 한국브랜드경영협회 -

 불로 낙인을 찍는 행위에서 비롯된 브랜드는 이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속감과 연대감을 부여한다. 그런의미에서 스타벅스 브랜드가 갖고있는 의미는 매우 재미있게 이동해왔다. 스타벅스가 200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가졌던 이미지는 허영 그자체였다. 당시 학생식당의 백반이 2~3천원대였음에도 커피는 이에 배에 달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된장녀'라고 부르던 시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한 여성혐오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가열차게 흘러나왔고 관련한 논쟁은 결국 지금의 성별갈등까지 이어져왔으니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상, 규모는 가히 짐작할만하다.


 이와같은 허영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3가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해소가 되었다. 먼저, 학생식당 밥값의 2배라고는 했지만, 당시 점심식사가 5천원대였던 것까지 고려하면 밥값만한 커피를 소비한다고 비난받았던 스타벅스 커피가 좀처럼 가격인상을 하지 않았고, 지난 10년사이 생활물가는 가파르게 올라서 이제는 식비 8천원 커피값 4천원으로 허영을 비난하던 사람들에게 비난할 명분을 하나 지워버렸다.


 둘째로, 스타벅스가 비싼 커피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그 이후로 폴바셋, 커피빈등 더 비싼 커피 브랜드들이 알려지면서 스타벅스가 꽤 혜자로운 가격이라는것이 사람들 머리속에 인식되었다는것이다. 더불어 합정, 성수, 경리단길, 송리단길등 힙스터 동네에 자리잡은 더 비싼 카페들의 등장으로 스타벅스는 허영의 상징에서 스탠다드 커피의 상징으로 중심이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인식 변화는 카페를 커피마시는 공간에서 공간임대하는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이뤄졌다. 스타벅스 커피를 로고가 보이도록 들고 다니는 것을 허영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 조차, 2~3시간 마음편하게 노트북하면서 공부하거나 조모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것을 경험하면서 스타벅스는 더이상 허영의 상징이 아닌 실리, 현실적인 생활의 부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위 3가지 관련해서 사회가 자연스럽게 변화된 부분이 아니고, 스타벅스의 브랜딩 전략에서 기인했다고 봐야하는데, 스타벅스가 들어온 이후 가격 인상을 의도적으로 줄여왔고, 테이블 아래 콘센트를 비치하고 와이파이를 무제한 제공하는 등 정주하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 노력했던 것이 2010년대 인식변화를 이끈 것이다. 또, 언제 어디서나 찾기 쉬울만큼 건물주들과 입주전략을 공유하고 점포를 늘렸던 점 역시 주효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스타벅스는 안정기에 접어들며 굿즈 마케팅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장 꾸준하고 오래가는 굿즈는 바로 시티머그 시리즈인데, 커피를 판매하는 회사답게 커피를 담아마시는 머그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가미했다. 잘하는 것을 활용해 더 잘하는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었다.


각 국가, 대표 도시들을 배경으로한 스타벅스 시티 머그들


 시티머그에 이어 스타벅스는 꾸준히 텀블러, 키링등 다양한 다기류를 커스터마이징해왔다. 벚꽃시즌에 맞춰 나오는 벚꽃에디션 굿즈들은 품절 사태에 이르기 바빴고, BTS와 협업하여 만든 BTS 굿즈는 이미 BTS팬들사이에서 유명해져 구하기가 어려웠다.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국가별로 출시하는 굿즈 특성이 다르다는 것인다, 한국의 경우 3.1절, 광복절등 국경일에 맞춰 에디션을 내놓는 것도 호감을 이끌어내는 마케팅이었다.



 그래도,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을 한국에 널리 알린 건 스타벅스 다이어리라고 불리우는 플래너라고 생각이 든다. 매해 양질의 플래너를 가질 수 있다는 발상을 넘어 이제는 매년말이 되면 다이어리를 따로 사지 않고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출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것이 재밌다. 굿즈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1년의 텀을 두고 긴 호흡을 가져간다는 것은 오랜시간 고객을 잡아두고 싶은 모든 소비재 회사의 특징일텐데 말이다.


 다른 굿즈와 달리 스타벅스다이어리는 바로 구매할 수 없고(유료판매는 하고있으나, 대부분의 인기 다이어리는 프리퀀시 컬렉팅을 통해 구할 수 있도록 한다) 스페셜 음료 3잔과 일반음료 14잔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마침 다이어리 시즌에 맞추어 연말 스페셜음료가 나오기에 음료 홍보도 됨과 동시에 일반 음료 14잔을 깔아 일반적으로 아메리카노, 라떼 커피만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의 허들을 낮췄다. 


 재밌게도 프리퀀시 정책은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냈는데 골든벨과 교환이다. 다이어리를 얻고자 했던 사람들은 주변인에게 커피를 사며 생색도 내면서 프리퀀시를 모으려고 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또한, 서로 모자란 프리퀀시 남는 프리퀀시를 활용하고자 스타벅스 앱내의 프리퀀시 전송 기능으로 사람들과 프리퀀시를 교환해왔다. 골든벨을 울리며 잠재적 커피수요를 스타벅스로 끌어오고, 프리퀀시 교환을 하며 주변 바이럴까지 끌어낼 수 있는 묘안이었다.



 매년 연말 진행된 다이어리 프로모션이 안정적으로 성공하자, 스타벅스는 여름에도 다양한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다이어리모으는것 처럼 여름 프리퀀시 기간에 스페셜 3개 일반 14개를 모으면, 비치타올을 주거나 돗자리를 제공했다. 이마저도 인기 디자인은 빠르게 품절되어갔다. 그리고, 이번 여름 스타벅스 레디백이 출시된 것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이 가지는 브랜딩 가치는 얼마일까


 유독 이번 아이템이 인기가 많았던 것은 무엇보다 스타벅스 사이렌과 굿즈가 조화롭게 구성되었고, 마감을 비롯해 전반적인 굿즈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증정품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평가받는다. 그간 여름의 프리퀀시 증정굿즈들만 보더라도 비치타올이나 돗자리모두 스타벅스의 고유 브랜딩과 거리감이 있는 디자인들이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라는 문구를 제외하더라도 딱히 이 굿즈가 스타벅스에서 만들어진것인가? 싶을 정도로 낙인이 찍힌게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스타벅스 레디백의 경우 스타벅스 사이렌이 우측에 명확히 낙인찍혀있었고, 스타벅스 브랜드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바라는 정갈함 있는 그대로를 반영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스타벅스 고유의 색채감 그린과 가장 인기많았던 벚꽃에디션 색채감 핑크 두가지로 구성하여 스타벅스 고유 팬들이라면 소구할 만한 색채감구성을 완벽히 했다. 이와 같이 나온 캠핑체어가 외면받는것은 이전의 여름 굿즈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사족으로, 스타벅스가 일종의 A/B테스트를 하고 있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서 굿즈 제작에 대한 의견이 갈렸을 수도 있고, 두가지안 모두 합리적으로 스타벅스가 유지해온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담았다고 생각했을테니 이번 여름 굿즈를 통해 앞으로 굿즈 제작의 방향성을 잡으려고 했을 수도 있으니, A/B테스트를 했다면 매우 명확하게 검증된 것이다.



 문제는 이 레디백이 한정판 수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장을 돌며 레디백 재고를 확인했고, 입고 날짜를 신경써가며 아침마다 돌았다는것이다. 2000년대 스타벅스가 가진 허영이라는 거부감강한 단어에서 10년에 걸쳐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매우 건전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는데 이 맥락이 레디백에서 틀어졌다고 보인다. 허영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고객들을 줄세워가면서 레디백을 구하려는 사람들을 '유난'떤다는 시각으로 보고, 또 이를 인터넷 장터에 팔며 '되팔이'인식이 생기며 스타벅스가 그간 지향해온 커피, 공간에대한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이 가지는 브랜딩 가치는 얼마일까


 가장 스타벅스다운 디자인으로 만든 레디백으로 인해 이미지 손상가능성이 생겨버린것이다. 되팔이는 어느 브랜드에나 있어 왔기에 문제되지 않을까. 각종 스포츠브랜드들의 되팔이 문제는 가격대도 높았고 사회의 특수한 소수 이면으로 자리잡은 반면, 진입 허들이 낮은 만큼 더 바이럴되기 쉬운 소재의 스타벅스 굿즈는 되팔이의 피로도가 일반대중에 미치는 영향이 커 반감을 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7월 말이면 레디백 사태도 끝을 맺을 것이다. 보통 인기 가게의 전략중하나가 손님들을 줄세워 유동인구로 하여금 맛집으로 보이게 하는 것도 있다. 여느 맛집이나 이런 전략을 고수하지만, 스타벅스가 할 포지션은 아니다. 스타벅스가 그동안 보여준 공간임대의 강점, 균일하고 일관된 커피맛과 가격전략을 버리고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이벤트로 매스 고객을 잃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스타벅스 답지 못한 스타벅스의 마케팅에 대한 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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