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커비 Aug 25. 2020

자동차없는 자동차 광고

더 뉴 싼타페 런칭 - "아무 일 없이 크면 좋겠어" 편(60's)


 상반기 신규 광고가 크게 감소했던데에 반해, 현대자동차는 꾸준히 새로운 차량이 나올 때마다 광고를 만들면서 광고 공백을 최소화하였습니다. 올뉴아반떼, 벨로스터N, 더뉴싼타페까지 총 3종의 차량 커머셜이 나오면서 상반기의 현대자동차 신규 출시 차종에 대한 접근 관점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특히 더 뉴 싼타페의 런칭 경우에는 3가지 스토리를 옴니벅스식으로 믹스하여 더 뉴 싼타페를 소구하는 고객들을 집중 타게팅 하였는데요. 광고를 보면서 감동하고, 광고가 끝나고 글을 정리하면서 부터는 현타가 오는 지점들도 많았습니다.



 3개의 런칭 광고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아무 일 없이 크면 좋겠어"편을 리뷰해봅니다. 영상은 처음 도로를 지나가며 펼쳐집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묻습니다.


"애 아팠던 날 밤 기억나?"

"응 그때 진짜 별생각이 다 나더라"


 꿈보다 해몽이라고, 제작진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광고는 액자식구성으로 배치되어 가장 평온한 순간들과 가장 긴박했던 순간들을 싼타페가 함께했던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날의 드라이브 길에서 아내는 비로소 마음을 터놓고 지난 아이의 아팠던 날을 용기내어 꺼냅니다. 

 아마도 아이가 아픈일이 있은 후 서로 진지하게 그 날을 떠올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살고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물을 만큼 여유있었던 적이 없었을 것 입니다. 이제야 마음이 평안해졌다고 느낀 아내는 남편이 안정감을 느끼는 지금, 자연스럽게 아이가 아팠던 날의 기억을 돌이킵니다.





 사람들은 싼타페 광고에 왜 차가 2초도 안나오냐고 타박했지만, 가장 차가 제 역할을 하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차를 살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역시 차량의 디자인, 성능, 가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사고 나서 부터는 차의 외관은 잊혀집니다. 운전을 하는 운전자도, 차에 타는 동승자도 역시 차창 밖 정면을 바라보면서 가기 때문에 차안에서의 모습들은 '내가 이 차를 타고 다녔던 순간들'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평온한 이 순간을 만든 것 역시 차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를 보며 봄날의 드라이브를 떠나는 가족을 떠올렸다면, 이미 광고의 성공입니다. 그리고, 안정감을 느끼는 아내를 발견했다면 더더욱 정확한 것 이겠죠.



 싼타페와 함께한 지난날, 아이에게 열이 너무 많이나서 응급실로 급히 달려가야할때 함께해준 것은 싼타페였습니다. 평온한 오늘과 달리 아이가 아플 때 뒷좌석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와, 앞 열에서 운전대를 붙잡고 집중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했을 때, 엄마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만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시선역시 판이하게 다릅니다. 


 봄날의 드라이브에서 안겨주었던 안정감과 대비되어 긴급하고 불안정함 속에서 차는 빠르고 묵직하게 병원으로 향합니다. 아이를 들쳐메고 응급실로 들어가고, 아이가 치료받는 동안 부모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굽니다. 영상의 시선 역시 아빠의 발로 내려오면서 급하게 뛰어오며 아무 슬리퍼나 신었던 아빠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죠.



다시 이제 현재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더 이전의 바람들을 다시 꺼냅니다. 


"우리 예전에 얜 아이돌로 키울까, 아님 예술가 막 이랬잖아"


 아이를 키우기 전의 바람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단하게 키울 것이었는지를 고민하는 시기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너무나도 귀여운 아이의 어릴적 영상을 빛바랜 영상품질로 보여주면서 과거를 회상합니다. 아이에게 열이나 뛰어다녔던 방금 전의 상황과 크게 대비되죠


 아이돌로 키우든 예술가로 키우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웃으며 크고 있다는 것 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 막연하게 가졌던 육아, 교육관이 보다 현실적이고 진심을 담아 변모하는 순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는 이제 봄날의 드라이브 속으로 돌아오며 드디어 차량을 한번 더 보여줍니다. 굳이 '버튼 조작형  하이센터 콘솔, 와이드 내비게이션'이라는 문구와 함께 기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광고제작을 하며 생기는 현실적인 부분들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어 아쉽긴 합니다. 


 돌아와, 아내는 엄마의 첫장면과 두번째 응급실로 향했던 장면의 믹스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평온하고, 안정감있는 봄날의 드라이브 아내의 모습과 아이를 안고 울던 엄마의 시선을 겹치며 마지막 멘트를 말합니다.


"아무일 없이 크면 좋겠어"


 가장 평온했을 때도, 가장 긴박했을때도 함께했던 싼타페에서 아이의 무사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광고는 끝이 납니다.


 당시 광고는 "감성적이다 현대차가 이런 광고를 감동했다"라는 의견과 "자동차는 제대로 안만들고 차광고가 사람만 나오네"라는 날 선 반응이 대비적이었는데요. 오히려 자동차 제원만 나열하는 과거의 광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자동차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장면들을 간접적으로 경험시켜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커머셜들이 스펙을 나열하며 경쟁적으로 내세울때 앞서나가는 회사들은 자신들의 프로덕트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을 나래이션하는것으로 발전적 진화합니다. 현대차도 이제 자신감이 붙었다는 이야기겠죠. 애플이 그러했듯이요. 


 또, 차를 사게 만들어야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구점 어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많은 순간들을 이 차를 사면 함께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었죠. SUV광고가 다 그랬겠지만, 4년전 잘만들었다고 했던 아래 광고와 대비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세련되어 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경험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광고 리뷰를 마치면서 문득 강하게 현타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SUV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30대 중후반으로 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최근 카니발광고에서 XYZ 결합을 말하며 X세대에겐 호평을 Z세대에겐 혹평을 받고 있던데요, 결국 프로덕트를 누가 사주느냐에 맞춰 광고를 발행한다는 점에서 볼 때 싼타페역시 30대 중후반 육아 7년차 미만 가정을 대상으로 가장 강하게 어필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인터넷에서 가장 반발(?) 반응이 컸던 광고라는 점에서 이제 싼타페, SUV를 소구하는 사람들 마저도 소수로 줄어드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취업, 결혼, 출산, 육아라는 과정을 하나하나 넘는것이 버거워지는 요즘세대에 SUV 소구 계층보다 비소구 계층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광고 반응을 통해 느끼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