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예전에는 회사 일에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언젠가부터 직원을 부려 먹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냐”, “받는 만큼만 일하자”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단어의 뜻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내 일의 주인이 나라는 마음으로 일한다는 건 본인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더 주도적으로, 내 업이 갖는 의미에 공감하며 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단어가 왜 이리 미움을 받기 시작한 걸까요?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온 카카오뱅크 컬쳐팀 박종훈 님의 글을 바탕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Culture] MZ세대라는 용어가 불편한 이유
어떤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그 일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 조정,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하죠. 내가 손 쓸 수 없는 일은 남의 일이라는 건데, 남의 일에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럼 어떤 환경에서 내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적절한 보상과 권한이 있을 때,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자원이 보장될 때,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을 때겠죠. 주인의식은 이런 것들이 보장돼야 비로소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애쓰지 않아도 누구나(물론 예외는 있겠습니다만) 주인의식을 알아서 갖게 됩니다.
결국 직장인의 주인의식이란 회사가 만들어내야 하는 ‘결과’입니다. 누구나 자기 일에 대해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직원들이 업무를 내 일처럼 하게 하는 것. 그게 회사의 역할이자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건 마땅히 있어야 할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개개인에게 결과를 강요하는 꼴입니다. 마치 축구팀에 제대로 된 훈련시설도 만들어두지 않으면서 선수 한명 한명에게 더 열심히 해! 더 불태워! 라고 해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내겠다는 말이죠.
주인의식이라는 말이 미움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업의 접근 방법이 틀린 겁니다. 과정과 환경을 만들어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거꾸로 하고 있는 거죠.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이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주인의식, 주인의식하고 강조하는 곳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곳이라기 보단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무시한 채 개인에게 답을 찾고 있는 겁니다.
이는 세대 갈등과도 연결됩니다. MZ세대에 대한 이야기 참 많은데 가만 들여다보면 다 “주인의식 없다”로 귀결되는데요. 이제는 되물어야 합니다. 막연하게 주인의식 가지라는 말만 반복해서 하고 있지 않은지, 그런 환경도 만들어두지 않고 순서가 바뀐 채로 강요만 하는 건 아닌지요.
세대를 탓하고, 이들의 태도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기업문화를 돌아봐야 할 합니다. 직원들이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인가요?
해당 콘텐츠는 리멤버와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됩니다.